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지레]는 1951년 첫 출간 이후 전 세계 25개국에서 출간돼 2천만 부가 넘게 판매된 걸작 역사 소설이다. 나폴레옹이 워털루 전투에서 패배하고 아프리카 대륙 서쪽으로 1,900킬로미터 떨어진 대서양의 고도 세인트헬레나 섬에 유배되었을 때 구술한 [회상록]에 ‘데지레 클라리는 나폴레옹의 첫사랑이었다’는 대목이 나오는데 소설 [데지레]는 바로 평범하고 용감한 마르세유 실크 상인의 딸 데지레 클라리가 나폴레옹의 약혼녀가 되었다가 나폴레옹의 정적 베르나도트 원수의 아내로, 그리고 스웨덴의 왕비가 되기까지의 파란만장하면서도 동화 같은 이야기를 피비린내 나는 프랑스 대혁명과 나폴레옹 전쟁, 화려한 나폴레옹 궁정 생활을 배경으로 생생하게 펼쳐 보여준다.
나폴레옹이라는 희대의 영웅은 인류 역사상 가장 매혹적인 몇 안 되는 인물 중 한 명일 것이다. 그를 직간접적으로 다룬 책이 전 세계에서 60만 종이나 된다는 추계는 그가 문화와 시대적인 배경을 떠나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었는지를 추측할 수 있는 강력한 실례일 것이다. 이런 수치는 결코 후세 사람들의 과도한 반응이 아니라 그가 세계사에 남긴 발자취가 그만큼 크다는 방증일 것이다. 그가 만든 ‘나폴레옹 법전’은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 근대 민법의 기본 원칙으로 자리 잡았으며 시몬 볼리바르가 이끈 남아메리카 독립 전쟁이나 마치니, 가리발디의 이탈리아 통일 운동도 나폴레옹의 영향이 없었다면 성립되기 힘들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그가 전파하려고 한 프랑스 대혁명의 ‘자유, 평등, 박애’의 정신은 나폴레옹을 몰락시킨 구체제마저도 결국은 서서히 몰락하게 만들고 많은 피압박 민족 지도자들에게 영향을 주어 근대 민족 국가의 건설에 매진하게 함으로써 세계사에 근대를 열게 했다.
소설 [데지레]는 천재적인 전략가이자 몽상가,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매력을 지닌 나폴레옹이라는 인물을 가난한 장군 시절부터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관찰해 온 ‘첫사랑’의 시선으로 그리고 있다. 나폴레옹이 파리에서 조제핀을 만나 그녀를 출세의 발판으로 삼으면서 데지레와의 약혼 관계는 해소되었지만 나폴레옹 가 장남의 처제라는 위치 때문에 데지레는 나폴레옹 가의 이런저런 ‘조촐한 가족 모임’에 참석하게 되고 승승장구하는 나폴레옹을 애증이 교차하는 시선으로 계속해서 관찰하게 된다.
아버지 없는 한 집안의 차남으로서 동생들 뒷바라지를 위해 월급을 대부분 집에 가져다주고 자신은 제대로 군복도 없이 지내는 나폴레옹, 기회가 나기만 하면 애인에게 키스를 하려 드는 나폴레옹, 남의 이야기를 듣는 것보다는 남들이 자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에 익숙한 나폴레옹, 그 밑도 끝도 없는 자신감과 ‘역사를 만드는 사람’이 되리라는 자신의 운명을 한 점의 의심도 없이 느꼈던 나폴레옹, 출세가도로 접어들면서 동생들에게 ‘격에 맞는 결혼’을 강요하고 자신과 상의 없이 평범한 배우자를 구한 동생들의 얘기를 듣고 어머니에게 ‘왜 우리 가족들은 나를 이렇게도 이해해 주지 않는 거죠?’라고 울화를 터뜨리는 나폴레옹, 전략적으로 그다지 중요하지도 않은 이집트 원정을 피라미드 아래서 ‘40세기의 역사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는 연설을 병사들에게 하기 위해 나선 것 같은 인상을 주는 몽상가 나폴레옹, 교황이 왕의 대관식에 참여한 적은 역사상 단 한 번도 없었는데도 자신의 대관식을 위해 바티칸의 교황을 초청(?)하고 정작 대관식 때는 교황의 손에서 왕관을 빼앗아 자신의 손으로 직접 관을 쓰고 조제핀에게 왕관을 씌워주는 파격을 선보이는 나폴레옹, 바람기 많은 조제핀의 불륜을 계속해서 눈감아 주지만 결국은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조제핀과 이혼하고 자신을 끊임없이 괴롭히는 합스부르크 왕가의 마리 루이즈를 황후로 맞아들이는 나폴레옹, 모스크바 대원정의 실패 뒤 초라한 모습으로 파리로 돌아와서는 ‘너무 춥다’고 넋 나간 사람처럼 말하는 나폴레옹...
