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바보가 되지 마라
1. 그래서 우리는 여기에 모였다.
2. 복종과 저항
3. 누가 이곳의 우두머리인가?
4. 그리스인의 위대한 발명
5. 모두를 위한 한 사람과 한 사람을 위한 모두
6. 이 세상의 부
7. 전쟁과의 전쟁
8. 자유냐, 행복이냐
에필로그 - 진정한 개인주의자가 되자
옮긴이의 글 - 자유로운 개인들의 사회적 연대를 위하여
딱딱한 정치학이 함께 살아가는 지혜로 바뀌는
내일의 시민을 위한 자유의 정치학 이야기
청소년을 위한 세계사, 철학 등의 책은 많다. 그러나 곧 투표권을 획득할 내일의 시민이 될 청소년들에게 정치에 관한 이야기를 깊이 있게 제대로 들려주는 책은 별로 없다. 이 책은 스페인 마드리드 대학 철학 교수인 페르난도 사바테르가 쓴 청소년을 위한 정치학 책이다. 자유로우면서도 건강한 시민으로 살아가기 위한 삶의 철학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 책은 저자의 전작 <청소년을 위한 이야기 윤리학>과 함께 전 세계 30여개 국에 번역되어 100만 명 이상의 독자들이 읽은 베스트셀러이다.
팽배하는 정치무관심, 내일의 시민들에게 공동체의 일을 어떻게 이야기해 줄 것인가?
- 노예에게는 책임을 묻지 않는다
우리 사회에서는 청소년들에게 ‘혼탁하고, 갈등만 양산하며, 부정부패에 물들어 있는’ 기성정치에 대해 말하는 것은 터부시되고 있다. 최근 쟁점이 되고 있는 만 18세 선거 연령 조정 문제에서도 선거 연령 인하를 반대하는 측의 주장은 선거 참여가 ‘비교육적’이며 청소년은 ‘합리적 판단력이 없다’는 것이다.
청소년들도 선거권이나 정치 등에 대해 관심이 없다. 선거일은 ‘노는 날’일 뿐이며, 하등 다를 것 없는 기성세대가 기성세대 정치인들을 비난하는 일은 ‘황당한 시추에이션’에 불과하다. 이처럼 청소년들에게 ‘정치’라는 것은 가까이 하기엔 너무나 더러운(?), 혹은 나와 상관없는 별나라의 일에 불과하다.
불과 2-3년 후면 한 명의 자유롭고 책임 있는 시민이 되어 자신의 대표자와 자신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공동체의 법과 제도에 대해 의견을 내야 하는 이들에게 정치란 것이 무관하다면 ‘민주주의’는 어디에서 시작할 수 있을까? 관심을 가질 필요도 없고, 의견도 없는 이들이 이 공동체의 다수가 된다면 이 사회를 지탱하는 시민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그리고 왜 비판적이면서도 건강한 참여를 하는 시민을 길러내려 노력하지 않는걸까?
저자 페르난도 사바테르는 이 책에서 정치란 ‘복종하는 이유와 저항하는 이유를 전부 합해 놓은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이들에게 우리 공동체의 일에 어떻게 참여하고, 언제 저항하고, 왜 복종하는지를 설명하고 깨닫게 하는 일은, 이 사회의 지속적인 발전과 안정을 위해 필수적이며 절대적인 일이다. (책 118, 49쪽 참조)
바보를 뜻하는 영어 idiot은 ‘정치에 무관심한 사람’이라는 그리스어 ‘idiotes'에서 기원
민주주의를 발명한 고대 그리스인은 공동체의 일을 논의하는 정치에 무관심한 사람들을 ‘idiotes’라고 불렀다. 다른 사람들에게 아무것도 내놓지 못하고 사소한 집안일로만 머리가 가득 차서 고립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이로 인해 다른 모든 사람에게 마음대로 조종당하는 사람들을 조롱하는 이 단어에서 바보를 뜻하는 영어 단어 ‘idiot’가 나오게 되었다. (책 11-13쪽 참조)
자신의 운명에 큰 영향을 끼치는 공동체와 사회에 관심이 없는 ‘바보’, 이 바보들은 자신의 운명을 남의 손에 맡기거나 장기적으로 중요한 일에 관심이 없다. 저자는 이 책에서 독자들에게 ‘바보가 되지 마라’고 이야기 한다. 그리고 정치란 이 사회 속에서 ‘바보’가 되지 않고 진정으로 주인 되게, 자유롭게 살아가기 위한 실천에 관한 것이며, 개인의 운명과 관련된 아주 중요한 문제임을 강조한다.
