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린 자녀가 아버지에게 2 아버지의 부재가 남긴 커다란 공허 3 아버지와 딸 4 그 아버지에 그 아들 5 아버지의 가르침 6 아버지의 초상 7 아버지에게 맞서서 8 아버지의 죽음 9 아버지라는 직업 10 아버지가 보내는 편지
옮긴이의 말
디드로가 딸 안젤리크에게 보내는 편지, 너무 일찍 아버지를 여읜 데 대한 뒤마의 증언, 빅토르 위고의 손녀들이 쓴 편지… 괴테, 버지니아 울프, 스탕달, … 이들이 자신만의 문학세계를 일굴 수 있었던 것…
세계적인 작가들의 회상록, 일기, 편지 텍스트를 엮은 문집
아버지, 그 존재만으로 배워야 할 모든 것을 배운다
다정한 아버지, 거리감이 있고 권위적인 아버지, 상상 속의 아버지, 부재하는 아버지, 친구 같은 아버지, 존경스러운 아버지… 성인이 된 자녀들이 아버지를 바라보는 시선, 세월을 지내오면서 쌓인 추억들 그리고 아버지와 얽힌 여러 감정들이 생생하게 감동을 전한다. 위고, 베를렌, 톨스토이, 괴테, 스탈 부인, 보부아르, 시몬느, 르 클레지오와 같은 작가들의 서명이 들어가 있는 이 발췌문들은 우리로 하여금 삶에서 아버지라고 하는 존재와의 유일한 관계를 행복하게 되돌아볼 수 있게 해준다.
문학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아버지들을 모으면 얼마든지 한 권의 책이 될 수 있다. 리어 왕과 고리오 영감, 아르파공, 표도르 카라마조프, 돈 디에고… 이들은 모두 우리가 현실 속에서 마주칠 수 있는 매우 인상적이고 감동적인 아버지들이다. 조르주 심농의 소설 [혈통]에 나오는 데지레 마믈랭이나 쥘 르나르의 소설 [홍당무]에 등장하는 아버지 르픽 씨처럼, 작가의 자전적 성격이 짙게 배어 있긴 하지만 이 책에서는 어디까지나 ‘가공적인’ 아버지는 찾아볼 수 없다. 아니면 실제로 존재했던 아버지들과의 혼동을 야기했을 것이다. 여기서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바로 작가들의 실제 아버지이다. (/ 서문 중에서)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을 위한 선물이자 위대한 작가들이 선사하는, 독자들을 향한 문학적 선물
마르셀 프루스트가 말하듯이, 나이 들어 성숙해지고 세상 물정을 알아감에 따라 이야말로 진정한 ‘나 자신’의 모습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때가 찾아오는 법인데 이때의 ‘나’를 곰곰이 따져보면 바로 우리들 부모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이야기들 중에 아버지, 어머니에 관한 이야기만큼이나 우리의 가슴을 울렁이게 하고 공감과 호응을 불러일으키는 이야기도 그리 흔치 않다. 하지만 문학적인 역량과 성과를 널리 인정받는 위대한 작가들이 아버지에 관해, 또 아버지로서 속내를 밝히는 이야기는 특별한 호기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이 책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세계적인 작가들이 자신들의 아버지에 대해, 또 아버지로서 그네들의 자녀에게 들려주는 생생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하지만 이 책에 소개되는 이야기는 우리가 이제까지 주로 이들 작가의 문학작품을 통해 접해오던 허구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들이 작가가 아닌 자연인으로서 들려주는 실제의 이야기이다. 즉, 이들이 수많은 독자들의 마음을 쥐락펴락하며 기쁨과 슬픔을 안겨주던 ‘유명작가’로서가 아니라, 여느 세상 사람과 조금도 다를 바 없는 한 사람의 아들이나 딸로서, 혹은 한 사람의 아버지로서 느끼고 생각하는 바를 들려주는 이야기이다. 이들은 사랑하고, 욕망한다. 증오하고, 고뇌한다. 그리고 상처받고 후회한다. 이들 역시 작가이기에 앞서, 그저 한 사람의 인간이기 때문이다. (/ 옮긴이의 글 중에서)
아버지라는 이름의 엄격함 속에 내재된 깊고 온화한 사랑
디드로가 딸 안젤리크에게 보내는 편지, 너무 일찍 아버지를 여읜 데 대해 쓴 뒤마의 증언, 빅토르 위고의 손녀들이 쓴 편지… 일상적인 문구 속에 여기저기 배어 있는 애틋한 감정들이 그리움과 향수를 더해준다. 특히 갓 결혼한 딸에게 보내는 디드로의 편지는 신부를 위한 지침이라 부를 만하다. 모든 아버지가 그러하듯, 딸을 결혼시키고 나서의 슬픈 심경이 편지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속 깊은 정과 내면의 아름다움으로 빛나는 이 책은 작가들의 자전적인 텍스트를 통해 그들의 속내를 들여다보게끔 해주는, 우리네 아버지들의 숨겨진 감정의 고백이기도 하다.
