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프롤로그 - 과학을 위해 죽다
화산폭발, 그 환상의 세계로 가다_ 플리니우스(선배)
필리핀 군도에서의 죽음_ 페르디난드 마젤란
세상을 등진 도망자_ 파라셀수스
산 사람을 해부하다_ 안드레아스 베살리우스
때 이르게 찾아온 백발_ 콘라드 게스너
불태울 수 없는 진리_ 조르다노 브루노
운명을 가른 닭 한 마리_ 프랜시스 베이컨
불행을 부른 기적의 소금_ 요한 루돌프 글라우버
화려한 감옥에 갇힌 연금술사_ 요한 프리드리히 뵈트거
벼락 맞은 사나이_ 게오르크 빌헬름 리히만
인도주의적 탐험가의 비극_ 제임스 쿡
신학에만 머물렀더라면_ 조지프 프리스틀리
단숨에 허물어진 미래_ 니콜라 르블랑
수은 탓이었을까?_ 칼 빌헬름 셸레
알려지지 않은 천재_ 예레미아스 베냐민 리히터
짧고도 충분한 시간_ 니콜라 레오나르 사디 카르노
승산 없는 싸움_ 이그나즈 필리프 제멜바이스
실험용 토끼 자살하다_ 막스 폰 페텐코퍼
끝내 남은 것은 절망뿐_ 루트비히 볼츠만
치명적인 라듐_ 윌리엄 램지
서서히 이루어진 중독_ 에밀 헤르만 피셔
몸으로 확인한 치명적 광선_ 마리 퀴리
돌아오지 못하고 만 여행_ 로버트 팰컨 스콧
슬픈 물리학자_ 파울 에렌페스트
산파개구리의 저주_ 파울 카머러
그린란드 얼음 속에 눕다_ 알프레드 로타르 베게너
이데올로기의 희생양_ 니콜라이 이바노비치 바빌로프
이보다 아름다운 죽음은 없다_ 구스타프 크라머
옮긴이의 말
이기적인 과학사 속의 ‘이타(利他)적’ 과학자들 이야기
“수많은 희생 위에 뿌리 내린 과학은 어찌 보면 잔혹하고 이기적인 생명체로 보이기도 한다. 그렇다면 과학에 기대어 그 혜택을 누리고 있는 인류 역시 이기적인 존재가 아닐까? 그러나 인류는 이러한 오명을 벗을 수 있을 듯하다. 그것은 과거에도 지금 이 순간에도 스스로를 희생하여 과학을 발전시켜 온 수많은 과학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과학의 발전이 오늘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과학자들이 나타나고 또 사라졌을까? 지금 당장 과학자라는 이름으로 기억하고 있는 인물들을 꼽아 보라! 다섯 명? 열 명? 아마 손가락도 다 사용하지 못하고 말꼬리를 흐리게 될 것이다.
우리는 과학의 발전을 위해 그리고 인류를 위해 자신의 삶을 바친 과학자들에게 놀라울 만치 무관심한 것이 사실이다. 너무나 자연스레 누리고 있는 과학의 혜택을 생각할 때, 우리가 이들을 기억조차 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 들지 않는가? 만약 그렇다면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이타적 과학자』를 통해 그들에 대한 기억을 되살려 보자.
『이타적 과학자』에서 되살아나는 잊혀진 과학자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문명의 이기는 모두 과학을 기초로 한 것이다. 그리고 과학의 발전 없는 문명의 진화는 생각조차 할 수 없다. 때문에 우리가 하루하루 좀더 편안하고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것은 과학과 그것을 발전시켜 온 과학자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너무나도 이기적인 우리는 그들 중 대부분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저자는 이 같은 현실이 이 책을 쓰게 된 이유라고 이야기하며 이렇게 덧붙인다.
“이 책에 소개되는 과학자들 중에는 그들이 밝혀낸 사실들이 이미 오래 전부터 모든 사람들의 재산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그 자신은 잊혀져 버리고 만 이들도 많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잊혀진 위인들’ 중 여러 명을 과거로부터 잠시나마 다시 되살려내는 목표도 달성한 셈이다.”
과학자들은 왜 스스로를 희생했을까?
