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지금 어디에 서 있습니까? 아주 평범하지만 무척이나 색다른 삶을 살아가는 한 여성이 있습니다. 평범한 것을 추구하지만 결코 평범하게 여겨지지 않는, 아주 독특한 삶의 방식을 선택한 여성이지요. 그녀의 이름은 하기입니다. 가와무라 하기. 소위 좋은 직장이라고 하는 대기업에 다니다가 사귀던 남자에게 실연도 한 번 당하고, 더 좋은 대우와 미래에 대한 안정을 보장받을 수 있는 직업을 과감히 포기하지요. 그리고 길을 걷다 우연히 광고를 보고 꽃집종업원의 길을 걷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아무래도 좋은 수식어입니다. 그녀는 좀 특이하거든요. 모든 것을 손에 넣기 위해, 남보다 뒤처지지 않기 위해, 좀더 좋은 조건의 남자를 차지하기 위해 발버둥치다 그녀는 일시에 모든 것을 잃습니다. 한 남자한테 버림받았다는 이유만으로 방황에 빠집니다. 사실 그건 그다지 큰 문제가 아닌데도 그녀는 아주 크게 상심하여 주변을 정리해서는 재빨리 그 자리를 떠납니다. 쫓기듯이, 아니 도망치듯이. 그러면서 자위하죠. 나는 정말 강한 여자야,라고.
그리고 다른 한 남자를 만납니다. 아주 자상하고 세심한 데다 부담스러울 얘기들도 편안하게 나눌 수 있는 남자, 요우지. 그는 아무것도 소유하려 하지 않고 안정된 관계에 집착하지 않는 하기와 잘 어울리는 상대였습니다. 그런데 하기의 친구 이즈미가 유부남과 사귀다가 버림받고 나타납니다. 그의 아기를 뱃속에 품은 채로. 이즈미는 자신이 버림받았다는 사실을 현실이라고 인정할 수가 없습니다. 언젠가 몸이 아파 앓아누웠을 때 그는 밤새 간호를 해주면서 '아내가 알게 되어도 상관없다'고 남들이 손가락질을 해도 개의치 않는다'고, '오로지 이즈미만을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말했었거든요. 이즈미는 그가 다시 돌아올 거라는 행복한 상상을 하고 그게 현실이라는 착각에 빠져 하기에게 슬픈 거짓의 행복을 이야기합니다. 요우지는 뱃속에서부터 아버지에게 버림받았던 경험 때문에 이즈미와 벚꽃이 필 무렵 태어날 아기를 연민하게 됩니다. 꿈도 꾸죠, 이즈미가 낳은 아이와 함께 낚시를 하는 꿈을요.
어쩌면 이즈미에 대한 감정이 사랑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요우지는 절대 인정할 수 없습니다. 내가 연인의 친구를 사랑한다고? 그건 말도 안 돼,라고 스스로에게 다짐하지요. 요우지는 전과 다름없이 하기를 아끼고 많이 생각해줍니다. 그러나 하기는 요우지의 얼굴에서 뭔가를 느낍니다. 이즈미가 나타나기 전에는 발견할 수 없었던 들뜬 기분이나 심각함, 진지한 시선……. 세 사람은 함께 만나 식사를 하고 차도 마시고 맥주도 나눕니다. 그러는 동안 이즈미는 하기가 모르는 요우지에 대해 하나씩하나씩 알아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하기는 그것이 너무 불안하고 당혹스럽습니다. 이즈미와 요우지 두 사람 사이에 오히려 자신이 손님이 되어 버린 듯해 조바심이 생기죠. 그러나 여전히 세 사람은 공유된 시간을 많이 가집니다. 서로의 가슴속에 서서히 피어나는 사랑·연민·불신·동정·의심 등은 아무도 모를 거라고, 스스로만이 알고 있을 뿐이라는 착각을 하면서 말이죠. 세 사람의 삶이 지금부터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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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