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노화연구는 인류의 과제다 2. 수명의 한계 3. 방법1: 대사를 낮춰 수명을 연장한다. 4. 방법2: 과산화를 억제해 수명을 연장한다. 5. 방법3: 신경기능을 유지해 수명을 연장한다. 6. 방법4: 호르몬으로 수명을 연장한다. 7. 방법5: 세포와 유전자를 조작해 수명을 연장한다.
20세기 초 조선인의 평균수명은 24세에 불과했다. 영아사망률은 매우 높았고, 천연두, 콜레라 등 전염병도 자주 발생했다. 불과 1백년 전의 일이다. 그러나 21세기 초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20세기 초보다 50세 이상 증가했다(2001년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남자 72.8세, 여자 80세). 21세기에는 사람들이 훨씬 더 오래 살 것 같다. 2020년께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85세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의학계에서는 '이론적'으로 10여년 뒤에는 1백 20세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까지 내다본다. 그러나 단순한 수명 연장이 능사는 아니다. 오랫동안 장수하고, 죽을 때까지 건강하게 살다가 한 순간 숨을 거두는 '건강노사'(健康老死, healthy dying)-. 그런 희망을 갖지 않은 사람은 한명도 없을 것이다. 생명력을 모두 소진하고 천수를 다한 뒤 잠자듯 죽을 수만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있을까. 일본 도쿄대 명예교수인 이 책의 저자는 바로 그런 죽음을 목격했다. 그의 수양어머니는 87세의 나이에 모대학 수학과 청강생으로 등록해 손자 또래의 동급생들 틈바구니에서 '열정적으로' 공부했다. 심지어 60대의 두 딸을 데리고 터키로 여행을 다녔고, 종이접기는 가위 천재적이었다.
그런 그녀가 2001년 9월 어느날 오후 딸과 함께 백화점에 들러 캐나다에 여행갈 때 입을 옷을 산 뒤 귀가해 잠자리에 들었다. 이튿날 아침 가족들은 그녀가 숨을 거둔 것을 발견했다. 그러나 피부는 희한하리만치 윤기가 흘렀고, 얼굴의 표정도 지극히 평온했다. 병명은 없었다. 의사는 사인을 '노쇠에 의한 심부전'이라고 했지만 노쇠의 징후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생명기능이 단시간에 정지했기 때문에 차라리 '수명사'(壽命死)나 '건강사'(健康死), 아니면 '심장정지'라고 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런 표현이 의학용어 사전에 없는 탓에 의사는 '노쇠사'라고 표현한 것이다. 이처럼 평온한 죽음이 아무리 이상적이라 해도 모두가 그런 죽음을 맞이할 수는 없다. 그러나 늙는 방법은 어느 정도 자신이 결정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건강하게 늙기 위해서는 죽는 날까지 삶의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과 다양한 활동을 즐겁게 하는 게 중요하다. 건강한 죽음(healthy dying)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사회보다 개인의 책임이 더 막중해 보이는 이유다.
