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고금소총 인가?
[태평한화골계전]
주지승이 되는 것이 소원입니다 (願作住持)
극락정토라도 가고 싶지 않다 (不願西天)
내 집 문짝도 넘어가려하네 (吾之門扉亦將倒了)
성(姓)이 죽(竹)씨야 이(李)씨야 (姓竹姓李)
마누라가 항시 경계하여 이르기를 (妻常戒云)
세 사람의 세 가지 즐거움 (三人三樂)
양도(陽道)를 위한 것이 아니다 (非爲陽道)
존귀해지기 싫소 (尊貴不願)
관찰사가 되고 싶다 (趙石磵云)
닭을 빌려 타고 가려네 (借鷄騎還)
삼십 섬의 올벼와 똥거름 (一朝官李姓者)
잠을 권하는 물건 (勸睡之物)
아내에게 속은 낭관 (婦欺郞官)
하얀 색이냐 검은 색이냐 (白乎黑乎)
동아로 잇고 수박으로 이다 (冬瓜屬西瓜屬)
누가 더 글을 모르는가 (不文孰甚)
내가 먼저 술주정 하리라 (我先使酒)
실망스럽고 뒤숭숭하여 즐겁지 않다 (忽忽不樂)
더욱 더 복이로다 (添添福也)
이곳에 서서 무엇을 하는가 (立此何爲)
[어면순]
부인은 공경 받고자 하지 않았네 (妻不欲尊)
그 새가 울면 추워요 (鳥鳴我寒)
남근이 이미 들어갔다 (腎根已陷)
오히려 개소리를 내다 (猶作犬聲)
강샘을 그치게 하는 좋은 방법 (止妬良法)
시아버지와 며느리가 서로 속이다 (舅婦相)
당신이 최고예요 (無敵耘田)
노처녀 정력 센 총각을 선택하다. (處艾擇郞)
관노가 감사를 속이다 (官奴?監司)
손가락이 무슨 죄가 있겠소 (指而何罪)
영문도 모른 채 도망가다 (不知何故走去)
그 손가락이 아니네 (非指村)
벼락에도 수놈이 있나요 (雄霹靂)
조회가 빈번하면 가난해 진다 (朝參汁酒)
[속어면순]
처녀 미리 연습하다 (處女先習)
거짓 아픔으로 즐거움을 찾다 (詐痛要歡)
세 처녀가 벙어리를 검사하다 (三女檢啞)
호장이 마누라를 자랑하다 (戶長誇妻)
늙은 기생이 판결하다 (老妓判決)
이것은 정말로 좋은 직책이다 (此誠好職)
계집종의 재치 (?婢鉤情)
바보 신랑이 구멍을 못 찾다 (痴郞失穴)
말을 풀어준 교활한 여인 (女放馬)
십격선생이 전하는 기술 (十格傳術)
어리석은 사람의 사슴판별 (蚩氓辨鹿)
당신은 무엇을 하려고요 (水口羅星)
업혀온 중이 어찌 간단 말이냐 (負僧焉往)
어미가 어린 딸을 속이다 (母?稚女)
빈터를 팔아 숭어를 사다 (賣空得魚)
양물을 가두는 감옥 (囚陽之獄)
마음을 움직이는 다섯가지 묘리 (五妙動心)
[촌담해이]
거시기에 때가 묻어 있다 (陽物有垢)
의원이라 속이고 고름을 빼다 (稱醫取膿)
코가 양물보다 낫다 (鼻勝於陽)
무 아버지와 독이 든 과일 (菁父毒果)
어리석은 종에게 첩을 호위시키다 (奴護妾)
쥐가 그 구멍에 들어가다 (鼠入其穴)
주지의 목을 매달다 (繫頸住持)
기생 모란이 재산을 빼았다 (牧丹奪財)
[명엽지해]
신부의 다리가 없음을 의심하다 (疑婦無脚)
몸을 뒤치어라, 뒤치어라 (?身?身)
가인(佳人)의 치마끈 푸는 소리 (佳人解裙聲)
알몸의 여종을 숨기기 어렵구나 (難匿赤婢)
며느리가 옛 이야기를 하다 (婦說古談)
번거로움과 간략함이 모두 멀었다 (煩簡俱迂)
비로소 기는 것을 배우다 (始學匍匐)
남편과 아내가 거울 때문에 송사하다 (夫妻訟鏡)
개수를 고쳐서 아내를 감싸다 (改數庇婦)
숙모를 속여서 먹을 취하다 (取墨)
선비가 처음의 약속을 어기다 (士負前約)
중이 압송하는 아전과 바꾸다 (僧換押吏)
있지도 않은 누이의 부고에 곡을 하다 (無妹哭訃)
한식에 세배하다 (寒食歲拜)
배를 그려서 성을 기록하다 (畵梨記姓)
신랑의 숙달된 솜씨 (贊郞熟手)
폭포 그림을 베로 알다 (掛瀑認布)
장기와 바둑에 빠지다 (博奕傷心)
