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스페르 메리메(Prosper M?rim?, 1803~90)는 고전어와 현대어에 고루 능통한 비교언어학자이자 문화재 연구가였다.
지중해 연안의 다양한 종족을 만나 대화를 나누면서 메리메는 야만과 문명을 막론하고 동물적 본성과 이를 극복하려는 선의 의지 사이에서 갈등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조건을 깨닫게 된다. 그리하여 ‘선과 악’이라는 이러한 인간의 이중성을 철저하게 분석하여 정확한 증언의 언어로 옮긴 생리학적 보고서가 바로 메리메의 소설들인 것이다.
‘숙명의 여인(la femme fatale)'을 향한 눈먼 사랑에 살인을 저지르고 사형수가 된 돈 호세의 때늦은 고백을 전하는 [카르멘](1845)처럼 [콜롱바](1840) 역시 살인을 둘러싸고 전개되는 이야기지만, [카르멘]에서보다는 더욱 회의적인 시각으로 인간 내면에 깊숙이 뿌리고 내리고 있는 어떤 야만과 이를 극복하려는 의지를 선명하게 대조시키고 있다. 이러한 시선은 어린 나이에 고향을 떠나 일찍 선진 문명에 교화된 오빠 오르산톤과 코르시카의 원시성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저주의 화신 콜롱바와의 갈등 관계를 통해 명확히 드러나고 있다.
두 사람의 갈등 관계라는 것도 기실 인간 내면의 갈등 관계의 비유인 바, 본능적 악과 인위적 선 사이의 끝없는 갈등의 국면에 다름 아니다. 이기적 음모의 산물인 아버지의 죽음에 기필코 복수하려는 콜롱바, 이 본능적 증오심을 나무라면서도 어쩔 수 없이 복수심에 고뇌하는 오르산톤, 두 사람 사이에서 복수를 단념하게 하려고 헌신적으로 노력하는 네빌 양. 이러한 네빌 양의 극기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냉정한 운명은 오르산톤 남매를 복수의 구렁텅이로 몰아간다.
이후 오빠의 결혼으로 코르시카를 떠나 대륙으로 건너간 콜롱바는 그토록 원하던 진보된 문명의 묘미를 한껏 누리게 된다. 하지만 복수 과정에서 두 아들을 잃고 폐인이 된 원수 바리치니와 이탈리아의 한 농가에서 그를 만난 콜롱바가 주고받는 대화 속에는 떨쳐버릴 수 없는 추악한 자연 상태의 인간적 악이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마치 이 악과의 굴복할 수 없는 싸움이 문학의 길이요, 예술의 길임을 깨우쳐 주기라도 하듯이…….
이 작품은 메리메의 원작 [콜롱바]를 스페인의 프랑스어 교사 루이 파올리가 청소년들을 위해 발췌·요약한 것입니다. 코르시카의 역사와 풍속, 나폴레옹 시대의 오르산톤의 아버지와 네빌 대령이 벌였던 전투 장면, 오르산톤과 네빌 양이 위급한 상황에서 주고받은 감동 어린 연애편지들에 보이는 매력적이면서 냉정한 문체가 간략하게 소개되어 아쉬움의 여운을 남기기는 하지만, 원작의 정신에 다가가는 데는 별 문제가 없다. 권선징악의 소설이 아닌 ‘필요악’의 탐구 과정으로서 [콜롱바] 읽기를 권해본다. 메리메의 소설은 바로 ‘악’에 관한‘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탐구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중고단행본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