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의 눈으로 중국을 바라보다 머리말
중국과 한국 사이에서 한국어판 머리말
1. 아방가르드를 정의하다
아방가르드 부상병
누가 아방가르드를 강간했는가
‘계획예술’의 등장
계획의 본질
초왕의 가는 허리
주방장과 미식가
돼지교배에 대한 퀴즈
또 하나의 퀴즈
서시가 눈을 찡그린 이후
편견을 경계하라
‘초(超) 포스트모더니즘’을 기다림
2. 가장 잘나가는 예술가는 누구인가?
비평에 관한 여섯 가지 비유
이론가의 지상 공격
옛날을 그리워하는 예술산업
블랙마켓 신화
가장 잘나가는 아방가르드 예술가는 누구인가?
생기 없는 행진 부대
경매
문제의식 없는 예술사는 존재하는가?
3. 문화를 바라보는 시각
절대 야생동물의 시각이 아님
중국 남성의 페미니즘
페미니즘에 대한 단상
독서의 용도
이미 다 알고 있던 이름
공자는 텔레비전을 보지 않았다
사진의 전략
사진의 기초
통속적일 권리를 옹호함
포스터, 예술의 순환을 논하다
베이징에서 199
2000년 문화적 사건에 대한 기록
뉴욕에서 만난 중국인
4. 오늘의 중국
엘리트와 신세대, 그리고...
아Q와 건달, 그리고 기타 등등
1980년대 중국과 네 명의 예술가
얼굴을 덮어오다
도시
시대를 뛰어넘는 상상과 자유
바깥에서 보기와 돌아보기
명상과 노작
집단성과 개인성
중국 예술의 근대성과 본토성
중국 예술의 안과 밖/추천서/김유연
중국에도 포스트모던이 있다/옮긴이의 말/임대근
작가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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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은 더 이상 ‘아큐’가 아니다.
그보다 더욱 폼나는 ‘건달’이 되었다.
건달들은 의심의 여지 없이 솔직하고
질투 날 만큼 멋진 이들이다.
아큐의 슬픈 운명이 없는 그들은
모두 시끄럽게 오늘날의 대도시를 들쑤시고 다닌다.”
메이드 인 차이나에서 한류바람까지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와 한류바람, 장이머우의 「붉은수수밭」과 「투란도트」, 그리고 아큐와 건달까지. 최근 20년간 중국의 변화를 설명할 수 있는 키워드로 각각 80년대와 90년대 이후를 상징한다. 메이드 인 차이나라는 싸구려 물건만 만들어 내던 저급 노동자에서 외국 대중 스타에 열광하는 최고의 문화 소비자로 급부상한 중국인, 그리고 중국의 거대한 역사를 세계 영화시장에 내놓아 호평 받던 한 5세대 감독의 엔터테이너로의 변신까지. 중국은 지난 역사에서 허우적대며 아둔하고 자기변명만 늘어놓던 ‘아큐’에서 쿨한 ‘건달’로 변화했다.
“이제 중국의 지식인들은 ‘유학’을 통해 엘리트로서 중국을 계도하겠다는 큰 포부 대신 돈벌이의 바다에 뛰어드는 쪽을 택하고 있다. 그래서 주역(周易)은 점성술 서적이 되고, 노장(老莊)과 선종(禪宗)은 세속의 힘으로 지난 시절의 숭고를 해체한다. 게다가 불교와 도교는 대중들의 건강한 신체 혹은 집회의 명분이 되었고, 법가와 병가 사상 또한 오늘날 상업전선의 모략과 사기술이 되었다. 이제 ‘문(文)의 바다’는 ‘상(商)의 바다’가 되었으며 장엄한 물결로 대중들을 압도하고 있다.”
오늘의 중국 문화를 말한다.
