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베니스 영화제 산마르코상 수상작 <보드카 레몬>을 만든 이네 살림 감독의 ‘자전적 소설’
쿠르드 말로, 쿠르드 사람이 출연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던 어린 소년 아자드. 아자드의 이야기를 읽으면 영화 <아리랑>을 만든 나운규를 바라보는 느낌이 든다. 언어를 빼앗기고 네 나라로 국토는 찢어지고 억압과 폭정 앞에서 두려워하지 않고 끝없이 투쟁하는 쿠르드족. 그것은 일제 식민치하의 우리 모습이 아니었을까? 이 소설의 주인공 아자드는 영화 <보드카 레몬 Vodka lemon>의 감독 이네 살림의 어린 시절의 이야기다. 실제로 이네 살림은 이라크 내에서 행해지는 쿠르드족에 대한 억압을 겪었고 프랑스로 망명한 후 어린 경험을 바탕으로 소설 <아버지의 총>을 썼다. 소설 속 아자드는 텔레비전을 보면서 쿠르드 말과 쿠르드 사람이 등장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꿈을 키운다. 아자드가 곧 이네 살림이니 이네 살림은 어린 시절 꿈을 이루어 영화 감독이 된 것이다. 그의 최근 영화 <보드카 레몬>은 2003년 베니스 영화제에서 산마르코 상을 수상했다. 소설 속에서 아자드의 아버지는 낡은 총 한 자루로 쿠르드족의 독립을 이루어내려 했지만 그의 아들은 영화로써 아버지의 뜻을 잇고 있다.
이 책의 주인공 소년, 아자드는 자신의 유년 시절과 사담 후세인이 권력을 장악한 이후부터 그가 17세에 유럽으로 망명하기 전까지의 자기 집안 이야기를 들려준다. 삼촌과 사촌의 죽음을 시작으로 아자드에게 쿠르드족의 억압은 현실로 다가왔다. 집을 버리고 숨어지내야 했다. 그런 와중에도 아버지가 원하는 판사가 변호사가 되기 위해 아자드는 노력했지만 학교에서는 쿠르드 말은 쓰지도 않았다. 쿠르드족은 이라크인이 되도록 강요받고 있었던 것이다. 쿠르드족으로서, 가족의 일원으로서, 사춘기를 보내는 소년으로서, 아자드는 힘든 자아찾기를 한다. 레지스탕스의 일원이 되려고까지 했지만 결국 자신을 위해, 가족을 위해, 쿠르드족을 위해 아자드는 위험한 도박같은 결심을 실행한다. 책 속에는 쿠르드족의 독립의지, 이라크인의 억압, 억압 속에서 버텨내는 가족간의 사랑, 아들을 위한 아버지의 사랑이 잘 묘사되어 있다. 그저 사건과 사건의 나열일 뿐이지만 사건 하나하나에는 찡한 꿈이 담겨 있고 이것이 이 책 <아버지의 총 Le fusil de mon pere>이 세계 여러 곳에 번역 출간되는 이유일 것이다.
중고단행본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