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경동 ｜ 책을 엮으며
박웅두 ｜ 나의 농민 이력서
안재성 ｜ 내가 복숭아 농사를 포기한 이유는
전정란 ｜ 아스팔트농사
박수정 ｜ 땅과 더불어 사는 사람들
안미선 ｜ 내가 만난 여성농민
윤동수 ｜ 정월 초하루 밤이 섣달그믐까지 이어지듯이
이지홍 ｜ 자유가 있고 내 마음대로 하고, 이래 골짜기라도 만고 편타
손병현 ｜ 돌아오지 않을 풍요
한상준 ｜ ‘쌀 개방 찬반투표’ 조직화사업에 관한 보고서
2004년 겨울, 뜻이 맞는 문학예술인들이 모여 빈 들녘으로 농민들을 만나러 갔다. 이른바 ‘2004문학예술인 창작농활’. 자신들의 펜 하나가, 사진 하나가, 붓 하나가, 노래 한 소절이, 극중 대사 몇 마디가 땅으로부터 쫓겨나는 농민들에게 어떤 위로나 힘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우선의 연대가 절박한 문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함께 여장을 꾸려 나선 이들은 약 60여 명. 장르는 달랐지만 농민들의 삶에 대해 배우고 함께 하자는 마음은 모두 하나였다. 무엇을 가르치거나 전수하려고, 보여주려고 간 것이 아니라 그간 우리가 잊고 있던 땅의 삶을, 농민의 삶을, 신자유주의 시대를 맞은 농민들의 삶을 배우고, 나누고, 연대하기 위해 떠난 길이었다. 전국 4개 지역. 경북 영천, 강원 화천, 전남 화순, 경남 김해의 농민회와 농민 분들과 보낸 5박 6일은 무척 짧았다고 한다. 그동안 모른 척 했던 농민들의 삶과, 농수산물 시장 개방에 맞서 ‘아스팔트농사’까지 져야 하는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시간은 부족하고 또 부족했기 때문이다. 참여 문학예술인들은 낮에는 일손을 돕고 밤에는 농민 자녀들을 대상으로 한 연극교실, 글짓기교실, 그리고 4개 지역에서 동시에 개최된 전국농민문학의 밤 준비로 여념이 없었다. 사진을 찍는 이는 어르신들의 영정 사진을 찍어주고, 그림을 그리는 이는 마을 걸개 그림을 그려 주었다. 그 와중에도 열심히 그러나 조심스럽게 오늘을 살아가는 농민과 농촌의 삶의 모습을 담고 있었다. 5박6일간의 생체험을 통해 농민들의 삶을 다른 르포집을 내보자 했으나, 다녀온 누구도 선뜻 원고를 쓸 수 없다 했다. 평생을 농투성이로 살면서도, 민족농업?통일농업?민중농업?생명농업을 지키고자 싸우고 있는 농민들의 삶을 몇 자의 글로 쉽게 적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쏟아냈다. 기획단장은 성과를 떠나 그런 때 오히려 어떤 안도감이 들었다고 고백한다. 글 몇 편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엇을 느끼고, 인간에 대한 어떤 예의들을 얻고 돌아왔는지가 훨씬 의미 있는 일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함부로 적지 않는 마음, 함부로 묘사하지 않는 마음, 내 마음에 깊은 체화가 있기 전까지는 함부로 다른 이들의 삶을 평가내리지 않으려는 마음들이 2004 문학예술인 창작농활의 가장 큰 결실이라면 결실이다. 하지만 부족하더라도 농민과 함께 지낸 5박6일을, 농민들의 삶을 사회적으로 증거하는 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2005년을 맞는 한국 사회 농민들의 삶 전체를 다루고 있지는 못하지만 오히려 이 책을 통해 다시 농민들의 삶에 대한 관심이, 농촌문제에 대한 연대의 마음들이, 농민들뿐만이 아니라 평범하게 살아가야 하는 대다수 민중들의 삶의 옥죄고 있는 신자유주의 세계화 논리에 대한 대항의 마음들이 조금씩 더 커져 나가기를 소망하는 마음이다. 다른 무엇보다 생산가치가 떨어지는 일들은, 인간들은 폐기처분되어야 한다는, 되어도 좋다는 이 냉정하고 추악한 자본주의 사회의 윤리에 맞서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크다. 사회적 연대감의 회복이 밥 먹여 주냐고 하는 쓸쓸한 패배감은 농민 총파업을 위해 여의도로 올라왔던 어떤 농민의 고백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농업이 벼랑 끝으로 가고 있다. 이런 문제를 단순히 농민문제로 치부하는 언론의 문제도 있다. 농촌문제를 우리의 문제로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여의도에 10만이 모이면 다 해결될 줄 알았는데 30만이 모여도 해결이 안 된다. 여의도 바람 부는 데서 외롭고 또 외로웠다.”
중고단행본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