이 야심만만한 위인을 지근거리에서 바라본 한 여인의 시선은 영웅 나폴레옹을 바라보는 많은 시선 중의 하나에 불과할 것이다. 하지만 그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시선 속에서 나폴레옹이라는 영웅에 관한 ‘어떤 진실’을 감지할 수 있으며 그것은 이제까지의 나폴레옹에 관한 전기적 서술들이 결락하고 있던 퍼즐 조각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존에 올라온 이 책의 독자 서평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눈에 띄는 특징이 있다. 첫째로 이 책을 읽은 계기가 어렸을 적 할머니나 어머니의 권유 때문이었다는 독자들의 비율이 다른 책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독자들 대부분은 이 책을 자신들의 딸에게도 읽히고 싶다고 말한다. 둘째로 이 책이 소설임에도 독자들 가운데는 이 책을 한 번 읽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많게는 수십 번까지 여러 번 반복해서 읽은 독자들이 많다는 것이다. 저자가 ‘사실과 허구의 적절한 조화’를 통해 독자들에게 나폴레옹 시대에 대한 정확한 묘사와 나폴레옹과 데지레의 삶에 대해 감동적인 진실을 전할 수 있었던 건 역사학도였던 저자의 치밀한 자료 조사와 상상력이 행복하게 잘 결합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스토리와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상상력으로 지어낸 생생한 대화들은 매우 흥미로운 역사의 현장에 있는 듯한 친밀한 현장감을 독자들에게 제공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매우 여성적인 매력을 지닌’ 저자의 글쓰기 스타일이 이 책을 수많은 여성들에게 인생 최고의 책으로 받아들이게 한 숨은 힘일 것이다.
[데지레]의 줄거리
프랑스 대혁명이 일어나고 공안위원 로베스피에르를 중심으로 한 자코뱅 독재 치하에서 혁명의 적들이 매일처럼 사람들이 단두대로 끌려가는 서슬 퍼런 시기. 자신은 이미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하지만 집안 식구들은 세상물정 모르는 위험천만한 아이로 보는 것에 조바심을 내는 마르세유 실크 상인의 막내딸 데지레는 착오로 붙잡혀간 오빠 에티엔의 석방을 유력자에게 탄원하기 위해 올케와 함께 메종 코뮌(행정사무소)으로 간다. 메종 코뮌에서 자신에게 친절하게 대해주는 조제프와 대화를 나누다가 조제프의 동생이 장군이라는 사실을 알고 데지레는 잔소리꾼인 언니 ‘쥘리를 시집보내야 내 인생이 편안해진다’는 생각으로 조제프와 그의 동생인 ‘장군’을 집으로 초대한다. 식구들은 데지레의 이런 돌출적인 행동에 기겁을 하지만 이왕 벌어진 일을 원만히 수습하기로 하고 초대 손님을 맞을 준비를 한다.