제삿날을 잊어 사촌동생에게 부끄러워하다(忘祥愧從)
예기와 경서에 글이 있다 (文以禮經)
이마를 어루만지는 것이 암호이다 (對答撫)
[파수록]
도로 아미타불의 유래 (還爲阿彌陀佛)
중이 주막에 들어가다 (一僧入店)
관상쟁이에게 물어보다 (問於相士)
닷 되, 닷 되, 다닷 되 (五升五升五升)
어떤 과부의 아들 (一寡婦之子)
얼룩소가 밭을 더 잘 간다 (犁牛善耕)
장인이 속임을 당하다 (丈人見欺)
오쟁이를 지다 (試負空石)
봄꿈은 실로 헛된 것이로다 (春夢誠虛事)
아내에게 기생 일을 배우게 하다 (一善戱謔者)
한 향군이 순라를 돌다 (一鄕軍巡邏)
음모가 턱에 붙었다. (陰毛附)
[어수신화]
너희들도 성묘 행차냐? (省墓之行)
버선이 작아서 신기 어렵네 (襪小難着)
말 위에서 움직이는 송이버섯 (馬上松茸動)
닭을 어찌 애석해하리오 (鷄何可惜)
아내의 요(凹)도 역시 커지다 (妻凹亦大)
내 집 문짝도 장차 넘어지겠다 (吾扉將顚)
처음부터 서로 구하지도 않았다 (初不相求)
요강이 없더이다 (溺江必無)
숫돌을 위하여 칼을 갈다 (爲礪磨刀)
어찌 도둑놈이라고 부르는가 (何呼盜漢)
[진담록]
외눈박이가 놀라 겁을 먹었네 (一目驚怯)
건넛집 김 서방은 (越家金書房)
오히려 쌀이 많다 (米猶多矣)
벼룩과 빈대를 피하는 방법 (避蚤蝎方)
갓장이가 입을 날카롭게 놀리다 (冠工利口)
음호가 몹시 차다 (陰戶甚冷)
음란한 계집이 변명을 하다 (淫婦發明)
소는 보았으나 양은 못 보았다 (見牛未羊)
문관과 무관이 묻고 대답하다 (文武問答)
취객이 아이의 죽음을 곡하다 (醉客哭兒)
한 다리가 길다 (一脚長也)
처녀가 물동이를 내팽개치다 (處女盆枷)
뼈 맛을 보지 못하니 그것이 한스럽구나! (恨骨翁)
어찌 어질지 못한 놈이 있느냐 (豈有不良)
이는 선량한 백성이다 (此良民也)
큰 배는 소똥 위에 떨어진 것입니다 (孫子梨)
햇볕에 말리고 하자 (曝乾行)
쥐 귀를 빨리 치료하다 (鼠耳速治)
[성수패설]
어찌 나를 때려죽이지 않는가 (何不打殺吾)
파자(破字) 점을 잘 보다 (善破字占)
축축한 곳을 굳게 가려라 (濕戶緊蔽)
여인이 말하기를,' 들어왔습니다.'(女曰入矣)
우리의 서로 만남은 어찌 늦은가 (何晩相見)
한 잔에 크게 취하다 (一杯大醉)
남의 물건을 잘 전당잡지 (他物善典)
겉은 어리석어도 속은 음흉하다 (外愚內凶)
시어미가 며느리를 꾸짖다 (嫁母?婦)
의심되는 곳에 쪽지를 붙이다 (疑處付籤)
여우가 송사를 없었던 것으로 하다 (狐使無訟)
진짜와 가짜를 분별하기 어렵네 (眞假難分)
하늘로 오르고 땅속으로 들어가다 (昇天入地)
두 노인이 욕을 당하다 (兩老逢辱)
강아지가 인사를 가르치네 (狗兒斅人事)
큰 허풍장이가 서로 만나다 (大風相逢)
[기문]
병을 핑계해서 여종을 간통하다 (因病奸婢)
거짓으로 좁은 구멍을 찢는 척하다 (佯裂孔窄)
사위가 장인을 조롱하다 (壻嘲婦翁)
손이 셋 달린 사람 (三手之人)
정말 좋은 의원이군요 (君是良醫)
너의 코는 쇠로 만든 코냐 (爾鼻鐵鼻)
그래서 홀아비로 산다오 (以此鰥居)
동방삭의 해학 같구나 (東方朔滑稽之類)
수염 많은 손님이 송사를 청구하다 (髥客就訟)
빨리 일을 마치라 (可速行事)
말이라 부르며 친구를 기만하다 (喚馬?友)
거짓으로 아픈 척하여 남편을 속이다 (佯痛瞞夫)
이를 갈면서 시원하다고 부르짖다 (嚼齒呼爽)
강남 구경을 원하다 (願適江南)
방망이로 그것을 치는 것 같다 (如槌撞之)
[교수잡사]
나쁜 놈이 앙심을 품다 (險漢逞憾)
닭을 봉황이라고 하다 (以鷄爲鳳)
개도 역시 야질을 하다 (狗亦冶質)
코로써 양물을 대신하다 (以鼻代陽)
나머지 약을 버리라고 명령하다 (命棄餘藥)
숫처녀가 땀을 내주다 (炭女發汗)