최근 중국 관련 서적을 한번 살펴보자. 중국은 한국의 여배우 김희선처럼 되고 싶은 욕망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나라로 변했지만 우리는 아직도 공자와 이백과 루쉰만이 존재하는 나라인 양 이야기한다. 그리고 여전히 ‘붉은 중국’의 대표선수 마오쩌둥 안에 순수한 마르크스와 레닌이 살아 숨쉰다는 뻔한 거짓말이 ‘신오리엔탈리즘’이라는 이름으로 팔리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학문은 퇴보하고 있다. 몇 백 년도 더 된 고전서를 번역하는 일에 몰두하며 전통을 전통이라는 이름으로만 계승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 우리에게 오늘날 중국의 문화를 이야기하고 있는 이 책의 존재는 반갑기만 하다.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중국의 문화예술계에 대한 짧은 평론을 모은 이 책은 한마디로 ‘오늘날 중국 문화’와 그를 둘러싼 사회현상에 대한 비평집이다. 문제는 ‘오늘’이라는 시점에서 동아시아의 문화를 이야기할 때 껄끄러워지는 부분이 늘 목에 가시처럼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바로 순수하게 ‘우리만의 언어’로 이야기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오늘의 동아시아’의 역사는 서구의 영향력을 이야기하기 않고서 혹은 그들의 이론을 빌리지 않고서는 단 몇 분도 풀어내기 힘들다. 전통은 이미 단절되었고, 재해석된 전통 또한 서구의 이론에서 탄생하지 않았던가. 저자는 이 문제 앞에서 당황하지 않고 그 어떤 서구 이론서나 지식인의 이름도 빌리지 않은 채 자신만의 독특한 언어적 유희와 시선으로 ‘오늘’을 풀어낸다.
하나, 중국의 포스트모더니즘은 포스트‘마더리즘’이다?
중국의 1990년대 역시 우리와 마찬가지로 포스트모더니즘의 세례 속에서 우왕좌왕하던 시기였다. 또한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로 국제적인 이목을 끌었던 중국의 예술가들이 외국에서 호평을 받고 금의환향하던 시기이기도 했다. 이를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이 그동안 의 시선과 다른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저자 역시 서구의 포스트모더니즘이 중국에 들어와 예술계에서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는 했지만 단지 중국식으로 개량만 되었을 뿐 혁명을 일으키지 못했다며 아쉬워한다. 서양에서 들어온 이론이기 때문에 포스트모던한 ‘유화’는 범람하지만 포스트모던한 ‘수묵화’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저자의 신선한 시각은 바로 그 현상을 바라보며 기술하는 문장과 단어에서 드러난다. 포스트모더니즘은 중국문화 전반에 영향을 끼치지 못하고 자기네 나라에서 하던 것과 똑같은 것을 중국이라는 나라에서, 중국인의 손을 빌려 반복할 뿐이므로 결국 ‘포스트마더리즘’(post-motherism) 혹은 ‘스텝마더리즘’(step-motherism)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포스트마더리즘’과 ‘스텝마더리즘’은 저자가 만든 신조어로 이 책의 원제이기도 하다. 포스트모더니즘은 서구에서는 ‘친엄마’지만 중국의 입장에서는 분명 ‘새엄마’이기 때문이다. 중국인에게 체화될 수 없는 서구 이론의 태생적 한계를 언어 유희를 통해 비판한다. (p.79)
둘, 문화를 바라보는 균형적인 감각
중국, 전통문화, 여성. 이들의 공통점은 “스스로 말할 수 없으며 늘 서구의 오리엔탈리즘적인 시각에 대상화” 된다는 것이다. 중국은 서양 문화의 패권주의가 원하는 것을 만족시키기 위해 중국의 풍속을 그린 현대문학이나 영화를 하나의 ‘민속품’으로 팔아왔다. 특히 ‘문화혁명’이라는 역사적 소재에 이르면 침통한 중국의 현대사마저도 신기한 풍속이 진열되듯 예술적인 민속품으로 변신하고 더 나아가 서양의 주목을 받는다. 이는 마치 라틴아메리카 사람들은 오로지 축구에만 매달릴 것이라는 관점과 다르지 않다고 저자는 말한다. (p.121~127)
그리고 여성은 남성 기획자들의 전시에서만 자신들의 위상을 드높일 수 있고 언제나 남성들이 불러주기만을 목 빼고 기다려야 하는 수동적인 입장에 처해있다며 중국 남성 예술가들의 어설픈 페미니즘을 정면공격한다. 여성 예술인 기획으로 남성 예술가들의 작품을 전시할 때쯤이면 중국 남성의 페미니즘과 대등하게 ‘중국 여성의 남성주의’를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유쾌한 농담을 건넨다. 저자는 급부상하는 중국 예술을 바라볼 때나 유행하는 서양 이론을 적용할 때 늘 균형적인 시각을 유지할 것을 당부한다. (p.138)
셋, 텔레비전과 인터넷의 시대에 ‘건달의 권리’를 옹호함
저자의 독특한 시선은 바로 세속적이고 통속적으로 변화하는 오늘의 중국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데 있다. 그의 입장은 한마디로 ‘통속적일 권리를 옹호’하는 쪽이다. 1980년대는 소수 엘리트들의 중창 혹은 독창의 시대였다. 사람들은 그 시대에 숭배받는 이들의 명단을 작성하였고, 그 숭배자들을 향한 마음이 문화적 숭배인지 상업적 숭배인지 모를 애매모호한 상태를 지속해왔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속물일지도 모를 두보가 영원히 높고 높은 중국 고전시의 전당에 자리잡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1990년대 텔레비전과 인터넷 시대에 와서는 더 많은 엘리트와 민중의 대합창 시대가 열리게 되자 상황은 바뀐다.
