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본성, 인간 본성 Animal Nature, Human Nature 뱀의 변신 상어를 분류하는 기준 개미 사회의 위대한 성공 개미들의 만찬
본성의 탐구 The Patterns of Nature 이타주의와 공격성 멀리서 바라본 인간 유전자와 문화 극락조의 재구성
자연의 파노라마 Nature's Abundance 작은 것들이 세상을 움직인다 계통분류학의 시대 생물다양성의 가치 인류는 자멸할 수밖에 없는가?
21세기를 대표하는 석학 에드워드 윌슨의 인간 본성의 근원을 찾아서 누구나 한번쯤 다윈의 이름과 인간 진화의 역사에 대해 들어보았을 테지만 인간이 동물 출신이라는 관점에서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인문학과 사회과학이 인간의 본성을 연구하는 관점 역시 ‘동물과는 구별되는 인간의 숭고함’에 바탕을 두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인간이 동물과 마찬가지로 진화의 산물이라는 관점에서 인간 본성과 자연을 탐구한 기록인 『우리는 지금도 야생을 산다-인간 본성의 근원을 찾아서』는 단순한 진화생물학의 지식을 전달하는 데 머무르지 않는다. 이 책의 저자인 에드워드 윌슨은 개미 연구의 일인자이며 사회생물학의 창시자로 21세기를 대표하는 과학 지성이다. 그는 그동안 인간만이 지니고 있다고 믿어져왔던 감정, 윤리, 종교 등 인간의 ‘정신적인’ 영역까지 동물의 적응 행동과 다를 바 없는 진화의 결과로 본다. 이 책은 윌슨이 평생에 걸쳐 ‘자연nature'과 인간 본성human nature'이라는 주제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탄생시킨 그의 대표적인 사상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한다. 사회생물학sociobiology으로부터 생명 애착biophilia, 생물다양성biodiversity, 학문의 대통합consilience에 이르기까지 이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 사용하며 새로운 사상을 전하는 윌슨 연구의 좁고 깊은 전문 영역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그의 사상 전체를 한번에 맛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최첨단 문명에 구석기 유전자 인류의 조상은 지금으로부터 약 160만 년 전 나무에서 내려와 두 다리로 걸어 다니기 시작했고 양손을 자유롭게 쓰게 되었으며 뇌 용량이 증가했고 도구와 문자를 만들어 사용했다. 고고인류학자들은 몸의 진화와 문명의 발전을 굳이 구별하지 않고 다같이 인간의 진화로 이해한다. 두 가지는 원인과 결과의 관계로 얽혀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간의 본성도 진화했을까? 이는 어리석은 질문처럼 들릴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인간의 문명은 원시시대는 말할 것도 없고 불과 몇 년 전에 비해서도 놀라울 정도로 변했으며, 이에 따라 부모자식간에 아니 두세 살 터울의 형제 사이에도 극복하기 어려운 세대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인간 문명의 변화 속도와 양은 실로 엄청나고, 문명이 변해감에 따라 인간의 사고방식, 생활방식, 미적 감각, 기호, 심지어 외모까지도 달라지고 있다. 그러니 ‘인간 본성의 진화’는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에드워드 윌슨은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도 인간 본성은 그다지 많이 바뀌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가령 뱀에 대한 공포는 밀림에 살던 인류가 생명을 지키기 위해 갖춰야 했던 본능인데, 평생에 한번 뱀을 마주칠 확률조차 없는 도시인도 뱀에 대한 공포와 혐오, 매혹의 복합적인 감정을 간직하고 있다. 심리학자 융이 ‘원형’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 이러한 본능을 생물학자는 어떻게 설명할까? 인문학자와 사회학자들은 오랫동안 이러한 인간의 감정, 윤리, 정신, 영혼에 속하는 것들을 인간만이 지니고 있는 특성으로 보았으며 이를 육체와 무관한 초월적인 것으로 보려고 했다. 그러나 생물학자는 이러한 부분들도 당연히 유전자에 내재되어 있다고 본다. 그 유전자가 어떤 것인지 어디 있는지가 아직 밝혀지지 않았을 뿐.
수백만 년 전 이래로 인간 본성은 변하지 않았다. 사회생물학자인 윌슨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유전자는 문화만큼은 아니지만 비교적 빠른 속도로 변할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의 본성은 많은 유전자의 조합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 인간의 본성이 변하긴 변한다는 것인데 과연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 그의 추정은 매우 구체적이다. “하나의 유전자가 다른 유전자로 바뀌는 데는 10세대 정도 그러니까 인간의 경우 200~300년의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많은 수의 유전자가 관련되어 있는 인간의 본성이 바뀌는 데는 대략 100세대 아니 1000세대 이상 걸린다.” 따라서 그는 오늘날 우리가 지니고 있는 본성이 유인원이 아프리카에 머물러 있던 시대의 산물도 아니고, 신석기인들이 농사를 짓기 시작한 시대도 아닌 구석기 수렵채집 시대의 산물이라고 추정한다. 할리우드 영화의 상상력은 이러한 윌슨의 주장을 실감나게 보여준다. 영화의 줄거리는 대부분 다음과 같다. 오작동 된 타임머신에 의해 문명사회로 던져진 석기시대인은 처음엔 좌충우돌 온갖 해프닝을 벌이지만 많은 노력 끝에 차츰 문명사회에 적응한다. 그러나 그는 향수병을 견디지 못해 결국 자신이 살던 원시 야생으로 돌아간다. 매력적인 도시 애인을 남겨둔 채. 이들 영화는 두 가지 측면에서 인간 본성을 단정적으로 보여준다. 첫째, 앞서 설명했듯이 인간 본성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 원시인은 현대인과 마음을 나누며 사랑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 인간의 감정을 포함한 본성은 수렵채집 사회인들의 그것에서 많이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둘째, 인간은 자신의 원초적 환경인 자연에 대해 친밀감을 가지고 있다. 오늘날 사람들이 산수 좋은 곳에 집을 짓기를 원하고, 심신의 건강을 찾기 위해 자연을 가까이 하는 것도 자연 친화가 인간 본성이라는 주장에 설득력을 더한다.
