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로마에서 십자군까지
1. 로마제국의 흥망
2. 이슬람 세계의 발흥
3. 중세 서유럽 문명의 형성
4. 전쟁과 평화
1부 군중십자군 - 충격과 공포
1. 은자 피에르와 전쟁의 길
2. 학살의 역사, 시작되다
3. 위기의 동방제국
4. 군중십자군의 최후
부록 제노사이드의 심리학
1차 십자군 전쟁 지도
제노사이드의 심리학
십자군 전쟁 연표
참고문헌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 미국 주도의 이라크전은 십자군 원정으로 비춰질 우려가 있다.
21세기의 십자군 전쟁이라 불리우는 이라크 전쟁.
이라크 전쟁이 국제사회에서 차지하는 중요도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중요하지만, 분쟁의 뿌리깊은 원인을 알아야만 중동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고, 해결 방안에 대해서 정확한 시각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이라크 전쟁이 일어난 후 한국에도 중동 관련 서적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대중서의 경우 중동에서의 분쟁을 즉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대부분이고, 이론서는 대부분 번역서인데다가 일반인들이 접하기에는 난해하거나 지루하다.
최근 1권이 출간된 <십자군 이야기>는 전문적인 역사/시사 서적이자 동시에 일반인들이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만화로 만들어진 교양 서적이기에 주목할 만하다.
<십자군 이야기>는 11세기 서유럽이 "성지 예루살렘 탈환"을 기치로 동로마 제국과 이슬람 세계를 공격하며 일어난 십자군 전쟁에 관한 역사 지식 만화이다. 작가 김태권은 21세기 중동의 분쟁의 뿌리는 1000년 전의 십자군 전쟁이고, 십자군 전쟁은 2000년 전 서유럽을 지배한 로마의 문화적, 역사적, 망탈리티적 전통에서 일어난 사건이라고 말한다. 1000년 전, 한국에서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일어난 전쟁은, 이후 서유럽사회를 규정짓고, 전세계에 영향을 미쳤다. <십자군 이야기>는 1000년 전과 현재 세계 정세의 유사성을 비교하는 동시에, 1000년 전의 사건이 어떻게 지금까지 영향을 미치는가도 분석하고 있다.
십자군에 관한 평이 전문가 사이에서조차 엇갈리는 것은 사료의 빈약함에서 기인한다. 중세의 사건에다, 서유럽의 치부를 드러내는 전쟁이었기 때문에 1차 사료도 그다지 많지 않고, 국외의 이론서조차 상당히 편파적이고 자국민적인 시각에서 쓰여진 책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십자군 전쟁 참가자 숫자는 물론, 전쟁을 지휘한 기사의 이름이나, 전투지명마저 책에 따라 다르게 기록되어 있어 비전문가가 문헌으로 십자군 전쟁을 이해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십자군 이야기>는 한국 최초의 십자군 관련 서적인 동시에, 해외의 수많은 십자군 전쟁 서적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서적이다. 국내는 물론 국외에서조차 제대로 된 십자군 관련 이론서를 거의 찾아볼 수 없기 때문에 작가는 원서 수십 권을 독파하며 방대한 십자군 관련 사료를 검토하였다.
로마부터 십자군 전쟁까지를 다루고 있는 [프롤로그:로마에서 십자군까지]는 로마의 침략의 역사가 이후 서유럽 세계를 어떻게 규정지었는가를 중심으로 서유럽 고대~중세사를 훑고 있는, 보기 드물게 탁월한 구성과 주제를 가지고 있는 챕터이다. 1부 [군중 십자군]은 본격적인 십자군 전쟁에 관한 이야기를 하며 한국 상황과 연결지어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다. 1부는 인터넷 신문 프레시안과 작가의 홈페이지에 연재된 바 있다. <십자군 이야기>는 총 6권으로 구성되어 있고 2005년까지 순차적으로 발행될 예정이다. 만화가 박재동과 칼럼니스트 진중권이 이 책의 추천사를 썼다.
[프롤로그]
정복 전쟁을 통해 만들어진 거대한 제국 로마는 정복 전쟁이 끝나기도 전에 내부의 계급 갈등과 외부의 공격에 직면한다. 로마는 폭력으로서 갈등을 해결해나갔고, 폭력의 끝에 등장한 군인 정치는, 결국 게르만족의 침입과 사회 내부의 불만과 갈등을 낳고, 자멸의 원인이 되고 만다.