사실 이기적인 것으로 따지자면 과학도 만만치 않은 존재다. 과학은 셀 수 없이 많은 과학자의 고통과 인내 그리고 목숨을 담보로 한 희생 위에 발전을 거듭해 온 생명체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언급되는 28명의 과학자는 그 중 극히 일부일 뿐이다. 실제로 과학자들 옆에서 그의 연구와 탐험에 힘을 보태 주었던 사람들까지 고려한다면 그 수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날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무엇 때문에 과학을 위해 희생했을까?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면면을 살펴보면서 해답을 찾아가 보자. 우선 ‘산모들의 구원자’ 제멜바이스. 그는 많은 산모들이 산욕열로 죽는 이유가 시체를 만진 손으로 산모들을 진료한 의사들 때문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고, 너무나 당연히 손을 깨끗이 하는 위생조치를 취할 것을 주장했다. 그러나 그에게 돌아온 것은 동료들의 조롱과 경멸뿐이었다. 결국 그는 미친 사람 수용소에서 죽음을 맞았다. 산소를 가장 먼저 발견한 셸레는 건강을 해칠 정도로 열악한 실험실에서 오랫동안 실험을 계속했다. 그는 오직 연구와 실험을 위해 다른 사람이라면 오매불망 바라마지 않았을 자리들을 모두 거절했을 뿐 아니라 결혼조차 하지 않았다. 게다가 산소의 발견을 발표하는 일을 게을리 하다 그 공을 프리스틀리에게 빼앗기고 말았다. 러시아의 과학자 바빌로프도 ‘이타적 과학자’의 좋은 예다. 그는 과학을 이데올로기의 하수인으로 전락시키려는 소련공산당과 리센코주의에 맞서 과학의 학문적 자존심을 지키려다 무려 3년 동안이나 지옥 같은 지하 감방에서 온갖 고통을 겪어야 했다. 그리고 마침내 굶주림에 목숨을 잃었다.
위 세 사람을 포함하여 이 책에 등장하는 28명의 과학자는 한결같이 자신의 삶은 물론 죽음까지도 과학과 인류를 위해 바친 인물들이다. 저자는 이 같은 희생이 “과학자들의 ‘이타적’ 희생정신과 용기 그리고 억누르지 못한 지식탐구에 대한 욕구에서 기인한다.”라고 말한다.
너무나 인간적인, 그래서 더욱 빛나는 과학자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말로 널리 알려져 있는 철학자 베이컨은 자연과학의 방법론을 쇄신한 개혁적 과학자이기도 했다. 그는 부패를 늦추기 위해 닭 속에 눈을 채우다가 폐렴에 걸려 죽음을 맞았다. X선 연구 때문에 백혈병에 걸려 세상을 떠난 마리 퀴리는 남편의 제자와 스캔들을 일으켜 자신의 빛나는 이력에 오점(?)을 남겼다. 위대한 물리학자 볼츠만은 자신의 과학적 이론을 지키기 위해 동료들과 싸우다 화병을 얻어 자살에 이르게 되고, 르블랑은 함께 연구한 동료 몰래 자신만의 이름으로 특허를 내는 부정을 저지르지만 끝내 미친 사람 수용소에서 죽음에 이른다.
이처럼 이 책은 과학자의 희생을 이야기하면서 동시에 그들이 가지고 있던 다소 불완전한 인간적인 면모를 굳이 감추지 않는다. 때로는 우스꽝스러운 일을 저지르기도 하고, 화병에 걸릴 만큼 증오심을 키우기도 하고, 사기꾼 같은 짓을 저지르기도 하는 너무나 인간적이 그들이, 유독 과학에 있어서 아무런 망설임 없이 희생의 길을 걸었다는 사실이 다소 역설적이다. 그러나 이 같은 사실은 그들의 과학을 위한 ‘이타적 희생’을 더욱 빛나게 한다.
또한 이러한 에피소드들은 여러 과학자를 소개하는 기존의 책과 『이타적 과학자』를 구별해 주는 지점이다. 기존의 책들은 과학자의 삶과 위대한 업적만을 부각시켜 우리의 머리 속에 그들을 지나치게 위대하고 특별한 사람으로 만들어 놓았다. 그러나 이 책은 그들의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시킴으로써 그들 또한 우리와 다르지 않은 인간임을 상기시킨다. 그리하여 그들과 우리를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인간 대 인간으로 만나게 해 준다.
이제 우리들과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는 그들을 만나러 가자.
중고단행본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