유전자 결정론에 대한 오해 인간은 지금도 여전히 수렵채집인의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그 시대의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인간 본성이 오늘을 살아가는 데도 적합할까? 그 본성이 여전히 인간의 생존과 번식을 이롭게 할 수 있을까? 다시 석기시대인의 시간여행 이야기로 돌아가면 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너무 쉽게 화를 내고 폭력을 휘두르고 육식을 하고 자손 번식에 몰두하는 그들은 오늘날 인류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좀더 심각한 상황으로 몰고 갈 것이다. 인구 과잉으로 인한 자원 고갈과 환경오염, 육식하는 인간의 비효율적인 에너지 사용으로 인한 식량 부족, 이기적인 욕구로 인한 잦은 갈등과 분쟁은 위기에 처한 인류를 멸망으로 이끌어갈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문명의 옷을 입었을 뿐 그들과 다르지 않은 본성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리고 그 본성은 유전자 깊이 새겨진 것이기에 쉽게 변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인간은 결국 파멸을 향해 나아갈 수밖에 없는 운명인가? 윌슨은 ‘생명의 진짜 주인은 유전자이며 인간은 유전자의 생존기계일 뿐’이라고 믿는 유전자 결정론자이다. 그가 1975년에 발표한 『사회생물학』은 과학계를 떠들썩하게 했고, 그로 인해 인종차별주의자, 남성우월주의자라는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윌슨은 이러한 논쟁 자체가 유전자 결정론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한다. 유전자는 어떤 행동이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지시할 뿐 그 행동이 반드시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석기시대인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지나친 경쟁과 폭력, 전쟁과 같은 어리석은 행동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사용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인간은 역사를 통해 언제나 주어진 환경을 능동적으로 바꾸며 적응해 왔다.
자연이 사라지고 없을 때 인간의 마음에선 어떤 일이 일어날까? 윌슨은 아직 환경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적었던 1980년대에 이미 인류가 당면하게 될 가장 심각한 문제로 자연환경의 파괴로 인한 생물다양성의 훼손을 꼽았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물 종수는 약 1,000만에서 1억 사이로 추정되고 있으며 그 중 우리가 이름이라도 알고 있는 종은 겨우 150만 종에 불과하다. 그런데 지구의 생물 종수는 인류가 출현하기 이전에 비해 100~1,000배나 빠른 비율로 감소하고 있으며, 선사시대 이래로 오늘날까지 인류는 이미 생물종의 10~20퍼센트를 멸종시켜 왔다. 그리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서식지의 변질 속도가 지속된다면 다가오는 30년 안에 다시 지구상 생물종의 20퍼센트 이상이 인간으로 인해 사라지거나 멸종 위기에 놓이게 될 것이다. 자연의 필요성을 깨달은 미래의 어떤 시기에 어떤 조처를 취하더라도 한번 잃어버린 부분은 다시 돌려놓을 수 없다. 이는 풀어놓은 달걀을 본래의 상태로 되돌릴 수 없는 것과 같이 불가능한 일이다. 지구상의 한줌 흙 속에는 은하계 전체의 생명체를 합한 것보다 많은 생물들이 살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생명에 관한 엄청난 양의 정보를 지니고 있다. 야생종들은 새로운 난치병의 치료제를 제공할 수도 있고 대체연료, 새로운 식량과 섬유, 토양과 물의 복원을 위한 자원으로 쓰일 수도 있다. 또한 이들의 물질적 가치를 접어두더라도 인간은 근본 태생이 동물이고, 인류 역사의 대부분의 시간 동안 자연과의 긴밀한 관계 속에서 수렵채집 생활을 하며 살아왔기에 자연이 인간의 정신적인 부분에 미치는 영향 또한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지금 당장 시급한 것은 생물다양성을 보존하는 일이다. 윌슨은 인문학과 사회과학이 인간이 근본적으로 동물임을 망각하고 있기 때문에 인간의 본성과 자연을 이해하는 데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하며 생물학을 중심으로 한 학문의 대통합을 학문의 새로운 방법론으로 제시한다. 새로운 방법론을 가지고 생명체들과 유대를 맺는 방법을 좀더 풍부하게 할 수 있다면 인류의 미래에는 희망이 있다.
총 
멀티플라이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