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사와 연의를 두루 아우르는 거침없는 인물평론
지금까지 국내 서점에 쏟아져 나온 삼국지 관련 서적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양量을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그 많은 양에도 불구하고 정사正史와 연의演義를 적절하게 인용한 인물평론은 이제껏 찾아보기 힘들었다. 있다 해도 원론적인 부분에 충실한 나머지 너무 딱딱하거나 지루해지기 십상이고, 반대로 너무 재미에 치중한 나머지 삼국지의 인물들을 왜곡하거나 조롱의 대상으로 삼음으로써 삼국지 본래의 의미를 퇴색시키기 일쑤였다.
이 책은 정사와 연의를 두루 아우르며 원론에 충실함은 물론이거니와 읽는 이들에게 딱딱하거나 지루함 없이 읽을 수 있도록 각각의 인물들과 관련된 여러 가지 전투와 주변 인물들, 그리고 일화를 곁들여 한 인물에 대한 다양한 스펙트럼형 인물평을 기술하고 있다. 이는 과거 삼국지의 인물들에 대한 편향된 시각의 틀을 깨게 해줌은 물론이요, 자칫 악의적이거나 의도적으로 심히 왜곡된 인물들에 대한 재해석을 곁들임으로써 단정적으로 한 인물에 대한 평가를 내리는 것이 아닌, 여러 각도로 바라볼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때문에, 여타 삼국지 관련 서적에서 그려진 인물들처럼 호오好惡가 정답처럼 명확하게 그려져 있는 것이 아닌, 사건과 정황, 그리고 주변 인물들과의 얽히고설킨 관계 등에 따라 한 인물이 악인惡人이 되었다가도 선인善人이 되기도 하는 복합적인 내면의 풍경을 재치 있고, 심도 있는 문체로 그리고 있다. 특히, 이 책은 저자인 나그네(필명)가 1997년부터 모 인터넷 카페인 ‘삼국지 클럽’에 연재하였던 ‘나그네의 모사론’을 그 기초근간으로 하고 있으며 ‘삼국지를 좋아하는 이라면 나그네를 모르는 이가 없다’라고 할 정도로 큰 인기를 모았던 작품이기도 하다.
삼국지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들과 그들이 벌이는 권모술수, 그리고 그들의 치밀한 두뇌싸움과 그 안에서 횡행하는 모략과 음모, 상황에 따라 벌이는 장수들의 전략과 전술이 한데 어우러져 일필휘지一筆揮之의 거침없는 문체로 써내려간 이 책은, 광활한 대륙 중국의 역사적 격변기를 살다간 인물들에 대한 가감加減 없는 보고서격인 셈이다.
이 책의 구성은 “모사론”, “군주론”, “무장론”으로 각각 구분되어져 있으며 “모사론”을 그 기저로 하여, 모사와 각지에서 봉기한 군웅 내지 군주들, 그리고 그러한 군주들을 따라 전장을 뛰어다닌 무장들을 총 망라하고 있다.
-통일의 주군감이 아님을 알고도 평생을 유비만을 위해 헌신한 제갈량
-손권으로부터 말년에 배신을 당했지만 그럼에도 배신하지 않은 육손
-조조로부터 내침을 당하고 자결을 강요받았지만 망명하지 않고 자결한 순욱
-배신의 대가라고 욕을 먹고 있지만 자신이 모신 주군을 욕되지 않게 한 가후
-나라가 패망과 멸망의 길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면서도 구국의 충절을 보인 강유
-조조로부터 의심을 받고 한직으로 내침을 당했지만 끝까지 위나라를 지킨 사마의
이들의 성공과 실패, 위급한 상황에서 그 위기를 탈출하는 묘계, 상대에게 자신의 논리를 설파하는 변설, 군주에게 목숨을 걸고 하는 직언 등등 그 안에는 우리네들의 일상과 직장과 사회성을 모두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그에 따른 우리네들의 삶의 방편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중고단행본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