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문가 박호재가 2년여의 취재 끝에 써내려간 김대중에 관한 모든 것.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가지는 사회적인 의미에서부터 개인적인 매력까지, 우리가 기억해야 할 그의 전부를 담았다.
“김대중을 석방하라!” 는 80년 5월 군부독재 타도 학생 시위대가 외치던 구호중의 하나였다. 80년대 민주화운동에 동참한 젊은이들은 DJ와 그렇게 정치적 인연을 맺었다. 이 때문에 그가 이끈 전선에서 숙명적으로 자유로울 수 없었던 이들은 DJ의 길 걸음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때로 죽도록 욕하고, 때로는 비판적 지지라는 옵션을 부쳐 애써 가슴을 열면서.
‘사랑해요 DJ’는 그 전선의 상처와 영예, 그리고 아쉬움에 대한 오랜 기록이다. 혼돈의 기록임을 또한 고백한다. 역사의 루비콘 강을 건너자는 그의 도강 계획을 의심하고 망설였던 이들의 기록이기도 하다. 그는 마키아벨리에게 정치학을 강의해도 될 정도로 노회한 현실 정치인이었고, 또 눈물 많은 서생이기도 했기에 사람들의 주저함은 당연했다. 이런 의미에서 그는 우리에게 빚 졌고, 또 우리는 그에게 빚 졌다.
그는 남도의 작은 섬 ‘하의도’ 라는 ‘소작민의 땅’에서 태어나 대통령이 됐다. 그 이력이 말해주듯 DJ는 자신의 한계를 끊임없이 극복해 온 정치인이다. 정적들과 시대의 조류에 따라 그 한계는 세포분열을 거듭하며 목을 죄어 왔기 때문에 DJ는 창과 방패를 한시도 내려놓을 수 없었다.
그는 0.001초를 단축시키기 위한 단거리 선수처럼 밤낮을 달렸다. 삼수 끝에 성공한 청와대 입성의 과정이 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지루하고 짜증나서, 고통스러워서, 남들 보기 민망해서, 절망 때문에라도 그만 둘 일을 그는 멈추지 않았다.
이는 민주주의, 평화 통일, 서민 경제 등등의 DJ의 정치적 스토리텔링과는 다른 문제로 보인다. 아름다운 무지개가 떴다 해서 모두가 죽을힘을 다해 달려가진 않는다. 이 때문에 견디고, 노력하고, 다시 일어서고, 준비하고, 한 번도 실존의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 모습은 그의 캐릭터로 여겨진다.
‘사랑해요 DJ'가 대통령을 지낸 성공한 정치인의 단순한 업적의 기록만이 아닌, 삶의 성찰의 기록으로 다가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청소년이나 젊은 세대들에게도 일독을 권하고 싶은 기록이다.
필자는 DJ의 고향인 하의도의 토지투쟁사를 장편 소설로 옮긴 인연에서 시작해 ‘사랑해 요 DJ'의 집필자가 됐다. 필자는 이 인연을 ’기묘하다‘고 말한다. 93년도에 펴낸 소설의 머리글에서 하의도를 ’약속의 땅‘이라 일컬었는데 훗날 DJ가 대통령이 됐다는 것, 그리고 또 자신이 전혀 상상치 못했던 ’DJ 평전‘을 쓰게 된 일 모두가 타임머신 속에 이미 공존해왔던 사건들처럼 기묘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DJ퇴임 직후인 2003년 평전 원고를 의뢰했을 때 필자는 기약 없는 집필 조건을 제시했다.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DJ 사후에 출판을 하겠다는 약속을 한다면 작업에 들어가겠다는 제안이었다. 일정한 스탠스를 두고 DJ를 보겠다는, 기록문학의 진정성을 지키자는 게 그 취지였다.
‘사랑해요 DJ'는 그렇게 세상에 선보였다.
DJ가 영면하던 날 필자는 ‘기묘한게 아니라 기구하다’고 말을 바꿨다.
중고단행본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