세 번을 하다 (三版爲之)
부녀가 서로 속이다 (父女相)
자네의 성이 보가(寶哥)이지 (君姓寶哥)
삼대 호래아들의 유래 (三代獨兒子)
세 소년의 소원 (三人各願)
그것 또한 좋은 축수로다 (如是祝壽)
소죽통을 빌려가세요 (勸借牛桶)
속았는데도 자랑하네 (見詐反誇)
성이 삼씨요, 사람은 반 사람이네 (姓三人半)
거짓으로 져서 종을 바치다 (佯負納奴)
원만함을 위주로 하다 (以圓爲主)
장인과 사위가 속다 (翁見瞞)
세 아들이 의견을 내다 (三子獻見)
책을 빌려 베개로 삼다 (借冊爲枕)
[고금소총(古今笑叢)]은 조선시대 전반에 걸쳐 만들어진 설화집으로 편자(編者)와 연대(年代)가 밝혀져 있지 않으나, 당시에는 성(性)과 관련된 풍자와 해학으로 서민을 위한 또 다른 해방구이자 카타르시스 역할을 해왔다. 속칭 육담(肉談)으로 불렸으며, 문헌과 구전(口傳) 등을 통해 이어졌다.
송인(宋寅)이 엮었다고도 하나 확실하지 않으며, 1958년 민속학자료간행회에서[고금소총 제1집]이 간행되었는데, 이 속에는 서거정(徐居正) 편찬의 [태평한화골계전(太平閑話滑稽傳)], 강희맹(姜希孟)의 [촌담해이(寸談解?)], 송세림(宋世琳)의 [어면순(禦眠楯)] 성여학(成汝學)의 [속어면순(俗禦眠楯)], 그밖에 편찬자 미상의 [기문(奇聞)] [성수패설(醒睡稗說)] [진담록(陳談錄)] [명엽지해(蓂葉志諧)] [파수록(破睡錄)] [어수신화(禦睡新話)] [교수잡사(攪睡?史)] 등 11종류의 소화집이 한데 묶여 있다. 그 안에는 총 825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는데 이 중 약 3분의 1 가량이 육담(肉談)에 해당한다. 어면순. 속어면순, 촌담해이, 기문 등은 거의 육담으로 채워져 있고, 어수신화, 진담록, 성수패설, 교수잡사에서는 육담이 전체의 3분의 1 내지 2 정도를 차지한다.반면 태평한화골계전, 파수록, 명엽지해에는 육담이 거의 실려 있지 않다. [고금소총]은 흔히 음담패설집으로 널리 알려있는데, 그만큼 낯 뜨거운 내용이 가득하다. 그러나[고금소총]에는 음담패설(淫談悖說)만 있는 것이 아니다.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옛날부터 지금까지의 우스운 이야기를 모은 다양한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책 내용
[고금소총]에는 고품격의 해학(諧謔)과 교훈적 풍자(諷刺)도 많다. 고금소총은 우리 민족(民族)의 이야기로 한국판 이솝우화(寓話)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솝우화가 풍자에 역점을 두었다면 고금소총은 풍자와 해학을 접목시킨 것으로 더 우수하다. 또한 이솝우화는 한 작가에 의한 것이지만, 고금소총은 이 땅에 살았던 모든 이들, 임금에서 하층민인 천민(賤民)에 이르기까지 모든 계층(階層)이 참여를 했다는 점에서 큰 차이점이 있다. 민초(民草)들의 삶의 조각들이 해학적이면서 때로는 아프게 와 닿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몇 세기 후의 시대에 사는 우리들의 연민이자, 시대를 뛰어 넘는 역사성이다. 어쨌거나 토속적 해학 문학의 백미(白眉)라 불리는[고금소총]. 비록 지식인들인 사대부(士大夫)에 의해 한문으로 수집된 소화집(笑話集)이지만 그 안에는 사대부(士大夫)만이 아닌 백성들의 너무나 진솔한 이야기를 담은 웃음과 눈물이 깃들여 있다. 신분의 격차에 의해서 민초들이 겪게 되는 삶의 양상은 차라리 눈물겹다. 