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인간 게놈 프로젝트
1. 신비의 베일을 벗는 생명의 설계도
2. 게놈 연구가 나아갈 길
3. DNA 칩이란 무엇인가
4. 유전자가 세상을 바꾼다
2장. 복제
1. 복제란 무엇인가
2. 인간 배아 복제, 허용할 것인가
3. 생명의 시작은 어디인가
4. 인간 복제, 무엇이 문제인가
5. 불임에 도전하는 생식의학
3장. 유전 형질의 전환
1. 유전자 조작 식품 먹어도 되나
2. 인간 유전자 이식한 형질 전환 동물
수록자료
1. 생명 특허 전성 시대 임박
2. 유네스코 '인간 게놈과 인권에 관한 보편 선언'
3. 시민이 참여하는 과학기술정책, 합의회의
4. 남자도 임신이 가능할까
5. 유전자 조작 식품이란
6. 합의회의 시민 패널 보고서 서문과 요약문
7. 사람 귀를 등에 단 쥐
8. 실험실은 동물권 사각지대
과학의 세계는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알다시피, 이러한 과학의 진보는 이미 알려진 사실들을 끊임없이 수정함으로써 얻어진다. 이 책의 초판이 나온 지 불과 3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동안에도 새로운 사실들이 발견되고 또 그간의 많은 오류들이 밝혀졌다. 먼저, 인간 게놈 지도가 완성됐다. 전세계의 주목을 받던 최초의 복제 동물 돌리는 그 명을 다하지 못하고 죽었고, 진위 여부를 놓고 논란이 많지만 클로네이드 사에서 최초의 복제 인간이 탄생했다는 발표를 내기도 했다. 또 바로 얼마 전에는 서울대 수의학과 황우석 교수와 의대 문신용 교수가 인간 배아 복제를 통해 줄기세포를 ‘세계 최초’로 얻어 난치병 치료에 획기적인 돌파구를 마련함으로써 전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이 ‘과학적 쾌거’ 뒤에는 ‘생명의 존엄성’을 둘러싼 치열한 논란이 자리하고 있다. 그동안 적극적인 대응을 미뤄오던 정부가 드디어 2003년 말 ‘생명윤리법안’을 통과시킴으로써 인간 복제는 금지됐지만, 인간 배아 복제를 비롯해 여타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게다가 이미 우리 주변에는 안전성 평가를 받았는지 여부와는 관계 없이 유전자 조작 식품들이 공공연히 돌아다니고 있다.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 위험’이라고 해서 도외시하기에는 과학은 우리 곁에 너무나 가까이 있다.
이 책은 이미 옛날얘기가 되어버린 각종 자료들을 최신 연구 결과로 대체하고,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과학자 황우석 교수의 실험 과정과 인간 배아 복제의 성공, 최초의 복제 인간 ‘이브’ 등 새롭게 떠오른 이슈들이 가지는 의미와 문제들을 새로이 정리해 보여준다. 나날이 새롭게 밝혀지는 이 과학의 발견들은 이제는 우리가 찬반 양론을 넘어 좀더 현실적인 고민을 해야 할 때임을 시사하고 있다. 생명공학의 결과물들은 우리들에게 끊임없는 선택을 요구한다. 그것도 아무런 판단의 근거나 사전 정보도 없는 채로. 유전자 조작 식품은 과연 안전한가. 복제 기술을 이용해 아기를 얻겠다는 불임 부부의 주장을 받아들일 것인가, 불치병을 앓는 이의 신체 장기를 대체하기 위해 배아 복제를 하는 것이 나쁜가... 등등. 이제 이러한 문제들은 공상 과학 소설에서만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의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이 책은 바로 이러한 문제 의식에서 출발하여 게놈 프로젝트, 복제, 유전자 조합 식품이 현재 한국에서는 어떤 수준에 와 있으며, 지금 우리 곁에서 어떤 논쟁을 일으키고 있는지를 균형 잡힌 시각으로 살펴본다. 그리하여 우리 자신뿐만 아니라 이 세상 근본에 대해 결정적 영향을 미칠 유전공학에 대해 우리가 어떤 시각과 태도로 응대할 것인지를 진지하게 생각하게 한다.