이 책은 수명과 노화에 대한 현재까지의 연구결과를 다양하게 예시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장수에 이르는 방법을 설명한다. 여기엔 각 개인이 이같은 방법을 적절히 응용해 건강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하려는 저자의 배려가 숨어있다. 저자도 서문에서 밝히듯 이 책은 노화나 수명에 관한 현재의 연구를 해설하기 위해 쓴 것이 아니다. 노화와 수명을 위한 제언들을 가급적 알기 쉽게 풀이했을 뿐이다. 새로운 연구 결과도 삽입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 일반인에겐 다소 생소한 전문용어도 자주 등장한다. 그런 부분은 그냥 지나쳐 읽어 주기 바란다고 저자는 주문한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바로 이 책이 모든 생명체의 노화와 수명의 원리를 차분하고 체계적으로 설명해준다는 점이다. 각종 동물의 실험 사례에서부터 인간을 대상으로 한 연구 사례에 이르기까지 풍부한 자료가 제시된다. 이를테면 최근 KBS에서 매주 인기리에 방영중인 '생노병사의 비밀'의 문고판이라고도 할 수 있다. 저자는 가급적 많은 사람들이 '노화의 생물학'에 관심을 갖게 되기를 바란다고 집필 동기를 밝혔다. 그러나 최근 부쩍 관심이 늘어난 생명공학이나 유전공학 등에 관심을 가진 대학생, 대학원생, 연구원, 의료계 및 관련 업계 종사자뿐 아니라 생명과학의 신비로운 세계에 자신의 미래를 건 예비 대학생 등도 각별히 눈여겨 볼만한 책이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미래의 노화연구가 잉태한 새로운 가능성 때문이다. 21세기의 노화연구는 '불로장수'(不老長壽)를 가능케 해줄 것이다. 1백년을 1세기(century)로 부르는 것처럼 1백세 이상인 사람을 '센터네리언'(centenarian, 百壽者)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 센터네리언은 병에 쉽게 걸리지 않는 유전자를 많이 갖고 있을 것 같지만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예컨대 심근경색에 걸리기 쉬운 유전자를 갖고 있으면서도 무병장수하는 사람도 있고, 의식적으로 저칼로리 식사를 하거나 매일 1만보 이상을 걷는 등의 '귀찮은' 생활습관을 갖고 있지 않는데도 장수를 누리는 사람도 있다.
왜 그럴까. 노화연구가 처음 시작될 무렵만 해도 전문가마다 제각기 노화학설을 내놓을 정도로 중구난방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대체로 산화 스트레스와 에너지 대사라는 기초과정, 그리고 개체 수준의 뇌를 중심으로 하는 고차원적 조절계(신경, 호르몬계), 그리고 이 문제를 유전자 차원에서 이해하기 위한 첨단연구로 그 범위가 점차 집약돼 가고 있다. 이같은 맥락에서 저자는 자신의 오랜 연구를 토대로 첫째 대사를 낮추고, 둘째 과산화를 억제하고, 셋째 신경기능을 활성화시키고, 넷째 호르몬을 이용하며, 마지막으로 세포와 유전자를 조작함으로써 수명을 늘리는 방법을 소개한다. 물론 현대인의 수명의 증가가 단순히 의학 수준의 향상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이 보건학계의 정설이다. 무엇보다도 공중보건, 영양, 주거, 경제형편 등 주변 여건이 이전 시대보다 월등히 나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인간의 한계수명까지 연장된 것은 아니다. 20세기 들어 급속히 발달한 의학수준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여전히 1백세 이상을 살기 힘들다. 주요 질병은 극복했어도 노화라는 생명과정을 멈추게 하거나 적어도 늦추는 데는 아직 실패했다. 그러나 그것도 이젠 바뀔 것 같다. 최근 유전공학의 급속한 발달로 생명체의 유전자 수준에서부터 노화의 비밀이 차츰 벗겨지고 있다. 성급하긴 해도 21세기 첫 4반세기에 노화를 진행시키는 유전자를 알아내 노화를 억제하는 기술이 어느 정도 실현될 것이다. 일례로, 수천개의 유전자를 슬라이드 글라스 정도 크기의 판 위에 고정시킨 진단 키트가 이미 일본 등지에서 시판되기 시작했다. 물론 아직은 특정 질병의 진단용으로만 판매될 뿐 노화나 수명을 예측하는 키트는 개발되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전부 3만개나 되는 인간 유전자의 기능이 일일이 파악되고 이를 토대로 특정 질병의 발병 가능성을 점칠 수 있게 되는 날에는 사람의 노화와 수명을 예측하는 일도 가능해질 것이다. 그렇게 볼 때 인간의 잔여수명을 예측하는 진단 키트가 판매될 날도 머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문제가 초래할 인간의 생리적, 심리적, 사회적 고통도 물론 증가할 것이다. 장수가 오히려 새로운 불행의 시작을 의미할 수도 있어서다. 그러나 이 책의 목적은 그것이 아니다. 그런 문제는 차라리 사회학자, 윤리학자, 공공정책학자들의 몫일 것이다.
총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