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공부하지 않은 성군은 없다
1. 한권의 책을 1100번 읽었다
2. 책, 중요 정책의 기초
2장 후학들의 모범이 된 학자들의 공부
1. 공부할 때 차례를 지켜라
2. 학문은 농사와 같다
3. 극기공부를 강조한 도덕자
4. 자기만의 공부법을 터득하라
....
3장 남성들보다 지혜로웠던 여성들의 공부
1. 배운 것을 저버리지 않았구나
2. 이 망르 뼈에 새겨 두거라
3. 조정의 벼슬아치를 탓하다
4. 우주 만물을 연구한 여성 성리학자
....
4장 공부를 즐긴 중인과 평민들의 공부
1. 병도 막지 못한 글 공부
2. 학업이란 익히고 누리는 것
3. 학문은 의리를 구하는 것
4. 가난을 이긴 주역 연구가
....
5장 그밖의 공부 이야기
1. 황희
2. 김수온
3. 권람
4. 신숙주
부록
1. 석실서원 학규
2. 종학원
3. 공부와 관련된 고사성어와 단어, 격언
1. 속성이 각광받는 시대, 평생 지표로 삼았던 옛사람들의 공부
마라톤의 길이 42.195km. 흔히 인생으로 비유되는 이 길이에서 어느 마라토너는 처음부터 선두 주자로 나선다. 하지만 그 마라토너가 완주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 예는 대부분 다른 분야에서도 해당된다. 이것은 페이스 조절 문제가 아니라 42,195km라는 그 긴 과정을 헤아리지 못한 데에서 생기는 것이다. 선행 학습과 속성만이 강조되는 시대, 과연 공부를 그렇게 한다고 해서 참된 행복을 누리며 세상을 살 수 있을까. 다산 정약용은 이미 17세기 중엽, 단순 기억과 암송을 거부하고 공부를 논리적?체계적으로 할 것을 강조하며 세상 살아가는 이치를 깨닫는 공부가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어린아이든 어른이든 천자문을 줄줄 외워도 그 뜻을 이해하지 못하면 무익하다는 것이다.
공부를 잘 한다는 것은 기쁜 일이다. 하지만 그 공부가 오로지 자신만을 위한 공부가 될 때 그 공부는 결국 세상에 폐해를 주고 자기 자신마저 황폐화시킨다는 것을 선인들은 하나 같이 말하고 있다. 평생 벼슬길에 오르지 못한 학자들, 세상을 통치한 임금, 맹자 어머니에 버금가는 조선의 꿋꿋한 여성들의 공부에 대한 일화 및 교훈, 체험을 통해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 철학적인 의문에 이 책은 해답을 주고 있다.
2. 옛사람들은 공부를 어떻게 생각했을까
가. 임금들의 공부
“내가 한어의 역서(譯書)를 배우는 것은 다른 이유가 아니다. 명나라 사신과 서로 만날 때 미리 그 말을 알면 대답할 말을 빨리 생각하여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말은 세종의 외교에 대한 생각이다. 세종은 임금이 될 수 없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태종은 세자였던 양녕대군이 덕을 잃었다는 이유로 폐위시키고 세종을 그 자리에 앉혔다. 가장 큰 이유가 세종이 공부를 즐겼다는데 있다. 세종은 웬만한 책들은 백 번을 넘게 읽었고, 중국 송나라 대문장가인 구양수와 소동파의 짧은 편지글을 뽑아 엮은 『구소수간』은 천백 번을 읽었다. 정조 역시 18세기 문예부흥의 시대를 이끌었던 호학왕(好學王)이었다. 정조는 직접 많은 책을 집필했고, 또한 수많은 저술들을 마치 렌즈의 초점으로 집약시켜 학문의 근간을 이루고자 노력했다. 학자들을 양성시키고자 규장각을 설치하고, 오늘날 도서목록집에 해당되는 방서록을 만들어 책을 일목요연하게 열람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시킨 업적은 오늘날에도 돋보이는 행적이다.
