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트막한 배꼽산을 사이에 두고 동쪽에는 양지뜸이, 서쪽에는 음지뜸이 옹기종기 마을을 이루고 있는 어느 시골 마을. 양지뜸과 음지뜸이 만나는 길목엔 은행나무 한 그루가 있다. 어른 대여섯 명이 양팔을 벌리고 안아야 겨우 안을 수 있는 이 나무는 천 살이 되었다고 해서 천년나무로 불린다. 오랜 옛날 이 은행나무 옆에 주막이 있었는데, 이 곳에 머물던 보따리 장수들이 밤이 되면 은행나무 아래에 모여 오줌멀리싸기 내기를 하며 하루의 피곤을 풀곤 했다. 이렇게 시작된 오줌멀리싸기 시합은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마을 아이들의 연중 행사가 되어 해마다 8월 첫째 주 토요일이 되면 천년나무 아래에서 오줌멀리싸기 시합이 열린다. 시합에서 이기는 아이는 “오줌장군“ 또는 “오장군“이라 불리며 마을 아이들의 영웅이 된다. 작년에는 음지뜸에 사는 도채가 1등을 해서 상품으로 받은 축구공을 가지고 대장 노릇을 하며, 자기에게 잘 보이지 않으면 축구 할 때 끼워 주지도 않는다. 도채는 할아버지 때부터 사이가 안 좋은데다 오줌장군인 자신에게 굴복하지 않는 갑모를 늘 못마땅해하고, 감기에 걸려서 1등을 놓쳤던 갑모는 올해는 꼭 오줌장군이 되어 도채의코를 납작하게 해 주겠다며 벼른다. 오줌이 잘 나온다고 해서 막걸리도 마셔 보고, 뒷산 솔밭에 연습장까지 만들어 놓고 별의별 방법을 다 써 가며 연습에 몰두한다. 과연 올해에는 누가 오줌장군이 될까?
드디어 결전의 날, 팽팽한 접전 끝에 양지뜸 대표 선수인 갑모가 1등을 하고 야구방망이와 야구장갑을 상품으로 받는다. 이 시합을 계기로 전부터 서로 으르렁대던 음지뜸 아이들과 양지뜸 아이들은 각각 개울 옆 공터에서 축구와 야구를 하며 서로 자기네가 하는 놀이가 더 재미있다고 자랑을 하며 옥신각신한다. 시합에서 1등을 빼앗긴 도채는 소와 염소를 풀어 양지뜸 아이들을 골탕먹이고, 이 사실을 알게 된 갑모는 양지뜸 아이들과 모의하여 소똥 싸움으로 대응한다. 도채는 소똥을 피하려고 도망치다가 그만 땡감을 밟고 미끄러져 머리를 다친다. 갑모는 도채가 자기 때문에 다쳤다고 생각하며, 도채가 자기 아버지에게 이르지 않을까 불안해하며 마음을 졸인다.
그러던 어느 날, 도채는 폭우에 분 개울물에 빠진 축구공을 꺼내려다 물에 휩쓸려 버린다. 갑모는 잠시 망설이다 도채를 구하러 개울물에 뛰어든다. 그 이후 두 아이는 속으로는 화해를했으면서도 자존심 때문에 서로의 마음을 표현하지 못한다. 축구공이 물에 떠내려가 버려 축구를 하지 못하게 된 음지뜸 아이들은 도채의 눈치를 보며 하나둘씩 양지뜸 아이들의 야구놀이에 끼어들고, 도채는 풀이 꺾이면서도 마지막 남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쉽게 합류하지 못하다가 갑모의 적극적인 제의에 마지못한 척하며 아이들과 어울린다. 함께 놀며 어느새 서로 마음이 풀어진 갑모와 도채. 그러나 야구공마저 개울물에 떠내려가자 아이들은 돈을 모아 야구공을 산다. 그리고 모두 함께 쓰자는 갑모의 제안에 따라 야구방망이와 야구공을 천년나무에 뚫린 구멍에 놓아 둔다.
중고단행본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