아버지에게 있어, 자녀에 대한 사랑만큼 크고 위대해 보이는 것은 없다
어린 자녀가 기숙사에 홀로 떨어져 가족을 그리는 애틋한 마음, 자상하고 따뜻한 아버지의 굳센 팔에 기대어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때의 기억… 아이는 행여 어디가 아프기라도 하면 곧장 아버지에게로 달려간다. 아버지가 안아주면 대번에 낫기라도 할 듯이. 아버지는 아이에게 전지전능하고 세상에 모르는 것이 없는 요술쟁이이자 마법사인 것이다. 귀하고 예쁜 딸을 감히 야단칠 줄도 모르고, 근사한 군복 차림으로 딸을 팔에 안고서 부끄러워하기는커녕 자랑스럽다는 듯이 온 동네를 다니는 아버지… 어린 딸의 눈에 비치는 아버지의 모습은 최고의 영웅이자 가장 훌륭한 판관인 동시에 또한 그 존재는 가정을 떠받치는 반석이다. 때로는 소설가 발작마냥 거칠고, 왕성하고, 외향적이고, 정복욕에 불타는 기질의 아버지… 열정적이고, 적극적이고, 저돌적인 아버지는 어떤 장애에 부딪히더라도 포기할 줄 모르고 난관을 헤쳐나가는 괴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70세의 노구를 이끌며 정원을 돌보는 아버지… 말없이 침묵하고 있는 아버지를 곁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배워야 할 모든 것을 배운다. 화초를 돌보기 위해 몸을 구부린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신뢰와 평온감이 찾아들곤 하는 것이다. 아버지가 뒷짐을 진 채 말없이 창가를 오가며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궁금해하던 아들… 예전에 아버지가 했던 행동과 똑같은 모습을 취해보지만 아버지에 대해 존경심으로 둘러싸인 애틋한 우정만 남아 있을 뿐이다. 이처럼 다 자라기도 전에 아버지를 잃고 공허감에 빠져 떠오르지조차 않는 기억들을 더듬어보는 애처로움도 느껴볼 수 있다. 사내 녀석들과 절대 어울리지 말라며 으름장을 놓고서 오로지 당신 곁에 바짝 붙어 있기만을 바라는 아버지에게 한때 반항심을 가졌던 딸… 그리고 아버지의 장례식…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접하고서야 비로소 처음으로 그토록 섬세하고 소중한 면면을 영영 잃어버리게 되었다는 쓰라린 감정을 내면 깊숙한 곳에서 느낀다.
이와 같이 책 속에서는 문장의 갈피마다 누구나 자신의 아버지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작가들이 들려주는 아버지 이야기는 그 자체로 무척이나 흥미롭고 감동적인 이야기일 뿐 아니라, 그 이야기가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바로 우리의 아버지, 또 바로 우리 자신의 이야기로 다가오게끔 한다.
총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