인간 게놈 지도 완성되다
2003년 4월 14일 미국 국립인간게놈연구소(NHGRI) 소장 프랜시스 콜린스 박사는 인간의 게놈 지도 작성이 완성됐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미 수년 전부터 인간 게놈 프로젝트의 성과물이 97% 이상 밝혀졌고, 100% 달성이 수시로 예고돼왔다. 게다가 인간 게놈 프로젝트가 완성되기 얼마 전부터 많은 과학자들의 추측을 뒤엎고 인간 유전자의 수가 예상의 절반에 못 미치는 3∼4만 개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러나 인간이 비록 유전자 수가 초파리보다 두 배밖에 안 된다 해도 초파리에 비해 수백 배 복잡한 생리 작용을 가졌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이 점에서 과학자들은 ‘1개 유전자 ＝ 1개 단백질’ 공식이 잘못됐다는 데 대체로 공감한다. 즉 10만여 개 단백질은 3∼4만 개 유전자가 복잡한 상호 작용을 거쳐 만들어낸 작품이라는 것이다. 미국 하버드대 동물학과 스티븐 제이 굴드 교수는 “이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은 유전자 하나가 여러 개의 메시지를 만들 수 있다고 가정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인간의 유전자는 유전 암호를 지니고 있는 부분(엑손)과 암호가 없는 부분(인트론)으로 구성돼 있다. 인트론을 잘라내고 엑손을 연결해 단백질 생산을 위한 신호를 만드는 과정에서 엑손이 빠지거나 연결 순서가 달라지면 하나의 유전자에서 여러 개의 메시지, 즉 단백질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만일 이 가설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인간 게놈 프로젝트 본연의 목적인 난치병 치료에는 예상보다 큰 난관이 존재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질병을 치료하는 데 유전자 하나만 치료하면 된다는 생각에 찬물을 끼얹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최초의 복제 아기 ‘이브’ 태어나다
2002년 12월 27일 미국 종교 단체 라엘리언 무브먼트 산하 클로네이드 사는 미국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에서 가진 기자 회견에서 복제술로 임신된 아기가 26일 오전 제왕절개수술을 통해 3.2kg의 건강한 몸으로 태어났다 고 밝혔다. 아기의 이름은 '이브'. 성서에 나온 최초의 여인 이름을 따서 붙였다. 하지만 이 아이의 얼굴은 전혀 공개되지 않았고, 실제로 복제 인간인지 입증할 수 있는 DNA 자료도 제시되지 않아 일각에서는 클로네이드 사의 근거 없는 선전에 불과하다는 해석이 나왔다. 그런데도 세계는 발칵 뒤집혔다. 정자와 난자의 수정이 아닌 체세포와 속이 빈 난자의 결합으로 아기가 태어난 것은 생명체를 만들어내는 행위, 즉 '신의 영역'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복제 인간의 인권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만일 이브의 탄생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이브에게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는가. 그가 복제 인간이라고 해서 괴물 정도로 취급해야 할 것인가. 흥미롭게도 신학자 가운데 이미 탄생한 복제 인간 역시 엄연한 하느님의 자식으로 존중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 이 밖에도 문제가 적지 않다. 복제 기술은 일부 부유층에게만 이용되지 않을까. 부작용을 해소시킬 제도적 방안은 무엇인가. 단순히 아기를 복제하는 차원을 넘어 유전자 조작을 가해 우량아를 낳으려는 시도는 어떻게 통제해야 할까.
황우석 교수 인간 배아 복제 성공
황우석 교수팀의 실험 성공 소식은 '찬사' 못지않게 '우려'의 목소리도 가져왔다. 윤리 문제, 즉 배아 역시 생명체이기 때문에 실험용으로 다뤄서는 안 된다는 인식, 그리고 복제 배아를 여성의 자궁에 착상시키면 복제 인간이 탄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외국에서는 난자 하나에 대한 실험에도 국가가 철저히 관리할 뿐만 아니라 세계 모든 국가에서 윤리적인 논란 때문에 신중히 고려하는 분위기임을 감안할 때 이러한 비판적인 시각도 무시할 수는 없다.
돌리의 죽음
2003년 돌리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대부분의 여론은 노화가 빠른 복제 동물과 복제 인간의 안전성 문제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러나 돌리의 죽음은 생명공학계에 또 하나의 중요한 문제를 제기했다. 바로 인간 배아 복제로부터 얻은 줄기세포의 안전성 문제다. 사실 인간 배아 복제는 모든 난치병에 효력을 발휘할 수 없다. 선천적으로 유전병을 앓는 환자의 경우 신체의 모든 세포는 유전적 결함을 안고 있다. 즉 환자 자신의 세포를 떼어내 복제할 경우 배아에서 얻은 줄기세포 역시 동일한 유전적 결함을 갖게 된다. 이런 세포로 병을 치료할 수는 없다. 따라서 인간 배아 복제는 후천적인 난치병에 시달리는 환자에게만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돌리의 죽음으로 이 부분에 대한 가능성 역시 도전을 받고 있다.
유전자 조작 식품은 안전한가
2003년 3월 정부는 유전자 조작 식품 안전성 평가를 의무화한다고 밝혔다. 앞으로 최초 수입, 개발, 생산되거나 안전성 평가 후 10년이 경과한 경우, 또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유전자재조합 식품에 대해 의무적으로 안전성을 평가한다는 내용이다. 정부 규제개혁위원회는 국민 건강을 보호하는 동시에 유전자 조작 식품에 대한 국민 불안감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이 같은 내용의 ‘식품위생법 시행령 및 시행 규칙’ 개정안을 심의, 의결했다고 밝혔다. 또 2004년 2월 말부터 안전성 평가를 받지 않거나 식용으로 부적합 판정을 받은 유전자 조작 식품을 판매할 경우 영업정지 등 행정 처분을 부과하기로 했다. 다만 현재 정상 유통 중인 식품에 대해서는 국민 건강과 관련이 큰 품목부터 우선 순위를 정해 오는 2007년 2월 말까지 안전성 평가를 받도록 했다. 우리 나라는 2002년 1월부터 유전자 조작 식품에 대해 소비자들이 알아볼 수 있도록 ‘GMO 표시제’가 시행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GMO 표시제 시행 이후 콩과 옥수수, 콩나물 등 3개 농산물이나 이를 주 원료로 만든 가공 식품을 제조 또는 수입할 때 반드시 유전자 재조합 처리된 콩이나 옥수수, 콩나물의 사용 여부를 표시토록 의무화하고 있다. 하지만 표시제가 과연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많다. 2002년 5월 14일 환경운동연합은 GMO 표시를 하지 않은 식품이 서울과 경기도 지역 대형 백화점 등의 식품 매장에서 팔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서울과 고양의 백화점과 대형 유통 매장 6곳에서 콩류 48개와 옥수수류 53개, 감자류 7개, 콩나물 7개 제품을 수거한 뒤 전문 기관을 통해 분석한 결과, 콩류 제품 8개에서 GMO가 검출됐다.
중고단행본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