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엮으며
우리는 결국 모두 형제들이다 - 시애틀 추장
자유와 평등을 넘어서 - 피에르 신부
죽음을 앞두고 - 장보네
사랑하는 젊은 친구들에게 - 달라이 라마
독서론 - 미끼 기요시
대자연의 아름다움 속에 살자 - 타고르
무엇을 사랑하든 독사처럼 칭칭 감겨들어라 - 노신
우물가의 기적 - 헬렌 켈러
육체적 고통 - 톨스토이
도연명, 그는 그렇게 살았다 - 임어당
'가벼움의 시대, 청소년들의 마음에 새기는 조금은 무거운 인생 이야기'
우리 시대 선지식 중의 한 분인 고려대학교 김남호 교수는 점점 기체의 속성을 닮아가는 우리의 삶과 문화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진단하고 걱정한 바가 있다.
'우선 가벼울수록 좋은 것이 되었다. 운동화나 노트북 그리고 휴대폰 등과 같은 상품만 그런 것이 아니다. 다이어트도 가벼움에 대한 욕망이다. 문학작품을 비롯한 책의 내용도 공기처럼 가벼운 것이 선호된다. 인생도 신바람나게 가볍게 사는 것이 좋은 것으로 인식되고 인간관계도 가벼운 것을 원한다. 톡톡 튀는 가벼운 말과 행동이 널리 사랑받는다. 무거운 윤리나 이념, 그리고 진지한 비판은 환영받지 못한다. 그대신 가벼운 개그가 사회적 소통의 주류를 이룬다. 우리시대는 기체처럼 가벼운 개그의 시대다. 가벼움의 미덕을 지닌 것이 아니면 대중의 눈길을 끌지 못한다. 기체는 형체가 없다. 이것은 정보통신시대 또는 사이버세상의 특성이기도 하다. 기체는 빠르게 움직이고 늘 변화한다. 오늘날 우리의 삶과 문화는 기체를 닮아 모든 것이 순식간에 나타나고 또 없어진다. 그러나 이같은 기체 지향성은 우리의 삶까지도 기체처럼 허무한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 오늘날 우리는 분노도 아픔도 부끄러움도 진실도 기체처럼 날려버린다. 우리의 삶과 사회가 온통 기체처럼 사라져도 좋은 것일까.'
아름다움이란 과연 무엇일까. 들에 핀 꽃이나 밤하늘의 별처럼 그저 봐서 예쁘면 아름다운 것일까. 물론 그것들이 아름답기는 하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것이 다는 아니다. 보다 중요한 것은 더러운 연못 속에서 아름다운 연꽃이 피어난다는 사실이다. 우리에게는 내면에 품고 있는, 혹은 그 과정의 아름다움을 볼 줄 아는 눈이 필요하다.
우리는 십대 청소년들이 더러움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는 눈을 갖기를 바란다. 추한 것을 피하지 않고 똑바로 응시하기를 바란다. 무엇보다 우리는 그들에게 그런 능력이 있다는 것을 믿고 있다.
사실 십대 시기는 아직 '미성숙' 한 상태이다. 그럴수록 십대들을 어른들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인격체로서 존중해 줄 필요가 있다. 또 사회의 여러 가지 현상과 의견을 접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하며, 말할 기회도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 그래야만 그들이 일분일초를 다투며 돌아가는 21세기 사회 속에서 중심을 잃지 않는 '주인공' 으로 자라날 수 있다. 21세기의 주인공은 말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기성 세대들은 첨단 기술자에 앞서, 수학 능력이 뛰어난 사람에 앞서 그들 스스로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고 사회를 둘러보면서 더불어 사는 사회에 대한 높은 이상을 구현할 수 있도록 도와줄 필요가 있다.
'청년아 나를 딛고 오르거라!' 라고 노신은 얘기했다. 앞만 보고 달려온 기성 세대에겐 귀중한 경구警句가 아닐 수 없다. 기성 세대야 앞뒤 돌아볼 틈도 없이 밤낮으로 일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제 막 자라나는 세대들은 사정이 다르다. 그들에게는 서로 돕고 배려하고 양보하고 부축해 주는 사회를 만들 수 있는 힘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이 책에 실린 모든 글들에 관통하는 것은 바로 '사랑' 과 '아름다움' 그리고 '믿음' 이다. 이런 주제가 다소 무겁고 구태의연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이것들이야말로 인류의 영원한 숙제이자, 가벼움이 팽배한 우리 사회가 요구하고 있는 미덕이라는 생각에 홀가분한 심정으로 엮을 수 있었다. 물론 이 한 권으로 세상살이의 모든 영역과 이야기를 다하기란 힘들다. 다만 청소년들과 툭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마당이 될 수는 있지 않을까 하는 조심스러운 마음이다. 흔히 우리 교육이 닫혀 있다고들 말한다. 우리 사고가 열려 있지 못한 것도 그 때문이고, 올바른 토론 문화가 형성되지 못하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들 한다. 우리는 이 책이 청소년들과 한바탕 세상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얘깃거리가 되기를 바란다. 자신과 다른 의견 탓에 불편하더라도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도 보탠다.
중고단행본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