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장애아와 그 가족이 진정한 삶의 가치를 찾아가는 눈물과 감동의 여정!!
이 책은 죽음의 벼랑까지 내몰린 아들 에이단을 향한 부모의 헌신에 대한 감동적인 이야기이자, 고대 동양 철학의 가르침을 통해 궁극적으로 ‘인간다움’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영감을 주는 이야기이다. 에이단은 태어난 지 아흐레 만에 원인을 알 수 없는 발작을 일으켜 정신지체, 시각 장애는 물론 5세 이전에 죽을 것이라는 판정을 받는다. 이어 찾아온 폐렴으로 급식관을 삽입해 영원히 먹는 즐거움을 누릴 수 없게 되었으며, 보지도 말하지도 걷지도 못한다. 몸이 경직되고 뒤틀리거나 웃음이 멈추지 않는 각종 발작이 연이어 찾아오기도 한다. 동양학을 전공한 미국의 대학 교수 샘 크레인은 에이단이 태어나기를 기다리던 행복한 순간부터 장애인으로 성장하는 과정과 위기, 고통 등을 객관적이면서도 군더더기 없는 문체로 써내려 간다. 그리고 글 중간중간 《도덕경》과 《장자》를 인용하면서 독자들로 하여금 사랑의 위대함과 함께, 인생이란 곧 도에 이르는 길임을 일깨워준다. 저자는 에이단이 일으키는 발작이나 소아 집중치료실에서 사경을 헤매는 고통의 순간까지도 냉정하게 기록해서 들려주는데, 감정을 절제한 다큐멘터리식 문체에서 독자들은 가까이에서 에이단을 지켜보는 듯한 현장감과 가족들의 헌신적인 노력에 가슴 찡한 감동을 경험하게 된다. 에이단의 삶이 냉정한 분석가였던 저자를 집착이 아닌 자유로움으로, 개인이 아닌 더불어 사는 삶에 헌신하도록 이끌어주었듯이, 이 책을 읽는 독자들 역시 진정한 삶의 가치는 어디에 있는지, 온전한 육체를 가지고 있지만 정신은 과연 그러한지 한번쯤 진지하게 뒤돌아보게 된다.
동양 철학의 거장과 만나다
이 책에서 인용하고 있는 노장 철학老壯哲學은 동양 사상의 양대 산맥 중 하나로, 공자와 맹자의 유가 사상儒家寫象과 반대 지점에 있다. 노장 철학의 가장 큰 흐름은 인위적인 것을 부정하고 무위자연無爲自然의 도에 따르라는 주장이다. 공자와 맹자의 유가 사상이 예를 중시하고 그에 따르는 실천을 중시한 반면, 노장 철학은 영원한 삶이란 자연의 도와 함께 이루어지는 것으로 전체의 삶을 위해 순간적인 삶을 조작하거나 배척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펼쳤다. 따라서 노장 철학은 인간 존재의 궁극적인 문제인 삶의 본질을 다룬 사상인 셈이다. 샘 크레인이 이 동양의 고전적인 지혜를 차용한 것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꿈에 부풀어 기다리던 첫아들이 심각한 뇌 장애를 일으키고 다섯 살 이전에 죽을 것이라는 끔찍한 선고를 들었을 때, 샘은 《주역周易》을 펼쳐들었다. 샘에게 있어 주역은 재난에 부딪혔을 때 지금 자신이 어느 길 위에 서 있는지, 나아가 최선의 길이 무엇인지를 말해주는 지침서이다. 아버지는 울면서 묻는다. 에이단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 그리고 에이단은 어떻게 될 것인가? 샘 크레인의 질문에 주역의 괘는 ‘심연’을 가리켰다. 막막한 어둠. 그러나 책은 완전히 비관적이지만은 않았다. 단지 위험 속에만 있는 것은 아니었고, 벗어날 방법을 알려주었다.
물은 끊임없이 흐른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이 가고자 하는 곳에 이른다.
샘 크레인은 에이단의 장애를 받아들이고, 자신의 계획과 소망을 거기에 맞추기로 했다. 그 점괘에 이미 희망이 있는 것이다.
도교의 기본 사상 《도덕경》과 폭넓은 세계관을 가진 《장자》
에이단의 장애는 점점 심해졌다. 과학의 한계에 부딪힌 샘은 종합병원 소아 집중 치료실에서 《도덕경》을 읽는다. 좀더 긍정적이고 전망이 있는 뭔가를 찾기 위해 도교의 기본적인 책을 택한 것이다.
천하는 신비로운 그릇이다.
마음먹은 대로 다루어지지 않는 어떤 것이다.
개선하려고 하면 실패할 것이고,
잡으려고 하면 잃을 것이다.
샘은 이 구절을 통해 신체적으로 장애가 있고 보지도 걷지도 일어나 앉지도 못할 뿐 아니라 일찍 죽을 수도 있는 에이단이지만, 이런 차이가 에이단이 정상인들과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걸 깨닫는다. 에이단 역시 이 세계의 한 부분이다. 따라서 에이단의 삶의 가치를 격하시키는 의사들의 판단은 그릇 것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도덕경》이 삶을 이해하기 위해 애쓰는 개인은 물론 정치인들의 나라 다스리는 일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주제를 다루고 있다면, 장자의 글은 개인적인 투쟁과 교화에 좀더 집중되어 있고, 많은 유머와 인생의 여정에 따르는 불합리함을 담고 있다. 장자의 세계관이 가진 포용력은 샘에게 강력한 의지가 되었다.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지 말라는 장자의 가르침은 세상의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라는 말이다. 인내와 존중, 겸손의 윤리인 것이다. 저자는 장자의 가르침대로 에이단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에이단과 자신의 한계 내에서 최선을 다한다. 에이단에게 최악의 순간이 닥친다면, 인위적으로 소생시시키기를 거부할 마음까지 가지고 있다. 그것이 도를 거스르지 않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살아 있는 동안에는 ‘타고난 모습 그대로’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는 자세를 지킬 따름이라고 주장한다.
샘과 아내 모린은 건강한 둘째 마거릿을 낳았으며, 에이단은 일반 아이들과 함께 유아원에 다닌다. 에이단은 의사가 예언한 다섯 살은 넘겼지만 언제까지 살아 있을지는 모른다. 그러나 에이단의 가족은 행복하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그들은 하루하루 최선의 삶을 꾸려가며 자연의 도를 따라 살아갈 것이다.
중고단행본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