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란다의 여자 - 그림 그리는 남자 - 어느날 오후의 외출 - 종이배 접기 - 생소한 것들 - 낯선 길 위에서 - 바람 부는 화실의 풍경 - 길을 따라 그가 오고 있다 - 노크를 기다리며 - 옷, 불편한 것들 - 새로운 여행의 시작 - 메킨지강으로 가는 종이배 - 내 안으로 들어온 그 - 카나디안로키의 오두막 - 겨울비 - 에필로그
한 남자의 아내로 대학생 딸과 고3 수험생 아들을 둔 마흔 다섯 살의 전형적인 중년여자인 주인공 손벽희.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 같은 단조로운 인생 선을 20여 년 동안 그려오던 그녀에게 어느 날 예상치 못한 '손님'이 찾아온다. 그림 그리는 남자, 김형철. 초상화를 매개로 한 그들의 만남은 벽희에겐 자연스러운 것이면서 부자연스러운 것이기도 하다. 벽희에겐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와의 짧은 대화조차도 낯설고 불안한 것이기도 했지만 우선 자신보다 아홉 살이나 어린 남자의 접근이 비현실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형철의 입에서 나온 "벽희 씨"라는 호칭은 오랫동안 굳게 닫힌 채 잊혀졌던 녹슨 철문을 누군가 두드리는 소리처럼 벽희의 가슴을 울린다. 그와의 만남은 한여름밤의 폭풍우처럼 벽희가 한동안 당연한 것으로 여겼던 일상의 삶을 뒤흔든다. 먼지 쌓인 옛 사진첩을 들여다보기도 하고, 남편과 아이들에게 있어 자신은 "자판기"에 불과한 존재가 아닌지 회한에 쌓이기도 한다. 벽희와 형철은 작약도로의 짧은 여행을 계기로 서로의 세계에 의미 있는 '현실'로 자리잡게 된다. 현재 자신의 위치와 역할로부터의 일탈에 대한 벽희의 갈등은 평소 순종적이었던 친구 명자의 '일대 사건'과 남편의 '또 한 번'의 외도를 계기로 탈출구를 찾게 된다. 억압적이고 폭력적인 남편의 통제에 순종하는 것으로 알고 있던 명자는 동창의 남편을 사랑하게 되고 결국 함께 인도네시아로 날아간다. 한편 그 전까지도 여러 번 혼외 관계로 관계를 흔들었던 남편은 아내의 존재를 무시하는 또 한번의 혼외관계를 맺는다. 남편의 정부(情婦)로부터 자신이 아이를 가졌으며 벽희의 남편이 자신과의 결혼을 약속했다는 충격적인 얘기를 듣고 벽희는 무작정 택시에 오른다. 정신적 공황 상태에서 도착한 곳은 전에 형철과 함께 갔던 작약도. 그곳에서 형철을 만난 벽희는 그와 하룻밤을 함께 보낸 후 '결혼 후 잊고 있던 종이배를 다시 접어 띄우자'고 결심한다. 형철과 함께 하는 캐나다로의 여행. 형철에겐 영원히 한국을 떠나 새로운 삶을 찾는 여정이었고 벽희에겐 자신을 한 인간으로 대해주는 사람, 사랑하는 사람과의 여행이었다. 남편의 회유에도 불구하고 벽희는 공항으로 떠나지만 남편의 음독을 알리는 딸의 전화를 받고 여행을 포기하게 된다. 하지만 여행의 포기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간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제 벽희는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기 위해 경제적 독립을 도모하고 형철을 만나러 가기 위한 여행을 계획한다.
총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