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 부 나홀로 버스
C단조의 오보에 협주곡, 세바스티안 바흐를 위하여
가을 낙엽
가을 바람
가을
가을 풍경
가을의 노래
가장
고분
그리움
그저 일상
기도
나 살아가리라
나비
나홀로 버스
남빛의 하늘
제 2 부 세바스티안 바흐를 위하여
유묘(幼猫)의 죽음
이상하지 않은 나라의 앨리스
인어의 전설
잊혀지지 않습니다
전방 이 미터 접근금지 늙은 어미 넝마주이
절망 55
세바스티안 바흐를 위하여 1
세바스티안 바흐를 위하여 2
세바스티안 바흐를 위하여 3
세바스티안 바흐를 위하여 4
세바스티안 바흐를 위하여 5
세바스티안 바흐를 위하여 6
세바스티안 바흐를 위하여 7
세바스티안 바흐를 위하여 8
세바스티안 바흐를 위하여 9
세바스티안 바흐를 위하여 10
제 3 부 비가 왔었나 봐요
비가 왔었나 봐요
눈 속에서 걸음을 옮기며
다짐
달콤한 인생
도시의 밤
무감각
별이 빛나는 것처럼
봄 89 봄이다 1
봄이다 2
비가 왔었나요
사막의 폭풍
수천의 칼
염원
오브제
외눈박이 소녀의 이야기
제 4 부 열다섯 편지
조각배
죽음의 무도
춘천Ⅰ
춘천Ⅱ
춘천Ⅲ
코스모스
파반느
편지
풍경 한계령
활옷
다섯 시작노트
이지엽 해설_바흐의 상징,새들의 비상을 위하여
김하령 수상경력
C단조의 오보에 협주곡, 세바스티안 바흐를 위하여
바흐여, 당신은 음악의 아버지
당신의 초상화는 근엄하기 짝이 없다
늦은 밤이라고 하기에 너무 흘러가버린 이 새벽
나는 당신의 음악을 들으며 홀로 시를 쓴다
당신의 음악은 내가 책장에 꽂아둔 수학문제집과 같아서
한 치의 어긋남 없이, 청각을 채워온다.
일정한 공식에 대입하여 나온 당신의 수많은 음표들
공백이라고는 먼지 한 톨의 면적만큼도 없이, 시간을 헛되이 하지 않는 당신의 음악에
연주자들은 꽤나 애를 먹겠다
하지만 그 모든 움직임이 너무나도 확연해서
그들의 몸짓이 눈앞에 훤히 보이는 것은 환상이려나?
항상 이끄는 음은 지나치지 않는다.
그러나 모자람도 없이, 그렇게
오보에의 음은 지금 들이마시고 있는 이 공
기와도 같아
전혀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음이
바이올린의 무리와 함께 같이 걸어가는데
여기 있는 나 너무나도 작아
당신의 음악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일 밖에 할 수가 없다
용서하시라
한 번 스쳐지나갈 음, 다시 들어도 들을 수 없는 음
그저 이렇게 당신께 몇 자 적어나갈 뿐.
( 2009년 가을 김 하 령 )
김하령의 시편을 처음 받아들고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열 다섯 여린 소녀의 몸을 통해 나온 글들이라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몇 번을 읽었다. 삼십 년 가까이 수많은 문학청년들을 길러내고 또 시를 써오면서 솔직히 말하자면 이러한 경우를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하령의 시는 상당히 긴 호흡을 가지고 있다. 그러면서도 필요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그려내는 솜씨가 뛰어나다. 오랫동안 글쓰기를 해오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꾸준한 독서와 글 쓰는 연습으로 다져진 노력과 탄탄하게 사물을 응시하는 힘이 바탕이 되어 이처럼 많은 작품을 쓰게 했을 것이다. 긴 호흡의 글들은 대개 서사구조를 갖기 마련인데 이 서사의 줄기가 상당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시집 제목을 통해서도 우리가 알 수 있듯 ‘세바스티안 바흐’는 김하령에게 하나의 상징으로 나타나고 있다. 음악을 특히 좋아하고, 그중에서도 ‘세바스티안 바흐’를 유독 좋아한다. 그것은 “책장에 꽂아둔 수학문제집처럼” 가까이 있으면서 친근하다. 그래서 음악을 듣고 또 듣는다. 시작노트에서 고백한 “나의 글은 음악이 없었더라면, 그 자잘한 감상은 탄생하지 못하였을 것이다. 가끔씩 생각하고는 한다. ……누군가 혼신을 다하여 새겼을 그 수많은 음표들을, 멍하니 글로 옮겨 적어놓는 행위가 내게는 생산이고 창조였다.”고 술회한 이면에는 이 점이 잘 나타난다. 거리를 걸으면서 생각하고 담는 일상의 모든 부분들이 [세바스티안 바흐를 위하여]연작을 통해서 나타나고 있다. 흔들리지 않는 절대의 구극에 가 닿으려는 혼신의 몸부림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 이지엽 경기대학교 교수·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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