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마음으로 동물을 사랑하는 따뜻한 마음
덴마크 출신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요하네스 옌센의 단편 소설을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간결한 이야기 속에 녹여낸 동물에 대한 따뜻한 사랑이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다.
앤 아주머니와 암소가 장에 가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따뜻한 햇볕을 받으며 숲을 지나고 마을을 지나 아주머니와 암소는 어느덧 장에 도착한다. 시끌벅적한 장터의 모습은 신기하기만 하다. 물건을 사고파는 사람들의 말 소리, 장에 데려나온 동물들이 내는 여러 소리가 뒤섞여 활기찬 시장 분위기가 느껴진다. 걸음을 늦추고 천천히 시장 구경을 하며 우시장에 들어선 아주머니는 암소와 함께 자리를 잡는다. 아주머니는 조용히 뜨개질에 몰두하고 암소는 시장 구경에 여념이 없다. 그러나 사람들이 가만 놔두지 않는다. 암소를 살펴보더니 얼마에 팔 거냐고 아주머니를 채근하기 시작한다. 아주머니가 별 반응을 보이지 않자 화를 내며 돌아서기도 한다.
마침내 아주머니는 뜨개질하던 손을 멈추고 이 소는 팔려고 데리고 나온 소가 아니라고 말한다. 외딴 집에서 딱 한 마리 있는 암소라 외로울까 봐 데리고 나왔다고 설명한다.
<시장에 간 암소>는 외로운 암소에게 친구 소를 구경시켜 주려는 어느 아주머니의 이야기이다. 짧고 단순한 이야기이지만 시장에 암소를 데리고 온 이유가 좀처럼 드러나지 않으면서 긴장감을 이어가고, 마지막에 가서 동물의 마음까지 살핀 아주머니의 배려가 밝혀지며 읽는 이의 가슴을 훈훈하게 한다.
이 작품에서 서정적이고 담백한 그림은 작품의 주제와 분위기에 잘 어울린다. 동양화를 전공한 작가답게 여백의 미를 적절히 살리면서도 다양한 기법과 재료로 변화를 준 그림이 이채롭다. 언뜻 보면 유럽 작가의 작품이 아닌가 싶게 이국적인 느낌이 들지만 음미할수록 그림 하나하나가 정감이 가고, 시장의 풍물을 요모조모 보여주는 아기자기한 그림 속 정경이 그림책을 보는 재미를 더한다.
자칫 밋밋할 수 있는 이야기를 그림책의 호흡에 맞춰 다시 엮은 원로 동화작가 이상교의 글도 작품 분위기를 잘 이끌어 주고 있다. 소가 내는 "움머어-" 소리를 비롯한 동물 의성어를 많이 넣어 흥미를 끌어내고 글을 읽는 재미를 살렸다. 특히 의성어 부분의 서체를 재미있는 타이포그래피로 변화를 준 편집 덕분에 생생한 소리 느낌이 더욱 실감나게 전해진다.
참마음으로 동물을 사랑하는 아주머니의 따뜻한 마음이 긴 여운을 남기는 <시장에 간 암소>는 책장을 펼칠 때마다 아름다운 글과 그림이 새로운 감동을 주는 작품이다.
중고단행본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