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살, 우리 나이로는 열네 살인 중학교 1학년생 디니. 치어리더도 되고 패션 모델도 되고 싶은 꿈이 넘치는 아이. 그런 디니에게 어느 날 청천벽력같은 일이 닥친다. 척추뼈가 취어 당장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기형이 될지도 모른다는 것. 불치병도 아니고 4년만 보조기를 차고 있으면 완치될 수 있다는 데 그게 뭐 그리 고통스러운 일일까 생각하는 어른이 있다면 그건 안타깝게도 이미 지나온 청소년기의 기억을 까맣게 잊어버린 건망증의 소치. 조금만 뒤를 더듬어보시기를. 남의 시선 하나하나에 세상 모든것을 잃은 것도 얻은 것도 같았던 그 때, 한창 외모에 민감한 소녀에게 목부터 엉덩이뼈까지를 족쇄처럼 얽어 매는 보조기를 차라는 것은 천형이나 다름없다. 설령 어른들은 잊었을지라도 지금 그 시기를 지나고 있는 청소년들에게는 디니의 고통이 십분 이해되고도 남음이 있다. 사실 어른들에게는 아무렇지도 않게 여겨질 수 있는 일을 특별한 것으로 잡아내는 능력이 주디 블룸을 세계적인 작가로 만들어낸 비결이 아니겠는가. 주디 블룸의 기억력은 놀랍다. 이미 손자를 본 할머니이면서도 그이의 손을 통해 나온 이야기는 생생하기 이를 데 없다. 소년을 보는 설렘, 아주 친한 친구에 대한 은밀한 질투, 신체적인 변화에 대한 두려움, 거기에 드러내 놓고는 말 못하는 성에대한 비밀스런 관심과 마스터베이션까지, 꼭 소녀의 일기장을 들여다보는 것만 같다. 이 짤막한 이야기에 들어있는 소녀의 세계에는 끼리들만이 공감할 수 있는 무언가가 들어있다. 언뜻 보기에는 희귀한 병을 앓는 한 아이의 이야기지만 조금만 돌려 생각해보면 곧 우리의 이야기가 된다.
중고단행본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