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을 뛰어넘어 친구 되기
<펠릭사랑 결혼할 거야>는 아프리카에서 독일로 입양돼 온 한 흑인 남자아이 다비드와 백인 여자아이 펠릭사의 소꿉장난 같은 에피소드들을 재미나고 아기자기하게 들려준다. 또한 귀엽고 재밌는 상황들을 빌려 ‘다름’과 ‘차별’에 대한 진지한 물음을 던져 주는데, 다소 무거운 이야기지만 전혀 딱딱하거나 무겁지가 않다. 아프리카에서 입양돼 온 꼬마 다비드의 시각에서 씌어진 이야기를 읽어 내려가다 보면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다름’과 ‘차별’의 문제에 대해 자연스럽게 생각해 보게 되고, 자기 자신은 어떻게 행동했는지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그건 어리석음이야, 아니면 몹쓸 병이든지”
―외국인 차별에 대하여
까만 피부에 뻣뻣한 곱슬머리의 다비드는 백인 중심의 독일 사회에서 어딜 가나 눈에 띈다. 당연히 사람들은 길을 가다가도 돌아서서 한 번 더 쳐다보고, 곱슬곱슬한 머리카락을 호기심을 갖고 만져 보기도 한다. 어린이집에 간 첫날은 아이들이 비명을 지르며 피하려고 해 다비드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이렇듯 다비드는 백인 사회에서 유색 인종이고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사람들의 불편한 시선과 차별을 받는다. 다비드의 엄마 아빠는 그것은 어리석음이거나 몹쓸 병에 걸린 것이라며, 다비드에게 그들이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일러 준다.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차별하고 싫어하는 것이 단지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 때문이라는 것에 고개를 갸우뚱하며 쉽사리 납득하지 못하는 다비드. 이 책은 다비드의 순수한 눈을 통해 어른들이 얼마나 어이없고 쓸데없는 잣대를 들이대어 편을 가르고 차별하고 있는지를 보여 주고 있다.
“나는 널 마음이 아파서 낳은 거란다.”
―입양에 대하여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차별받는 것 외에도 다비드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이 또 하나 있다. 그건 가끔씩 아이들이 다비드의 엄마 아빠가 다비드와 너무나 다르게 생겼다는 이유로 친부모님이 아닐 거라고 얘기하는 일이다. “우리가 널 입양했단다. 넌 내 배에서 나오진 않았지만, 마음에서 태어난 거야. 그러니 우리가 진짜 엄마 아빠야.” 엄마는 다비드에게 이렇게 말하며 낳아 준 엄마만이 진짜 부모가 아니라, 사랑으로 거둔 부모도 진정한 부모임을 알려 준다. 그리고 그 사랑도 실제로 낳아 준 부모의 사랑과 다를 바 없이 깊고 강한 것임을 확인시켜 준다. 우리나라에서 입양을 꺼리거나 입양하더라도 쉬쉬하며 덮어 두는 것과는 달리 다비드의 부모님은 떳떳하게 입양 사실을 알려 주고, 다비드의 아프리카 뿌리에 대해 말해 주며, 그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자부심을 갖도록 가르친다. 이런 열린 태도에 영향을 받아 다비드는 입양이 부끄럽거나 감춰야 하는 것이 아님을 인식하게 된다. 이 책은 어린이들에게 입양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생각할 수 있게 해 준다.
아이들의 생각을 고스란히 읽어 낸 유쾌한 이야기
아이들은 누구나 한 번쯤 나중에 누구누구랑 결혼하겠다는 말을 하곤 한다. 여자아이는 아빠나 오빠 혹은 유치원 친구와 결혼하겠다고 하고, 남자아이는 엄마나 또래 친구와 결혼하겠다며 제법 진지하게 얘기한다. 이 책은 이런 꼬마들의 깜찍한 발상을 토대로 씌어졌다. 초등학교 1학년과 유치원생인 다비드와 펠릭사의 천진난만한 모습은 따뜻한 오렌지 빛 표지처럼 밝고 유쾌하다. 결혼을 해서 제빵사와 요리사가 되면 활동 시간이 정반대이므로 침대가 하나만 있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나, 흑인인 다비드와 백인인 펠릭사가 결혼해서 아이를 낳으면 줄무늬나 바둑판무늬 아이가 나올까 봐 걱정하는 모습 등등 곳곳에 아이다운 엉뚱하고 기발한 상상력이 풍부한 웃음거리를 준다. 그리고 어른들이 그어 놓은 ‘다름’의 잣대 없이 자연스럽게 친구가 되는 모습에서, 아이들은 순수하고 선입견을 가지지 않았음을 보여 준다.
우리나라에서는 외국인 노동자를 차별하는 어른들의 태도가 그대로 아이들에게 전달되어, 맑은 아이들의 생각까지 편견으로 얼룩지게 만들지나 않을까 걱정되는 형편이다. 이 책에는 사람들의 각기 다른 모습, 삶의 다양성을 인정해 주고 좀 더 넓은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길 바라는 작가의 생각이 담겨 있다. 문명과 기기만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세계화’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도 열려서 그 안에 담긴 사고도 세계화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유쾌한 이야기를 통해 전해 주고 있는 것이다.
새까만 피부에 곱슬곱슬한 머리의 다비드는 하얀 피부에 금발인 엄마 아빠와는 전혀 닮지 않았는데, 엄마 아빠가 아프리카에서 독일로 다비드를 데려와 입양했기 때문이다. 남들과 다른 외모 때문에 사람들은 다비드를 호기심 가득한 시선으로 쳐다보고, 예의 없이 행동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다비드도 이제는 자신이 사람들 속에서 눈에 띈다는 사실쯤은 대수롭지 않게 여길 만큼 익숙해졌다. 그러나 어린이집에 간 첫날 아이들이 모두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고, 함께 어울리려고 하지 않을 때는 다비드도 정말 큰 상처를 받았다. 시간이 지나 금발에 자그마한 여자아이 펠릭사가 다가왔고, 다비드는 곧 어린이집에 적응한다. 펠릭사는 다비드가 아프리카에서 왔기 때문에 다비드를 좋아한다고 말하고, 둘은 앞으로 결혼하기로 약속까지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다비드와 펠릭사는 빵 가게에 심부름을 다녀오는 길에 이상한 아저씨를 만나게 된다. 아저씨는 술에 잔뜩 취해 다비드를 ‘깜둥이’라고 욕하고, 빵 가게 벽에는 ‘외국인 차별 반대’라는 이해하지 못할 문구가 씌어진 포스터도 붙어 있다. 인종의 차이를 극복하고 다비드와 펠릭사는 결혼할 수 있을까?
중고단행본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