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 장보고와 그를 잉태한 시대
1장 동아시아 바닷길이 확대되다
2장 공무역이 후퇴하고 사무역이 활발해지다
질문과 대답을 통해 알아보는 해상왕 장보고 등장의 비밀
제2부 장보고와 그의 해상제국
3장 재당 시절 장보고는 무엇을 했을까?
4장 장보고의 금의환향과 청해진 건설
5장 장보고의 성공 비결은 무엇인가?
질문과 대답을 통해 알아보는 해상왕 장보고 성공의 비밀
제3부 장보고의 암살과 청해진의 운명
6장 장보고는 왜 암살되었는가?
7장 청해진이 해체되다
8장 해양세력이 다시 결집하다
질문과 대답을 통해 알아보는 해상왕 장보고 죽음의 비밀
제4부 장보고가 남긴 첨단산업, 청자
9장 반도와 만과 강이 만나는 곳의 청자산업단지
10장 화원면 초기청자 생산단지 조성자는 장보고였다
11장 산이면 녹청자 생산단지 조성자는 누구인가?
12장 청자의 교역은 어떤 항로를 통해 이루어졌는가?
질문과 대답을 통해 알아보는 해상왕 장보고가 남긴 것들의 비밀
<부록>한국의 해양영웅 장보고와 이순신
이보다 더 드라마틱한 역사적 소재는 없다
지금으로부터 1200여 년 전, 서남해안의 어느 섬에서 태어난 궁복이라는 소년이 동아시아를 주름잡는 해양영웅이 되었다는 이야기는 한국사에서 보기 드문 드라마틱한 소재이다. KBS 기획특집드라마 <海神>이 지금 수요일과 목요일 밤마다 안방을 사로잡고 있는 것도 그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에 대한 역사적인 정보는 그의 명성에 비해 너무나도 영성(零星)하다. 그의 고향이 어디인지, 그의 부모가 누구인지, 유년시절과 재당시절에는 무엇을 했는지 등등 그의 행적은 대부분 베일에 가려져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장보고에게 ‘해상왕’이나 ‘해신’이라는 닉네임을 붙이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반역자로 오해되어 온 장보고의 역사적 복권
해양상업제국 청해진의 무역왕으로서 동아시아 해상무역을 주도했던 장보고. 해상무역을 통해 얻은 경제력과 민군조직을 활용한 군사력으로 엄격한 골품제사회의 신분적 제약을 뛰어넘어 중앙정부를 압도하는 실력을 행사했던 장보고. 그의 해상활동을 재조명하는 일은 ‘반역자’라는 누명을 쓰고 고려와 조선시대 1천년사에서 철저하게 수장된 한국사의 미아 장보고의 역사적 복권을 의미한다. 장보고는 1200여 년 전 글로벌 무역을 주도한 최고경영자였고, 청해진은 동아시아 제해권과 해상무역과 상공업을 장악한 군산복합 종합상사였다. 이 책의 저자 강봉룡 교수는 재당시절 활동, 청해진 건설, 죽음과 청해진의 해체, 그리고 장보고가 남긴 유산 등을 섬세하고 추적하고 우리 역사서의 오류와 기존 학계의 견해를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장보고를 역사적으로 복권시키고 있다.
역사는 항상 승자의 것인가?
정녕 역사는 승자만의 것인가.[삼국사기]와[삼국유사]에는 ‘반역자’나 ‘미천한 해도인(海島人)’으로 묘사되어 있을 뿐이다. 하지만 중국이나 일본의 기록은 사뭇 다르다. 당나라의 유명한 시인인 두목(杜牧)은 그의 저서[번천문집(樊川文集)]에서 장보고를 ‘인의지심(仁義之心)이 충만하고 명견(明見)을 가진 인물’로 평가하고, ‘나라에 한 사람이 있으면 그 나라가 망하지 않는다’는 말을 빗대어 장보고가 바로 그런 사람이라고 극찬하였다.
송대에 편찬된[신당서]에서 송기(宋祁)는 “아아, 원한이 있어도 봉공(奉公)함을 저해하지 않고, 국가의 근심을 앞세운 이로는 진나라 때에는 기해가 있었고, 당나라 때에는 곽분양과 장보고가 있으니, 누가 이국(夷國)에 사람이 없다고 말할 수 있으랴”라고 썼다. 김부식 역시 그의[삼국사기]장보고 열전에서 두목과 송기의 평가를 그대로 소개하였고, “비록 을지문덕의 지략과 장보고의 의용이 있어도 중국의 서적이 아니었다면 민멸하여 전문할 수 없었을 것이다”라고 하여 우리 사서에 자세한 기록이 전하지 않음을 아쉬워하였다.
일본의 승려 엔닌은 세계 3대 여행기 중 하나인[입당구법순례행기(入唐求法巡禮行記)]에 장보고와 청해진에 대해 자세히 기록해 놓았다. 엔닌은 장보고에게 보낸 편지에서, 구법 활동을 배후에서 도와준 것에 사의를 표하고 “직접 찾아뵙고 그 마음을 표하고 싶다”는 심정을 밝혔다. 게다가 엔닌은 일본에 적산선원을 세우고 제자들에게 적산명신(赤山明神)을 봉제하게 했다. 그것은 장보고에 대한 감사와 우호의 심정이 신격화로 승화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일본사서에서는 장보고를 ‘張保皐’라 하지 않고 특별한 의미를 내포하는 ‘張寶高’라고 표기하였다.
고려 왕조로 고스란히 이전된 장보고의 유산
장보고를 빼고는 동아시아 해양사를 이야기할 수 없다. 9세기 초 장보고는 재당 신라인사회를 결집하여 국제 해상무역활동에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는 그 중심지를 한반도 서남해안 지방으로 옮겨 청해진을 건설하고 군사력을 확보하여 해적들을 통제하고 해양질서를 회복하면서, 동아시아 국제 해상무역을 주름잡기에 이르렀다. 한 개인이 해양을 좌지우지한 것은 동아시아 해양사에서 전무후무한 일이었다. 장보고의 유산은 고스란히 고려왕조에 계승되었다. 해양을 배경으로 일어난 왕건은 고려를 건국하여 서남해안 지방의 해양세력을 아우르고 후삼국을 통일하면서, 장보고가 건설하려 했던 ‘해상왕국’의 꿈을 국가적 차원에서 실현시킨 또 한 명의 해양영웅이었다. 고려는 해양을 통해서 세계로 진출했고, 세계인들은 해양을 통해서 고려를 찾았다. 오늘날까지도 세계인들이 대한민국의 국호를 ‘Korea’로 칭하는 것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다. 고려왕조는 해양에서 일어나고 해양과 운명을 같이 한 해양국가였다. 고려 말 유라시아 대륙을 석권한 초강대국 몽고의 침입을 받아 이에 저항하며 40여년을 버텨냈던 것도 해양의 힘에서 나왔다. 삼별초의 항전은 고려의 해양력을 마지막으로 불사르며 꽃피워낸 투혼이었다. 따라서 삼별초의 몰락은 곧 고려 해양정신의 소진을 의미한다. 당연히 여몽연합군은 삼별초의 진압에 성공하자마자 해양세력에 대해 대대적인 탄압을 가했다. 그리고 그것은 조선시대의 공도정책(空島政策)으로 구체화되었다. ‘해양의 시대’를 마감하고 ‘해금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중고단행본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