조제프와 괴상한 이름(뷔오나파르테)의 장군 동생을 보고 데지레네 집 식구들은 그 형제의 초라한 행색에 실망의 기색을 감추지 않는다. 하지만 대화를 나누면서 나폴레옹의 넒은 식견과 독특한 매력은 식구들을 사로잡고 데지레의 언니 쥘리와 조제프는 약혼을 하게 된다. 그리고 데지레와 나폴레옹도 서로에게 점점 호감을 느낀다. 나폴레옹은 툴롱 전투의 승리로 승진하고 군에서 그의 지위는 서서히 높아져 간다. 하지만 ‘테르미도르의 반동’으로 로베스피에르가 몰락하면서 로베스피에르 일파로 분류된 나폴레옹은 성공적인 경력에 작별을 고하고 감옥에 구금되는 신세가 된다. 하지만 새로운 총재정부는 나폴레옹을 처형하지는 않고 석방시키면서 한직으로 내몬다. 쥘리와 조제프의 결혼식 날 나폴레옹은 데지레에게 청혼하고 얼마 안 있다가 정치의 중심지인 파리로 향한다.
나폴레옹으로부터 점점 연락이 뜸해지는 것에 불안해하던 데지레는 수중의 얼마 안 되는 돈을 들고 가출하여 파리로 나폴레옹을 만나러 간다. 파리 사교계의 중심인 마담 탈리앵의 집에 가면 나폴레옹을 만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데지레는 과감하게 그곳으로 쳐들어가고 그 와중에 명망 높은 베르나도트 원수로부터 도움을 받는다. 데지레는 마담 탈리앵의 살롱에서 나폴레옹이 새로운 약혼녀인 보아르네 장군의 미망인이며 파리 사교계의 꽃인 조제핀과 함께 있는 모습을 보고 술잔을 던진 뒤 그곳을 빠져나온다. 나폴레옹에게 새 약혼녀가 생겼다는 충격적인 사실 때문에 센 강 다리 위에서 삶의 의욕을 잃고 망연자실하게 서 있던 데지레는 급히 쫓아온 베르나도트의 위로로 마음을 진정시킨다.
무능한 총재정부를 타도하려는 폭동이 파리에서 일어나자 정부는 나폴레옹에게 국민방위군의 지휘를 맡기고 폭동을 성공적으로 진압한 나폴레옹은 파리 방위 사령관이 되면서 점차 정계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마르세유에서 나폴레옹과 조제핀이 결혼했다는 소식을 듣고 데지레 집안의 온 가족은 큰 충격을 받고 나폴레옹은 이탈리아 원정에 나서 순식간에 이탈리아에서 오스트리아 세력을 몰아낸다. 나폴레옹의 승전보는 온 프랑스를 흥분시키고 모든 프랑스인들의 기대는 나폴레옹 한 사람에게 쏟아진다. 그리고 나폴레옹의 형제들도 나폴레옹 덕분으로 ‘좋은 자리’들을 차지하게 된다.
소심한 언니 쥘리는 갑작스럽게 바뀐 환경의 변화에 어쩔 줄 몰라 하고 데지레에게 함께 파리로 가자고 요청한다. 데지레는 나폴레옹이 그녀를 위해 쉴 새 없이 보내는 장군 청혼자들을 물리치느라 정신이 없는 와중에 빈 대사로 있다가 돌아온 베르나도트 원수와 재회하게 되고 베르나도트 원수가 청혼하면서 두 사람은 결혼하게 된다.
나폴레옹은 무모한 이집트 원정에 나섰다가 영국 해군의 공격으로 발이 묶이게 되고 한참 있다가 나폴레옹은 혼자서 몰래 이집트를 탈출한다. 파리로 돌아온 나폴레옹은 쿠데타를 계획하고 총재정부는 육군대신인 베르나도트에게 나폴레옹의 정부 전복 기도를 막아달라고 요청하지만 베르나도트는 ‘적법한 정부의 명령’ 없이는 움직이지 않겠다고 하며 나폴레옹의 쿠데타를 사실상 방조한다. 나폴레옹은 제1통령의 자리에 올라 권력을 장악하고 곧이어 원로원의 추대를 받는 형식으로 황제의 자리에 오른다.