로마가 멸망하고 지중해와 서유럽 세계는 본격적인 봉건 체제로 접어든다. 그러나 외부와 단절되고 위계질서를 통해 내부의 안정을 도모하는 봉건 체제는, 100여년이 지나지 않아 내부 갈등으로 삐긋거리기 시작한다. 그래서 유럽은 서유럽 세계의 단결과 전쟁 욕구의 해소를 위해 임의의 외부의 적을 설정하였다. 임의의 적이란 바로, 서방과 인접해 있으면서도 전혀 다른 인종과 문화를 가진 이슬람이었다.
이슬람을 완벽한 적으로 설정하고, 전쟁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서유럽 지배층은 여러가지 루머와 음모설을 퍼뜨렸다. 크리스트교의 성지인 예루살렘이 이교도에 의해 점령되어, 예루살렘 주민들은 크나큰 고통을 받고 있으며, 카톨릭의 우방이자 서유럽 문명의 상징인 동로마제국이 이슬람 교도의 위협 앞에 떨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에 선동된 서유럽인들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가상으로 설정된 적, 이교도 이슬람을 공격하기 위해 나서게 된다. 이것이 바로 십자군 전쟁의 시작인 것이다.
[1부-군중 십자군]
1095년 서유럽, 약간 정신이 이상한 광신도 은자 피에르는 그의 친구 부시 나귀를 타고, 광장에서 사람들을 모아놓고 연설을 하는 것이 일과이다. 그는 이슬람과 전쟁을 일으켜 이교도의 손에서 성지 예루살렘을 탈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친 사람으로 여겨지며 주위의 동정을 받던 피에르는, 어느날 검은 승용차에 납치되듯 끌려간다. 그리고는 어느새 TV에 나와 이슬람의 잔혹함과 예루살렘 탈환에 대해 전유럽에 주장을 펼치며, 일약 서유럽의 영웅으로 떠오른다. 그의 연설에 선동된 서유럽 사람들은 너도나도 십자군에 자원한다. 그러나 이 열기와 광풍 속에서 십자군 전쟁의 취지는 어느새 한몫 잡겠다는 영웅심리와 한탕주의가 섞여 이상하게 변질되고 만다.
실은 이 십자군 전쟁은 선제 공격을 통해 투르크와 동로마 제국을 견제하고 서유럽과 카톨릭의 우위를 굳히려는 카톨릭 교회가 이미 세워놓은 계획이었다. 때마침 대중을 선동할만한 은자 피에르가 나타나주었고, 교황청은 피에르를 '장기판의 말'로 이용했던 것이다. 이제 쓸모가 없어진 피에르. 그러나 피에르는 교황청이 손을 쓰기도 전에 빈자들로 구성된 '군중 십자군'과 함께 귀족들보다 한발 앞서 이슬람으로 떠나버린다.
가는 곳곳마다 사고를 치는 군중 십자군. 엉뚱하게 독일로 가서 유태인을 학살하고, 헝가리에서 강도와 약탈을 하다 도리어 헝가리 왕의 공격을 받고 동로마 제국으로 도망친다. 여기서도 다시 소동을 일으켜 쫓겨나듯 투르크로 향하게 되는데, 잘 훈련된 투르크 기병에 의해 오합지졸 군중 십자군은 전멸하게 된다.
은자 피에르만큼은 그 소동 속에서도 우여곡절 끝에 살아남았다. 과거를 뉘우치고 새 삶을 살려는 피에르 앞에 배트맨, 스파이더 맨 등 가면을 쓴 괴한들이 나타난다. 그들은 동로마 제국 황제이자 중도파 온건주의자인 바실레오스를 끌어내리고 친서방 왕조를 세우려는 매파들이다. 이들과 부시나귀의 선동에 은자 피에르는 제정신을 찾고 다시 이교도를 물리치자고 주장하게 된다.
로마 제국 이래 서유럽이 내부의 단결과 세력 확장을 위해 행해 온 전쟁과 공격은 현재까지도 국제 정치의 기본 방향이다. 그래서 <십자군 이야기>는 1000년 전의 역사에 빗대어 현재 국제 분쟁, 그리고 한국의 상황을 분석하고 있다. 역사는 반복되기 때문에 <십자군 이야기>에서 이야기하는 역사와 시사 지식은 죽은 역사가 아니라 우리 곁에서 살아 숨쉬는 역사이며, 사실 나열의 시사 지식이 아니라 우리가 몸으로 느끼는 시사 지식이다.
작가는 "만화는 소통이다"라고 이야기한다. 현재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참상과 끊이지 않는 폭력의 근원을, 난해하고 두꺼운 이론서가 아니라 친밀한 만화라는 매체를 통해 대중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작가와 이 책의 임무이며, 강점일 것이다.
중고단행본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