표지 이야기 / 005 뇌와 소통하기
엮은이의 말 / 006 인간으로 성장한다는 것_김경옥
마주보기 / 008 누가 더 개자식인가_뒤뜰
/ 014 외로움에서 벗어나려는 안간힘과 교감하기_성태숙
기획 / 뇌와 교육
024 뇌는 굳지 않는다_이철국
041 십대의 충동적 행동, 뇌과학은 이렇게 말한다_이찬승
050 뇌를 잘 쓴다는 것은_박문호
059 열정과 신뢰를 먹고 자라는 뇌_게릴트 휘터
민들레 단상 / 070 뿌리내림에 대하여_현병호
통념 깨기 / 078 좋은 선생도 없고 선생 운도 없는 여러분_우치다 타츠루
세계의 대안교육 / 091 삶으로 배우는 슈마허 칼리지_하태욱
유유자적 / 100 무중력학 개론_이충한
/ 112 스물아홉 살의 서울 생존기_최민유
논단 / 120 사회문화적 사이보그인 나_ 박동섭
대안교육 이야기 /127 학교를 떠나면서_양희창
공부뒤집기 / 134 비정규직 문제, 어떻게 풀까_이한
교육풍향계 / 146 학생들의 통쾌한 반란에 동참해주시길_최훈민
/ 156 대안교육에 대한 주류 언론의 불편한 속내_장동찬
168 소자보 / 166 새로 나온 책 / 171 독자판 [민들레] 만들기에 함께해주세요
뇌와 소통하기
우리 뇌에는 100억 개 가까운 신경세포가 있다지요.
그 세포들마다 수천 개의 돌기들이 뻗어 있어
다른 신경세포와 끊임없이 뭔가를 주고받는 덕분에
우리가 생각도 하고 누군가와 이야기도 나눌 수 있답니다.
뇌가 작동하는 원리가 세상이 작동하는 원리와 닮은 듯합니다.
이 세계는 눈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그물망으로 구성되어 있어
우리가 홀로 뭔가를 해내는 것 같지만 알고 보면
끊임없이 서로 뭔가를 주고받으면서 함께
진화의 계단을 밟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성숙한 뇌는 신경세포들 간에 소통이 잘 되는 뇌이듯이
성숙한 사회는 공감과 소통이 잘 이루어지는 사회이겠지요.
머리 좋아지는 비법이 아니라 우리가 좀더
성숙할 수 있는 길을 찾아 뇌를 공부해보는 것을 어떨까요?
엮은이의 말 | 인간으로 성장한다는 것은
‘사람에서 인간으로의 성장’이라는 부제를 단 [아리사]라는 일본 다큐멘터리가 있습니다. 아리사라는 한 여자아이가 생후 네 달에서 일곱 살이 될 때까지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촘촘히 기록한 것을 한 시간 반 분량으로 편집한 영상입니다. 그 안에는 부제처럼 한 아이가 인간이라는 사회문화적 존재로 성장해가는 온갖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접시에 놓인 딸기를 집는 것도 어렵더니 순식간에 대여섯 개를 먹어치우는 순발력이 생겨나는 과정도, 막 걸음마를 뗀 아이가 뒤뚱거리며 계단을 오르내리다 대나무 다리를 타고 언덕을 오르내리는 튼실한 다리의 주인공이 되는 과정도 보입니다. 무엇보다 흐트러져 있는 신발을 가만히 지켜보다 가지런히 놓는 장면이 압권이었습니다. 아이가 신발을 가지런히 놓기까지, 가지런히 놓는 누군가의 모습을 무수히 보면서 따라 해보기도 했을 테고, 제대로 안 될 때도 있었을 겁니다. 그러다 결국 아이는 신발을 가지런히 놓을 수 있는 존재가 된 거죠. 그렇게 아리사는 두 발로 우뚝 서 다른 사람을 위해 짐을 덜어주기도 하고, 장애가 있는 친구를 도와 산책을 나서기도 하는 ‘인간’으로 하루하루 나아갔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뇌’ 이야기를 담아보았습니다. 고백하자면 저도 ‘뇌’를 잘 몰랐고 관심도 별로 없었습니다. 게다가 “붉은 노을만 보면 가슴이 저리는 이 느낌이 단순히 어떤 물질의 작용이라고?” 하는 반감도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굳이 뇌 이야기를 하려 들었으니 어렵고 힘들었습니다. 누군가는 우주에 대한 인류의 지식수준은 태평양 바닷물을 한 컵 떠올린 정도라 했습니다. 뇌에 대한 연구도 아마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여겨집니다.
그런데도 굳이 지금 뇌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아직은 깊고 푸른 심연과도 같은 그 세계를 섣불리 안다고, 또 이렇게 쓰임새가 있는 거라고 떠들어대는 나팔 소리에 귀를 팔랑대지 말자는 생각에, 그래서 지금 꼭 짚고 가야 할 것은 짚고 가는 기회를 만들어보자 싶었습니다. 뇌라는 것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교육에 몸담고 있는 이들이라면 알고 있어야 할 내용이 무엇인지 살펴보았습니다. 내용이 그리 깊지는 않습니다. 그 심연이 너무 깊어 작은 매체가 접근하기엔 무리가 있었습니다. 다만 우리의 뇌를 어떻게 이해하고 더 공부해야 할지 그 방향만이라도 짚어보고자 ‘뇌’를 싸맸습니다.
저는 이번 호를 만들면서 ‘노을을 보고 가슴 저린 느낌이 어떤 물질의 작용’이라는 데 대한 저항감은 없어졌습니다. 그 물질(뇌)이 어떤 느낌을 느낄 수 있게 되기까지의 지난한 과정을 어렴풋이나마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어느 날 뚝딱 이루어진 게 아니고 무려 4백만 년이라는 어마어마한 시간에 걸쳐 조금씩 뚜벅뚜벅 변화해 결국 지금 여기에 이르게 된 거니까요. 아리사가 넘어지고 엎어지면서 걸음을 배우고, 다른 사람을 돕는 인간으로 성장한 6년의 기록만으로도 인간이란 존재가 이토록 경이롭게 느껴지는데, 누군가 4백만 년이라는 시간을 촘촘히 기록해 변화의 과정을 보여준다면, ‘뇌’라는 물질이 지닌 신비로운 힘을 받아들이지 못할 이유가 없지 않을까요. 부족하지만 [민들레] 81호가 그 경이로움을 알아가는 발걸음의 시작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쉬엄쉬엄 꾸준히 공부하다 보면 어느새 우리가 이르고자 하는 그곳에 서 있으리라 믿습니다.
중고단행본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