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운 두부를 한입 베어 무니 _ 들머리
나는 절대 늙지 않는다 _ 삼각산
전투화 코에 빛이 머물다 간 시간 _ 연인산
착하고 편안한 의자가 되는 길 _ 예봉산·운길산
시금치, 그 씁쓸한 맛 _ 굴봉산·검봉산
비겁하고 싱겁고 모자란 _ 호명산
먼 풍경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일 _ 삼악산
너무 외로운 질문 _ 천마산
너는 따스한 풍경이 되려 하고 _ 구봉산·대룡산
천국의 문고리만 만지작거리다 _ 수락산
그림자가 꿈꾸는 그늘 _ 도봉산
시처럼, 영원히 시처럼 _ 운악산
어쩌면 아무것도 아닌, _ 날머리
山 그리고 추억의 지도
당신의 추억이 함께 걷는 그윽한 산길
山, 그리고 추억의 지도
바람이 없어도 울긋불긋 단풍보다 선명한 빛깔들이 출렁인다. 평일에도 경춘선, 중앙선 전철은 형형색색의 아웃도어 웨어로 한껏 멋을 낸 산객들로 북적인다. 산으로 가는 물리적 거리가 가까워진 만큼 마음의 거리도 가까워졌다. ‘산에 왜 가는가?’라는 물음 따윈 이제 아무래도 괜찮다는 듯 사람들은 그렇게 산으로 간다. 그리고 각자의 추억의 지도를 펼쳐 들고 나름의 발자국을 뚜벅뚜벅 새기며 걷는다.
당신의 추억이 함께 걷는 그윽한 산길
[나는 절대 늙지 않는다]는 부드럽고 여유로운 두부의 미덕을 닮고 싶어 하는 지은이가 산길을 거닐며 주워 담고 간직했던 생각들을 풀어낸 이야기책이다.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알 만한 유명한 산에서 자신의 한계와 싸우는 이야기가 담긴 거창한 산행기는 아니다. 그저 주변에 있는 뒷산, 앞산 등을 오르내리며 보통의 산길을 보통의 걸음으로 걸으며 기록한, 소소한 이야기지만 심장소리, 숨소리가 들리는 듯한 날것 그대로의 이야기, 어쩌면 바로 당신의 이야기이다.
사람과 산 사이를 오가며 이야기를 따라 걷는 산행
사람들 속에서는 늘 산을 그리워 하다가 그리운 산에 가면 다시 사람을 그리는 지은이는 그렇게 산과 사람들 사이를 오가며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자신의 지도에 그리고 있다. 그가 걷는 길에는 공간뿐만 아니라 시간과 이야기도 이어지고 있다. 하나하나 논리적으로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추억의 여정, 그 길에는 독자 여러분들이 함께 걸으며 채워나갈 여백이 넉넉히 마련되어 있다. 그 여백의 길에서, 길이 지내온 시간을 상상하며 걷다보면 어느새 점점이 찍힌 추억의 발자국이 뒤를 따라온다.
외롭고 힘든 당신을 품어 주는 아늑한 그늘
때로는 정해진 길을 벗어나는 것이 온전한 산행으로 마무리될 때가 있다. 산은 예측 불가능한 삶과 달리 아무리 작은 걸음이라도 그 정성을 반드시 되돌려 준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저 산 앞에 서면 산이 시키는 대로 달려들어 산의 품에 안기고, 고요한 산의 품에서 잠시 목도 축이면서 쉬었다 가면 그것으로 족한 것이다. 이렇게 지은이는 산처럼 자신의 그림자가 누군가에게 아늑하고 시원한 그늘이 되길, 누군가의 착하고 편안한 의자가 되길 꿈꾸며 살아간다.
어쩌면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 후미진 음지에서 세상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나눈다. 난 그저, 그 이야기를 따라 더 오랫동안 걸을 뿐. 그저, 그뿐. (본문 ‘날머리’ 중에서)
이제 [나는 절대 늙지 않는다]를 펼쳐 든 독자 여러분들이 아름다운 이야기를 따라 함께 걷다가 지은이의 그늘에 들어와, 편안한 의자에 앉아 잠깐 쉬었다 가시길 바랄 뿐이다. 그저, 그뿐.
중고단행본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