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1. 맨발로 지낸 어린 시절
2. 죽기 아니면 살기
3. 팀에 소속되다
4. 일과 놀이
5. 다리 없는 아빠
6. 하늘 끝까지
7. 사업에만 전념하다
8. 강연에 서툴렀던 나
9. 목표를 세우는 이유
아홉 살에 철도사고로 두 다리를 잃은 소년의 감동 스토리
“태권도 검은띠를 획득했으며 스피드웨이 및 레이스카 챔피언이자 세계해난구조연맹이 인정하는 인명구조대원 자격증과 비행기 조종사면허를 소지한 토니 크리스찬슨 씨입니다.”
뉴질랜드 등 강연회에서 소개되는 토니의 약력이다. 그가 청중들로부터 제일 먼저 받는 질문은 “어떻게 다리를 잃었습니까?”이다. 『달려, 토니!』(토니 크리스찬슨 외 저, 도서출판 이채, 값 9천 원)에는 아홉 살 때 철도사고로 두 다리를 잃었지만 ‘나는 못해’라는 말은 하지 않기로 결심했던 소년 토니의 감동적인 이야기가 유머러스하게 펼쳐진다. 2003년 KBS-TV “도전! 지구탐험대”에서는 국내 장애인 2명과 토니가 함께 아프리카 최고봉 킬리만자로를 등정하는 인간 승리의 눈물겨운 이야기가 다큐멘터리로 방영되었고, 국내 10여 개의 일간지에도 이미 소개된 바 있다. 토니는 30년이 흐른 지금에서야 아무런 감정 없이 자신의 사고를 떠올릴 수 있게 됐지만 여전히 어제일인 듯하다. 몇 초 사이에 토니의 인생은 극적인 변화를 겪었다. 사고가 있기 전날 학교에서 친구들과 축구를 하고 오후에는 나무에 기어올랐던 토니. 토니는 사고로 인해 잃은 것들을 동경하지 않고 자신이 가진 것에 감사하면서 독립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방법을 끊임없이 찾았다.
인생을 바꾼 계기 뒤에는 가족과 주변의 도움이
토니가 매사에 열의를 갖게 된 인생을 바꾼 커다란 변화의 계기는 수영장에서 일어났다. 수영코치의 도움으로 다리 없는 몸의 균형을 잡아 물에 뜨게 된 이후 토니는, ‘장애’를 인정하고 대처하는 중요한 방법을 배웠다. 일단 나가서 부딪치기만 하면 된다는 사실이다. 수영을 배운 지 5개월 후 풀장의 52구간, 즉 1.6킬로미터를 쉬지 않고 수영할 수 있게 된 것은 사고가 있은 지 거의 1년 후였다. 초등학교에서 그 거리를 수영할 수 있는 사람은 토니뿐이었다, 다리도 없이. 10살 토니는 친구들보다 훨씬 의욕적이었으며 ‘뭐가 문제인가? 내가 할 수 있으면 당신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됐고, 수영대회에서 우승한 후 ‘목표를 설정하고 성취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집에 수영장을 만들 때도 토니는 삽을 들고 직접 땅을 팠다. 십대 시절에는 더 많은 것을 나눌 수 있기 때문에 같은 아픔을 지닌 사람들과 지내는 것이 좋았던 토니는, 장애인(CCS) 캠프를 통해 장애를 가진 다른 사람들과 하나가 되는 좋은 경험을 하게 됐다. 수영과 CCS 캠프, 부모님의 격려는 토니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 혼자 어려움을 당하는 것이 아니고 원하면 도움 줄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세계적인 스포츠 선수로 거듭나다
‘너는 정상이 아니군. 이곳에 우리와 함께 있을 수 없으니 저쪽으로 가줘야겠어.’ ‘장애’란 꼬리표를 달고 특별대우 받는 것을 거부했던 토니. 이런 대우 때문에 ‘정상적’ 활동들을 더 많이 하려고 했다. 비장애인들보다 더 많은 일들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려 애썼다. 토니에게 구조되어 나온 소녀가 정신을 차리고 해변에 서서 토니를 내려다보고 그만 기절해버렸던 사건은 스물셋 토니가 인명구조대원으로 활동할 때 겪은 웃지 못할 이야기다. 토니는 서핑클럽에서 4인조 서핑카누 경주에 참가하면서 동료들과의 돈독한 관계를 연습하여 팀의 일원이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 배웠다. 그 뒤 원반던지기와 투포환, 투창 등 할 수 있는 스포츠 영역을 넓혀 뉴질랜드 대표선수, 최고선수가 되었다. 열여섯에 일본 오이타에서 열린 FESPIC 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뒤 뉴질랜드 국가가 울려 퍼지는 감동적인 경험을 했던 토니는 20대 후반에 선수생활을 중단하기까지 금메달 12개, 은메달 17개, 동메달 6개 등 총 35개의 메달을 획득했다. (에피소드-1990년대 비장애인 역도경기 벤치프레스 종목에 출전하여 220킬로그램을 들어서 우승한 토니가 자격을 박탈당한 사연. ‘모든 출전자는 규정된 신발을 신어야 한다’는 규칙을 한 선수가 지적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세계적인 스포츠 선수로 거듭난 그에게는 곧 사업과 결혼, 모터스포츠에의 도전 등 흥미진진한 시간이 기다리고 있었다.