꾸며진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민초들의 실생활이 느껴지는 이유는 있는 사실 그대로 기술했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 우리 사회는 너무 먹고살기 급급하고 무미건조하기만 하다. 조금도 양보할 여유가 없는 대결양상에 어지러울 지경이다. 반걸음, 한 숨만큼만 늦춰 가는 여유를 고금소총에서 찾아보는 독서의 지혜가 있기를 기대해본다. [파수록]의 집필자 부묵자(副墨子)는 이 책을 보고 '좋으면 법도로 삼고 나쁘면 경계로 삼아서, 이에 따르고 스스로 경계하면 음담(淫談)과 야한 말들이 나에게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라고 말했다. 에로스(Eros)와 포르노(Porno)의 차이는 무엇일까? 보는 이의 ‘인식에 대한 차이’이다. 책을 관능적이고 마음의 향락(享樂)을 얻기 위해 읽는다기보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혜(智慧)와 경험해보지 못한 간접경험을 얻기 위해 읽는다면 무엇보다 좋은 책이 될 것이다.
독자대상
[고금소총(古今笑叢)]은 어면순(禦眠楯)이나 파수록(破睡錄) 등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선비들이 글을 읽다가 졸음이 올 때, 졸음을 쫓거나 잠을 깨우는 재미있는 이야기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특히 부묵자(副默子)나 야사씨(野史氏)는 소화(笑話)나 해학(諧謔)을 알리기보다는 교훈을 주기 위한 소재로 인용한 것으로 보이며, 옛사람들의 인간관계나 성품들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가 되기도 한다. 다만 민초(民草)들의 고통에 귀 기울이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며, 양반들의 무한한 권세(權勢)와 계급적 차별이 지나칠 정도로 관념화 되어 있고, 왕성한 사대주의(事大主義)와 양반사회를 풍자(諷刺)하는 민초들의 이야기들이 일부 보이기도 한다. 기존에 출판된 고금소총들이 번역보다는 자의적인 첨삭(添削)과 지나친 윤문(潤文)이 많아서 본래적인 고금소총의 맛을 알기에는 부족하다고 생각되어, 원문(原文)과 하나하나 대조하여 가급적 의미전달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직역(直譯)을 하였다. 원문을 구하여 함께 일독(一讀)한다면, 부족한 맛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원문을 해석하는데 전혀 무리가 없을 것이다. 조선시대의 인문학적인 흐름을 알고 싶거나, [고금소총]의 원문을 강독하거나, 조선선비들처럼 졸음을 ?거나, 잠이 오지 않을 때, 풍부한 어휘력이 필요할 때 읽을 수 있다. 다만, 드문드문 남녀 간의 음양에 관한 이야기들이 나오므로 적어도 고등학생 이상의 나이는 되어야 이해가 되는 내용들이 많다. 풍부한 주석을 달아 두었지만 직접 찾아본다면 어휘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많은 것을 이해하고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중고단행본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