진정한 개인주의자가 되는 길
이 책의 주장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자면 ‘진정한 개인주의자가 되자’이다. 일견하기에 ‘공동체의 일, 정치는 중요하다’는 이 책의 출발점과 배치되는 것으로 보이는 이 주장에 대해 저자는 “오해를 막기 위해, 자신이 말하는 ‘개인주의’란 반사회적인 태도도, 반정치적인 태도도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 “개인주의란 자신이 사회 외부에 있다고 믿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 참여하고 사회와 협력하는 방식 중의 하나라는 것이다. 개인주의 정치에 개입하는 하나의 방식이지, 정치에 전혀 무관심한 자폐증이 아니다”(책 102쪽) 라고 밝힌다.
저자는 ‘스스로를 가장 사회적이라고 여기면서…… 인간의 다양성을 부정하고, 폭력을 사용해서라도 세계 전체를 하나의 선(善)에 귀의시키려 하는 사람들’을 사회의 가장 위험한 적이라 말한다. 그래서 진정한 개인주의자는 자기 자신을 위해 사는 것이 중요한 것임을 알고 ‘그런 이유로 타인과의 조화가 꼭 필요하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며,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믿고 실천하는 사람들이다.(40-41쪽) 그리고 국가는 개인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며, 그런 국가를 만들기 위해 시민들은(개인들은) 충분한 비판적 거리를 두고 그것에 참여해야 한다고(103쪽) 이야기한다.
인간 존재의 특성에서 최근의 반전 운동까지,
역사와 철학, 사회학을 넘나들며 종횡무진 펼치는 ‘정치한다’는 것의 모든 것
이 책은 민주주의에 대한 교과서가 아니다. 민주주의가 지고지선의 것이라고 이야기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민주주의가 가지고 있는 한계, 그러나 자유롭고자 하는 인간들이 선택한 정치제도로서의 현실적인 의미를 짚어줄 뿐이다.
저자가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정치가 무엇이고, 왜 우리가 정치라는 행위에 참여하게 되고 그 과정에 속하게 되는지를 철학적으로, 역사적으로 그 의미를 짚어나가며 차근차근 설명하고 있다. 고립된 개인의 능력을 넘어 사회적 존재로서 불멸성을 추구하는 인간 존재의 특성, 한 집단의 우두머리의 의미, 복종과 저항의 의미, 민주주의 탄생과 발전 등 정치의 본질에 관한 설명에서부터 환경, 부와 평등, 전쟁의 의미 등 현실적 이슈까지 신화, 역사, 문학을 재료삼아 종횡무진하는 저자의 해박한 설명과 주장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히 우리가 사는 세상을 이루는 정치에 관한 모든 것의 본질적 질문에 대해 생각해보고 답할 수 있는 시각이 저절로 트인다.
비판적이고 논리적인 사고의 모범, 논술 세대를 위한 새로운 교양
선생님과 부모님이 함께 읽어도 좋을 책
전문적인 용어나 어려운 개념어들은 이 책에서 등장하지 않는다. 자신의 아들에게 이야기하듯이 평이한 문장으로 정치의 의미를 짚는 저자의 글을 따라 읽다 보면 남의 일 같던 정치가 쉽게 이해된다. 만만치 않은 주제를 청소년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배려한 저자의 글쓰기는 청소년을 위한 책의 전범이 될 수 있다. 책 속의 삽화는 긴 호흡의 글과 익숙하지 않은 주제에 지루해할 청소년 독자들에게 책 보는 재미를 더해줄 것이다.
무엇보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현실 세계의 다양한 정치·사회적 이슈에 대한 저자의 거침없고도 논리적인 설명이다. 자신의 생각을 비판적이면서도 자유롭게, 논리적이면서도 창의롭게 설명해야 하는 논술 세대에게 도움이 될 책이다. 청소년 책이지만 그 내용의 깊이와 글의 수준은 어른이 읽어도 전혀 손색이 없어, 청소년 제자나 자녀와 함께 이야기하고 고민을 나누고 싶은 어른들에게도 유용하다.
읽어두면 좋을 글들 - 독서의 길라잡이가 되어 줄 고전들 읽어 보기
각 장의 말미에는 <읽어두면 좋을 글들>이라는 팁(Tip)이 구성되어 있다. 마드리드 대학 철학 교수인 저자가 직접 고전이라고 불릴 만한 저작들에서 발췌한 이 글들은 인간과 정치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도와준다. 한나 아렌트, 에티엔 드 라 보에티, 알렉시스 토크빌 등 멀게만 느껴졌던 위대한 사상가들의 글이 ‘이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구나’를 느끼는 것도 이 책이 주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이 책을 읽고 정치학에 대한 관심이 확장된 독자라면 인용된 글의 원전을 찾아 정치와 사회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중고단행본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