고정관념에 저항하고 인식의 틀을 바꿔놓다
“대개의 사람들이 꿈도 꾸지 못했던 일들을 해냈고 지금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왜 나에게 장애인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일까? 왜 우리는 사람들을 구분하려 드는 것일까? 왜 우리는 사람들을 틀에 가둬놓으려고 할까?”
이러한 세상 사람들의 인식을 반영하듯 토니의 어머니도 토니가 장애 때문에 부모와 평생 함께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최근 개봉된 영화 「말아톤」에서 초원이 엄마의 소원이 ‘초원이가 자신보다 하루 먼저 죽는 것’이라고 고백했듯이 장애인 가족들은 많은 염려 속에 지내는 것이 사실이다. 토니도 한동안 사람들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주지 않기 때문에 여자친구를 사귈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친구들과 다른 대접을 받지 않게 되리라고 확신했다. 곧 그는 적극적이고 유머러스한 성격 덕분에 결혼에 골인하게 된다. 졸업 후에 ‘보통’ 사람들처럼 직장을 가지라는 어머니의 권고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는데 ‘불쌍한 장애인에게 일을 하게 해준다’는 느낌을 뿌리칠 수 없었다. 토니의 가치를 인정하고 고용한 곳에서도 ‘정상인’으로 보이기 위해 의족 착용을 계약사항에 집어넣기도 했다.
“당신은 사다리에 오를 수 없고 트럭을 운전할 수 없으니 우리에게 필요 없습니다.” 토니가 간판회사에서 열 번 이상 거절당한 이유는 이처럼 모두 똑같았다. 간판일에 소질이 있던 토니는 다른 회사에서 경험을 쌓고 자신의 간판회사를 세웠다. 그리고 성공했다. 토니의 신체조건 때문에 처음 만난 고객을 설득하기 위한 시간적 여유는 단 30초밖에 없다. 토니는 자신의 장애가 문제가 될 수 없고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빨리 증명해야 했기 때문이다. 장애인에 대한 고정관념과 인식의 틀을 부수기 위한 토니의 도전은 지금도 계속된다.
마음을 움직이는 연사가 되다
토니는 간판사업을 접고 새로운 열정과 도전과제를 발견했는데, 훌륭한 연사가 되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것이었다. 현재 연 100회 이상의 강연을 하는 토니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연사’로 불리는 것을 좋아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사람들의 마음이 움직여서 그들의 삶이 달라지기를 바란다. 인생에는 대본이 없다. 누구나 고난을 겪지만 그 고난을 어떻게 대처하는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토니가 사업이나 스포츠, 가정에서 잘할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는 목표를 세웠기 때문이다. 가만히 앉아서 목표나 야망이 이뤄지기를 기다려서는 안 된다. 나가서 붙잡아야 한다고 토니는 열변한다. “어떤 사람들은 내가 원하는 일이 그저 꿈일 뿐이라고 말하지만 모든 사람에게는 꿈을 꿀 자유가 있다. 우리는 아이들의 꿈을 짓밟아서는 안 된다. 눈을 돌려 세계를 보면 놀라운 일을 해낸 사람들이 많다”고 독려하는 토니에게는 또 다른 목표가 있다. 혼자서 뉴질랜드 순회비행, 타스만 횡단비행, 스키와 일인 경기썰매에 도전하기 등이다. 그에게 있어서 더 이상 인생은 이기고 지는 문제가 아니다. 인생은 그 경기를 어떻게 치러내는가의 문제이다.
중고단행본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