나. 학자들의 공부
점필재 김종직으로부터 혜강 최한기에 이르는 22명의 학자들. 당대 후학들의 모범이 되었던 학자들 중 특히 일두 정여창은 “나는 자질이 남보다 못하니, 만약 전심전력으로 공부하지 않는다면 어찌 털끝 만한 효과라도 얻겠는가”고 말하고 퇴계 이황은 “책이란 정신을 차려서 수없이 반복해 읽어야 하는 것이다. 한두 번 읽어 보고 뜻을 대충 알았다고 해서 그 책을 그냥 덮어버리면 그것이 자기 몸에 충분히 배어나지 못한다”고 독서법에 대해 말하고 있다. 또 연암 박지원은 독서의 마음가짐에 대해 “정숙하게 앉아 공경스럽게 책상을 대하고, 처음 대하는 책을 볼 때에는 묵묵하고 깊이 있게 완미하라”고 강조하고 있다. 다산 정약용은 체계적이고 논리적인 공부를 주장하며 “글자가 생긴 것은 만물을 분류하기 위해서이다. 혹은 그 모양으로, 혹은 그 이치로, 혹은 그 일로 하여 반드시 유(類)를 미루어 널리 통하는 것이니, 그 분류를 다 알고 그 다른 점을 분별한 후에야 이치를 분명히 알게 되어 비로소 문리가 터져 두뇌가 열리게 된다”고 하였다.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지금과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이 책에 수록된 학자들은 속성이 각광받는 시대에 아주 특별한 의미를 주고 있다. 그것은 자신의 명예와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공부를 한 것이 아니라 평생 뜻을 두고 꾸준히 했다는 점이다. 다산 정약용이 아들에게 보내는 권학문이 그 좋은 예가 된다.
폐족 중에 재주 있고 걸출한 선비가 많은데, 이는 하늘이 폐족에게 재주 있는 사람을 내어 폐족을 후대하는 것이 아니라 영달하려는 마음이 학문하려는 마음을 가리지 않으므로 책을 읽고 이치를 연구하여 진면목과 참다운 핵심을 잘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다. 여성들의 공부
조선조 여성들의 공부는 대개 자녀 교육과 연관이 있다. 아무리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자녀들을 가르친 모범적인 삶을 살아간 여성들이다. 물론 윤지당 임씨처럼 우주 만물을 연구한 성리학자와 태교에 관한 최초의 저술가 사주당 이씨 같은 여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들도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한계가 있다. 그러나 공부에 대한 여성들의 이해는 남성 못지 않게 곧고 뜻뜻하게 기술되어 있다.
“집안이 어렵다고 해서 꺾이지 말고, 소용없다 해서 학업을 폐해서도 안 된다.”
김만중의 어머니 윤씨는 최상류층 여성이었음에도 다섯 살의 어린아들과 유복자(김만중)을 엄격하게 훈도하여 대제학에까지 오르게 한 인물이며, 자신의 임신 경험을 바탕으로『태교신기』를 쓴 사주당 이씨는 임산부의 금기 사항을 모으고, 어린아이들에게 가르칠 만한 경전의 문장을 뽑아 정리하기도 하였다.
3. 공부는 이익을 탐하기 위해 해서는 안 된다.
율곡 이이는 공부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공부를 하려는 노력은 늦춰서도 안 되고 조급하게 해서도 안 되며, 죽은 뒤에야 끝나는 것이다. 만약 그 효과를 빨리 바란다면 이 또한 이익을 탐하는 마음이다. 만약 이와 같이 하지 않는다면 부모님께서 물러주신 몸을 욕되게 하는 것으로 이는 사람의 아들이 아니다.
개인의 영달만을 위해 공부하는 현실에서 선인들의 공부는 많은 참고가 될 수 있다. 공부는 어떤 시험에 합격하느냐, 자격증을 받느냐 하는 문제가 아니라 개개인이 평생 자신을 돌아보는 철학적인 물음과 통하고 있다. 이러한 물음에 개인적인 해답을 찾는 쉬운 방법 가운데 하나가 선인들의 공부를 헤아리는데 있지 않을까.
중고단행본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