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잔혹
살로메 / 메데이아 / 스핑크스 / 메두사 / 유디트
2. 신비
이브 / 모나리자 / 키르케 / 판도라 / 세이렌 / 록셀란 / 클레오파트라 / 조제핀 / 롤리타
3. 음탕
마릴린 먼로 / 옴팔레 / 데릴라 / 카르멘 / 나나 / 메살리나 / 릴리트 / 밧세바
4. 매혹
헬레네 / 비너스 / 필리스 / 프리네 / 레카미에 / 사바티에 / 해밀턴 부인
맺는 말
도판 목록
참고 문헌
팜므 파탈은 누구인가?
팜므 파탈(Femme fatale)은 흔히 ‘요부’라 불리는, 저항할 수 없는 관능적 매력과 신비하고 이국적인 아름다움을 통해 남성들을 종속시킬 뿐만 아니라 치명적 불행을 야기시키는 여성들에 대한 총칭이다. 팜므 파탈은 문학 작품을 비롯하여 예술 전반에 걸쳐 즐겨 사용되는 대표적 모티프 중의 하나다. 최초의 팜므 파탈은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악마의 꾐에 빠져 아담을 유혹하여 타락시킨 이브다. 이 밖에도 성서에 나오는 팜므 파탈로는 삼손을 파멸시킨 들릴라와 살로메 등이 있고, 그리스 신화에는 스핑크스, 메두사, 세이렌이 등장한다. 역사에서는 클레오파트라와 루크레치아 보르자, 메리 스튜어트 등이 권력을 탐한 팜므 파탈이었다. 또한 강한 이미지의 팜므 파탈의 반대어로, 병약하고 창백한 아름다움과 함께 도달될 수 없는 이상과 순수한 영혼을 지닌 가냘픈 여인을 가리켜 ‘팜므 프라질(Femme fragile)’이라고 한다. 팜므 파탈이란 말은 19세기 말부터 보편화되기 시작했으며, 관습과 도덕에 억눌리지 않고 원초적이고 야성적인 욕망을 거리낌 없이 펼치는 새로운 여성상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자신의 육체와 욕망, 그리고 세상에 대한 지배권을 요구하는 여성들에 대한 남성들의 공포가 숨겨져 있다. 남자들을 유혹하여 그들로 하여금 사회적 규범과 질서, 윤리적 책임과 의무로부터 벗어나게 하고 결국 파멸과 죽음을 불러오는 여성이라는 부정적인 팜므 파탈의 이미지는 현대에 들어와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활달한 여성의 긍정적인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다.
남성들에게 쾌락과 관능의 완성을 상징하는 동시에 위험과 파멸을 가져오는 팜므 파탈은 위협적인 힘을 나타내듯 정면을 향해 곧게 선 모습, 낮게 내리 깔은 눈꺼풀과 음울한 웃음, 그리고 어깨 위로 풍성하게 넘실거리는 머리카락 등으로 특징지을 수 있다. 최면적인 시선과 신비로운 미소, 창백하고 긴 목, 거칠게 풀어헤쳐져 출렁이는 머리카락, 유혹적인 붉은 입술과 같은 외면적인 관능성은 춤이나 목소리, 노래와 같은 아우라를 통해 더욱 강화된다. 또한 메두사나 이브와 같이 타락과 원죄를 암시하는 뱀과 함께 등장함으로써 악마적인 것과 직접적으로 연결될 수도 있고, 집시 카르멘이나 이집트의 여왕 클레오파트라처럼 이국적인 요소와 결합되어 일상적인 경험의 세계를 벗어난 존재로 등장하기도 한다. 이렇게 대략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팜므 파탈의 구체적인 모습과 그들의 이야기를 좀더 직접적으로 만나고 싶지 않은가? 다빈치의 신간 <팜므 파탈 - 치명적 유혹, 매혹당한 영혼들>은 독자들의 이러한 호기심을 충족시켜 줄 매력적인 책이다. 저자인 사비나 미술관의 이명옥 관장은 편안하면서도 개성 넘치는 글솜씨로 살로메, 이브, 들릴라, 유디트 등의 성서 속 인물, 스핑크스, 메두사, 비너스, 세이렌 등의 신화 속 인물, 클레오파트라, 마릴린 먼로 같은 역사 속 인물의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들려준다. ‘대중 속의 미술관’을 표방하며 참신하고 독특한 기획으로 미술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고 있는 저자는 대중과 가까워지기 위한 또 하나의 방편으로 미술 관련서 집필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저자의 톡톡 튀는 경쾌한 글은 독자들을 그림과 그에 관련된 이야기 속으로 끌어당기며 유혹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130여 컷에 이르는 미술 작품과 함께 예술가에 대한 정확하고 풍부한 해설을 팜므 파탈들의 이야기와 결합하여 독자들의 이해를 높이고 재미를 더한다.
21세기형 팜므 파탈!
저자가 이 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단순히 팜므 파탈의 유형이나 그들의 이야기에 그치지 않는다. 저자는 19세기 말에 미술과 문학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린 요부형 여성 이미지는 오늘날 TV, 광고, 영화 속의 여성들, 섹시한 매력을 강조하여 성에 호소하는 여성 이미지로 각색되고 있음을 주목한다. 나아가 적극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펼치고 사회 각 분야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활동적인 현대 여성들은 21세기 코드로 변주된 팜므 파탈임을 은연중에 강조한다. 예전의 팜므 파탈은 성적 매력과 미모를 주로 앞세워 남성들을 유혹했다면, 오늘날의 팜므 파탈은 그러한 매력과 더불어 지적, 사회적 능력으로 무장한 채 남성과 그들의 사회를 위협한다. 그러나 그들의 위협은 유혹하는 팜므 파탈과 유혹당한 남성 모두의 파멸로 끝을 맺던 예전과 달리 시대와 사회의 발전을 이끌어 가는 긍정적인 의미로 방향이 바뀔 수 있음을 이 책을 읽는 여성 독자들은 충분히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중고단행본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