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차마 말하지 못한 부모의 마음
둘, 부모는 아이의 마지막까지 남을 스승
셋, 부모가 되어 불러보는 그리운 이름
넷, 세월이 내게 가르쳐준 것들
다섯, 우리 살아가는 동안에
16년간 내내 한 아이의 아버지로 살아왔고, ‘아빠’라는 말을 무심히 편하게만 듣고 살아왔지만, 이 책을 준비하는 동안의 ‘아버지’는 내게 엄청난 부담이 아닐 수 없었다. 자식뿐만 아니라 부모에 대한 사랑, 그리고 의무를 되새김해보는 시간으로, 의무는 물론 사랑까지도 내겐 엄청난 짐이 되어 가슴을 짓누르며 마음을 옥죄어왔다. 줄곧 이어진 과거에로의 회상은 후회와 안타까움일 뿐 만족이나 흐뭇함은 없었다.
아버지로 살아온 16년은 아이에게 늘 부족했고 아이에게 늘 미안했다.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우려 하자, 아들이 자기와의 약속을 상기시키며 담배갑을 빼앗았다. 그리고는,
“아빠, 기타치고 노래해봐. 그러면 기분전환이 된다고 했잖아?”
이래서 책장에 묵혀둔 노래책을 꺼냈고 거기서 오래 전 즐겨 부르던
<목로주점>을 발견했다. 그리고 <부모로 산다는 것>을 돌이키는 내내
자주 이 노래를 담배 대신 흥얼흥얼 읊조리곤 했었는데,
멋들어진 친구 내 오랜 친구야
언제라도 그곳에서 껄껄껄 웃던
멋들어진 친구 내 오랜 친구야
언제라도 그곳으로 찾아오라던
이왕이면 더 큰 잔에 술을 따르고
이왕이면 마주 앉아 마시자 그랬지
그래 그렇게 마주 앉아서
그래 그렇게 부딪혀보자가장 멋진 목소리로 기원하려마
가장 멋진 웃음으로 화답해줄게
오늘도 목로주점 흙바람벽엔
삼십촉 백열등이 그네를 탄다
월말이면 월급 타서 로프를 사고
연말이면 적금 타서 낙타를 사자
그래 그렇게 산에 오르고
그래 그렇게 사막에 가자
가장 멋진 내 친구야 빠뜨리지마
한 다스에 연필과 노트 한 권도 . . .
마주 앉은 내 친구는 내 아들이었고, 내가 껄껄껄 웃으면 같이 따라 웃던 친구도 아들이었다. 로프 대신 시외버스표를 함께 끊었고, 낙타 대신 꿈을 함께 세웠다. 한 다스의 연필과 한 권의 노트 대신 동해안을 역시 함께 또 걷고 걸었었다. 때로는 서재 구석이, 때로는 바닷가 파도 곁이 우리들의 목로주점이 되어 아들은 아빠의 술잔에 술을 따랐고, 아들은 ‘크어!’로 화답해왔다. 안동하회마을 앞 도로를 걷고 있는데,
“아빠, 친구 같아서 고마워!”
어깨동무해 오는 더 큰 아들놈 등에 업혀 보니 절로 눈물이 흐르고 말았다. 늘 부족하고 늘 미안하고...... 우리 아버지의 마음이요 우리 어머니의 가슴이다.
“아빠 등에 업혔던 어릴 적이 생각난다, 아빠야. 이젠 내가 더 덩치가 크니 아빠를 업어줘야겠네.”
아니 아직, 하며 등 교대를 했다. 삼십촉 백열등이 아니라 내 두 다리가 휘청거렸지만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었던지,
“거뜬하네, 아직! 그러니 더 커라!”
우리는 그리고 <목로주점>을 함께 부르기 시작했다.
「그래 그렇게 마주 앉아서 그래 그렇게 부딪혀보자」.
중고단행본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