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롭고 분방한 김수창을 붙잡은 오연주, 그를 사로잡은 여자!”
어떻게 결혼했는데 여자친구가 있을 수 있어? 시끄러워. 무조건 안 돼. 나만 보란 말이야. 난 당신만 보잖아. 새장에 갇힌 기분이야. 김수창하고 살면 무지 행복할 줄 알았는데…….
“그저 잠깐 스치는 바람처럼 지나쳐야 해. 영원히!”
인생에 한 번뿐인 결혼! 씁쓸함이 침을 삼키는 데도 목을 따끔하게 했다. 마음까지 어쩐지 서글펐다. 다 지나간 일이고, 시간도 꽤 많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뭔가에 사로잡혀 있었다. ‘마치 풀리지 않은 문제를 더 잡고 있어야 하는 것처럼 깨끗하게 돌아서지지 않은 이 마음의 정체는 대체 뭐지? 정신을 차리자. 정신을! 다 끝난 일이니까. 그래 다 끝났잖아.’
“너는 하면서, 나는 하지 마? 나쁜 놈!”
“김수창, 너 그것밖에 안 돼? 내가 재혼하겠다고 나서니까 이젠 배 아프니? 여러 여자들이랑 놀 때는 나 안 보고 싶디? 넌 그런 식이야. 네 마음대로지. 어떻게 내 마음은 생각 안 해? 내가 너라면 이렇게 오지 않아. 그저 심심해서 보고 싶은 값싼 맘으로 오지 않는다고. 잘되길 빌어줄 거야. 좋은 사람 만나서 행복하게 살기를 바래줄 거야. 이렇게 생각 없이 행동하진 않아.”
“네가 언제나 내 거였으면 좋겠어.”
“우리 그냥 즐기면서 살자. 나 안 해. 결혼하기 싫어. 결혼, 내 인생에 한 번이면 족해. 미쳤냐? 내가 그 족쇄에 또 들어가게. 우리 해봐서 알잖아. 결혼이 얼마나 몹쓸 것인지. 그거 내 의사 아니야. 너도 알잖아. 나 하기 싫은 일은 안 해. 절대로!”
“오연주, 너니까 봐주는 거야. 내가 너한테 미쳐 있으니까.”
‘왜 자꾸 보고 싶지? 가볍게 생각하자, 가볍게. 전 부인으로서가 아니라 그저 보고 싶은 여자로 간단히 생각하면 된다. 결혼은 김수창 인생엔 다시는 없을 테니. 마음대로 놀 수도 없고 항상 매여 있어야 하고, 친구들과 있다가도 빨리 오라는 반 협박 같은 전화에 시달려야 한다. 곧장 자리에 일어나 집으로 들어가도 인정해주기는커녕 오히려 불만과 짜증만 듣지 않았는가!’
“내 부인이 아니라 내 애인이 되겠다고?”
“당신이란 남자 쉽게 잊히진 않지. 그것도 무 자르듯 준비 없이 헤어지고 나서는 더욱. 그래서 결심했어. 나만의 김수창 만들 생각 추호도 없다고. 대신 나 김수창 지울 수 있을 때까지 그 사람 애인할 거야. 당신 애인 많았잖아. 지금도 그렇지? 나 그중 일부로 생각해. 부담 갖지 마.”
“나 옮아도 좋아. 네 바이러스라면 대환영이야.”
결혼해서 한 가정을 이루면 더 행복할 것이다. 수창은 그녀의 행복하다는 말이 거듭될수록 우울했다. 같은 호적에 다시 있고 싶다. 같은 집에서 살고 싶다. 매일같이 한 이불에서 눈뜨고 싶다. 싸우더라도 같이 살고 싶다. 남편과 아내로서 못 볼 것 다 보는, 나중엔 친구처럼 늙어가는 부부이고 싶다. 김수창이 이렇게 변하다니, 신이시여!
중고단행본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