“텔레비전은 공자의 [논어]를 노나라나 송나라 방언이 아닌 자연스러운 표준어로 전달하며, ‘3천 척을 흘러왔다’는 이백의 유명한 시구는 자연풍경 소개 프로그램 속에서 그 의미를 상실해버렸다. 또한 글을 쓸 수 있는 모든 사람들의 재기 넘치는 기록들을 접하자 모종의 변태나 괴벽이 결코 소수 엘리트만의 소유가 아님을 알게 되었다. 글쓰기의 자유와 해방은 특권의 평범화를 의미한다. 특권은 더 많은 대중, 심지어 민중 전체에게 넘어갔다.”
“이제 대중은 영원한 독자나 청중이 아닌, 읽고 쓸 수 있는 이중 신분을 갖게 되었고 이 뛰어난 통속성으로 1980년대의 뛰어난 숭고를 해체했다. 그 해체는 바로 ‘복제’를 통해 이루어진다. 영원할 과거 문화의 복제는 거대한 상업적 기회를 제공한다.” 대가가 없는 시대, 작가는 이 시대야 말로 민중이 진정 행복해질 수 있는 시대라고 말하며 더욱 많은 즐거운 ‘건달’이 평등한 문화광장 위에서 제 뜻을 펼쳐야 한다며 이 시대를 정의한다.(p.183~193)
진정한 책읽기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아큐와 건달, 예술을 말하다]가 출판 시장에서 갖는 큰 의미가 하나 있다. 바로 제대로 된 교양서에 목말라하던 독자들에게 진정한 책이란 무엇인가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동안 서양의 이론서에 줄을 그어가며 읽어 내려가던 독자들은 이중 삼중 꼬인 번역과 체화화기 어려운 외래어로 늘 ‘오늘날’ 문화의 변두리에 서 있는 느낌을 받아왔다.
도대체 언제쯤이면 현대의 이론서들을 몸과 가슴으로 이해한 저자의 글쓰기를 만날 수 있을까하는 답답함을 안고 서점을 헤매던 독자들에게 이 책은 찜통더위에 모처럼 내리는 단비처럼 시원하다. 책에 밑줄을 그을 필요도, 인터넷을 검색하며 정보를 찾아가며 읽을 필요도 없다. 그저 머릿속에 저장된 지식들을 하나 둘 꺼내들어 책읽기의 즐거움이란 무엇인가 마음으로 느끼면 된다.
저자 인지난(尹吉男)
중국의 미술사학자이자 미술평론가인 저자 인지난은 베이징 대학 역사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중앙미술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1999년 서울에서 열린 ‘동북아와 제3세계 예술전’을 비롯해 한국에서 열린 중국관련 전시에 주요 발표자로 참여하기도 했다.
중국어로 인지난이라 읽는 그의 이름은 한국어로 ‘윤길남’이다. 중국인의 이름을 구태여 한국어로 읽을 필요가 있을까 싶겠지만 사실 그는 조선족이다. 게다가 부모님의 고향이 각각 한국의 부산과 ‘조선’의 평양임을 고려한다면 더더욱 그는 ‘윤길남’일 터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포스트마더리즘’을 이야기하는 저자는 자신의 말대로 부모 입장에서 보면 ‘계모’와도 같은 언어인 중국어로만 사고하며 글을 쓴다. 저자는 이런 독특한 이력때문에 그의 저작이 한국인 혹은 조선인이 중국어로 쓴 저작으로 읽히지 않기를 바란다. 다만 서구문화와 중국문화, 그리고 한국문화에서 대해 독특한 시각을 가진 평론가로 기억되기를 바라며 중요한 것은 종족과 신분이 아님을 강조한다.
저자 강연회 일정
[아큐와 건달, 예술을 말하다]의 저자 인지난은 9월 중순경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학장 이두식)의 초청으로 한국에서 강연회를 가질 예정이다.
중고단행본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