바티칸의 교황을 불러와 진행된 대관식에서 나폴레옹은 자신의 손으로 직접 황제의 관을 쓰고 조제핀에게도 황후의 관을 직접 씌워주는 파격을 선보인다. 그리고 곧바로 전쟁에 나서 전 유럽에서 승전보를 전해 온다. 나폴레옹과 함께 전선에 가 있던 베르나도트 원수는 정복 지역의 통치에서 수완을 보이고 포로로 잡힌 스웨덴 고위급 인사들한테 깊은 인상을 심어준다. 스웨덴 정부 대표는 파리로 베르나도트를 찾아와 적당한 후계자가 없는 스웨덴 왕실의 왕세자로 와달라고 요청한다.
베르나도트는 나폴레옹에게 그 사실을 알리고 허락을 청한다. 나폴레옹은 프랑스 원수의 지위와 시민권을 유지할 것을 권하지만 베르나도트는 시민권과 원수의 자리도 유지하지 않겠다고 한다. 휘하의 원수가 국왕으로 가게 되어 동맹군을 얻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 나폴레옹은 베르나도트를 순순히 보내준다. 하지만 프랑스와는 너무 다른 동토의 생활과 스웨덴 왕실 사람들과의 불화로 데지레는 혼자서 파리로 돌아온다.
나폴레옹에 대항하는 오스트리아, 프로이센, 영국의 동맹이 서서히 전열을 재정비하고 러시아의 차르까지 손을 잡게 되자 나폴레옹은 역사상 최대의 군대를 편성해 모스크바로 향한다. 나폴레옹은 베르나도트에게 프랑스와 스웨덴의 동맹을 제의하지만 전통적으로 러시아의 입김이 강한 지정학적 위치, 노르웨이와 핀란드 영토 문제 등이 복잡하게 얽혀 베르나도트는 오히려 러시아와 동맹을 체결해 나폴레옹과 맞선다. 그리고 전직 프랑스 원수였던 베르나도트는 프랑스에 대항하는 강대국들의 동맹을 중간에서 조율하는 역할까지 맡는다.
대혁명 때 울려 퍼지던 [라 마르세예즈]의 노래와 함께 나폴레옹은 대군은 러시아 원정을 감행하고 나폴레옹 군의 모스크바 입성 소식이 들려오는데...
언론 서평 및 아마존 독자 서평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이후 가장 매혹적인 역사소설. - 보스턴 포스트
생생하고 우아하며 매우 여성적인 매력을 지닌 놀라운 이야기. 배경이 되는 나폴레옹 시대에 관한 묘사도 생생하고 정확하다. - 이브닝 스탠다드
-유럽 역사에 대한 나의 애정은 이 책으로부터 생겨났다. ★★★★★
-이 책의 역사적 사실은 정확하다. 그리고 작가는 사실과 허구를 책읽기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적절한 방식으로 사용했다. ★★★★★
-이 책을 나는 앞으로도 거듭거듭 읽을 것이다. ★★★★★
-십대인 당신의 딸과 함께 읽어야 할 멋진 책. ★★★★★
-나는 이 책을 적어도 지난 삼십 년 동안 한 해 걸러 한 번씩은 읽어왔다. ★★★★★
-소녀 시절 처음 읽고 그 뒤로 여러 번 읽었는데 읽을수록 점점 더 재미있어진다. ★★★★★
-여러 번 읽어 볼 만한 책. ★★★★★
-오래전 처음 읽은 뒤로 줄곧 내 곁에 있었던 책. ★★★★★
-엄마는 이 책을 나에게 ‘억지로’ 읽게 했다. 나는 이 책을 좋아한다. 나는 내 딸도(아들이라도) 이 책을 읽기를 바란다. ★★★★★
-읽은 지 35년이 지난 지금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 ★★★★★
-위대한 클래식의 모든 요소를 갖춘 소설. ★★★★★
중고단행본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