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일상에서 생각해보는 교육 그리고 철학
1. 사슴이 미쳤나 봅니다
2. 그림자놀이
3. 딸이 예뻐요, 아들이 예뻐요?
4. 함께 빨래 널기의 교육학
5. 가정한다는 것의 의미
6. 밝게 키우고 싶어요
2부 생각을 키워주는 토론 수업
7. 이것은 저것이 아니다
8. 토론 수업
9. 아이들과 진리를 논하다
10. 아이들의 글쓰기 바라보기
11. 말에도 법칙이 있어요
12. 토론에서 글쓰기로
3부 교육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들
13. 바뀌는 세상 이야기
14. 포트폴리오로 보는 자녀 교육 프로젝트
15. 말 잘하는 아이
16. 우리말과 한자말
17. 르네상스맨
18. 철학적 토론의 유용성
19. 호모 심볼리쿠스
4부 철학으로 보는 교육
20. 당연한 것도 다시 생각해 봅니다
21. 과학적으로 생각하기
22. 과학 탐구
23. 중요하다는 것
24. 생각하기를 생각함
25. 논리와 상상
26. 존재와 이성
철학? 어린이를 위한 철학??
인문, 자연계를 막론하고 기초학문이 소외당하고 있는 현상이 깊어만 간다. 인문학에서 소외받는 분야 중 으뜸을 꼽으라면 그 첫 번째는 아마 철학일 것이다. 학부제가 시작되자 여러 대학에서 가장 먼저 없앤 ‘돈이 안 되고, 경쟁력 없는’ 학과가 철학과였다. 그런데 요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새로운 입시제도와 학력평가의 기준에 학생들의 ‘사고력’을 가늠하는 문항을 늘리겠다는 발표가 있었고 본고사에 관한 시비가 연일 신문지상을 오르내리고 있다. 본고사 과목에서도 논술이 대접받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미국의 대학입학자격시험인 SAT도, 의치학대학원 진학시험인 MEET/DEET에도 사고력을 평가하는 문항의 비중이 높다. 대학입학시험에서 논술의 비중이 높아진다니 시중의 이른바 ‘논술학원’으로 달려가는 아이들이 늘어난다. 아이들의 사고력, 토론능력을 키워준다는 학습지가 생겨나더니 방문교육 시장에도 토론학습이 등장했다. 사고력 교육의 으뜸이랄 수 있는 철학이 대학에서조차 홀대받는 현실에서 뭔가 앞뒤가 바뀐게 아닌가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사슴이 과연 미쳤을까요?
<사슴이 미쳤나 봅니다>는 앞뒤가 바뀐 현실을 꼬집자는 책은 아니다. 공교육의 실패를 들춰내어 시원하게 비판해대고 말고 할 시기는 지났다. 이미 생각있는 부모라면 사교육 시장에서 해결책을 구하고 있고, 우후죽순처럼 성장하는 논술학원, 학습지 시장이 사태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사슴이 미쳤나 봅니다>는 철학이 ‘사고력’ 훈련에 가장 적합한 수단이라는 것을 전제하고 문을 연 어린이 철학학원 <닥터필로스>에서 수년간 어린이들과 함께 철학을 해온 저자가 들려주는 본격적인 ‘철학교육 이야기’이다. 어린이들이 철학을 하다니! 그 어렵고, 고리타분한 것을 애들이? 저자는 책을 시작하며 어린이들은 이미 상당한 수준의 철학자라는 것을 역설하고 있다. ‘사슴이 거울을 봅니다’라는 모범답안을 외면하고 ‘사슴이 미쳤나 봅니다’라는 오답을 적어낸 아이에게서 철학자를 발견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아이들의 놀이를 살펴봐도, 말을 하나하나 배워가는 아이에게서도 사물을 나름대로 해석해내고 있는 아이들의 탁월한 능력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비판적 사고? 아이를 밝게 키우고 싶어요!
<사슴이 미쳤나 봅니다>는 이런 아이들의 능력을 키워주는 교육이 어떻게 가능한지, 그 실례를 보여주며 부모들과 교육자들의 주의를 환기시키고 있다. 책은 소크라테스식의 문답을 기초로 한 철학수업 현장을 가감없이 옮겨놓고 어린이 철학자들이 철학하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게 해놓았다. 어린이들의 문답을 읽어가다 보면 어른들의 오해가 철학교육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음을 알게 된다. 지은이와 상담을 하다 비판, 반성, 철학적 사고 등의 말이 등장하자 “저는 우리 아이를 밝게 키우고 싶어요”라고 한 어느 학부모의 대답이 그간의 정황을 일깨워주고 있다.
생각하기와 글쓰기
지은이는 일기쓰기부터 시작하는 글쓰기에 대한 과도한 기대가 아이들이 커가면서 점점 알맹이가 없어지는 현실을 지적한다. 상급학교로 갈수록 시험은 객관식 문제로 치러지고 “글을 쓴다는 것은 공부와 무관한 것, 나아가 감상적인 것”으로 여겨지는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이 요구하는 것은 이런 상황과 정반대이다. 당장 대학을 가거나 취직을 하더라도 글쓰기의 ‘실용성’이 드러나는 것이다. 온라인 게임에 빠져 있을 아이들이 철학을 하기 시작했을 때 어떤 글을 쓸 수 있을까? 어린이들이 토론수업을 마치고 ‘진리’ ‘우연과 고의를 어떻게 구별할까’ ‘정의를 내리는 법’ 등의 ‘철학적인’ 주제로 써온 글들을 본문에서 확인해볼 수 있다. 지은이는 철학하는 아이들의 글들에서 글쓰기의 진정한 쓸모를 발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말하기와 쓰기가 인간이 생각을 표현하는 기본적인 도구라면 글을 쓰는 과정에서 사고력과 표현력을 닦게 된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생각하기와 글쓰기를 따로 보지 말 것을 권유하고 있다.
교육은 실험이 아니라 한번으로 끝나는 실전이다.
지은이는 철학, 논리와 비판적 사고 등에 대해 많은 부모들이 갖고 있는 오해를 풀기 위해 책의 상당부분을 할애했다. 그리고 누가 가르쳐 주지 않으면 시험에 나올 중요한 것을 판단하지 못하는 아이들처럼 우리의 부모들이 그렇지 않은가 질문하고 있다. 철학교육은 아주 멀리 있는 교육이지만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게 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누구나 받고 싶은 교육을 받을 수 없는 현실은 지은이도 답답해하는 구석이다. 지은이는 적어도 이 책을 읽는 학부모들에게 변화하는 현실이 요구하는 교육이 어떤 것인지 그 실체를 전해주고자 한다. 그것의 답이 철학교육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아이들은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테스트하는 새로운 시험 제도 하에서 또 하나하나 스스로 판단해서 최선의 결정을 내려야 하는 사회에서 가혹한 도전을 받게 될 것입니다.”
중고단행본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