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선물, 자연을 그 무엇보다 사랑한 백인 인디언 그레이 올의 이야기 백인으로 태어났으면서도 인디언의 삶을 동경해 온 한 어린아이가 있었다. 부모 없이 할머니와 고모들 손에서 자라난 그 철부지 어린 소년은 훗날 최초의 환경 보호자, 자연과 동물의 대변자, 야생의 사절, 인기 있는 강연자 등 여러 이름을 가진 특별한 인물이 되었다. 그가 바로 인디언 환경 운동가 ‘그레이 올’로 다시 태어난 아치 벨라니였다. 영국에서 태어난 아치 벨라니는 자신이 버팔로 대서부 쇼에서 안내원을 했던 스코틀랜드인 아버지와 아파치족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인디언이라고 주장하면서 인디언들의 삶 속으로 뛰어들어 그들의 대변인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환경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수많은 강연과 책들, 그리고 비버와 함께 출연한 영화를 통해 그 메시지를 알리는 환경 전도사로서 이름을 날렸다. 시대를 앞서서 살아간 선도자로 1930년대에 가장 유명한 캐나다인 중 한 사람이 된 그레이 올은 1970년대에 와서야 사람들이 의식하기 시작했던 자연 보호라는 문제, 그리고 오늘날에 와서야 대개의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게 된 원주민들의 권리를 그 시대에 이미 주장했다.
정말 중요한 것은‘어디에서 왔는가’가 아니라‘어디로 가는가’이다. 삶 속에 숨겨진 다양한 모습들을 통해 본 그레이 올의 진실들 그의 죽음 후, 그레이 올이 실제 인디언이 아니라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인디언 행세를 하던 한 백인 남자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매스컴은 연일 뜨거운 논쟁에 휩싸였다. 그레이 올이 자신의 진짜 정체를 숨겼다고 해서 그가 사랑했던 야생을 구하기 위해 기울였던 노력이 거짓이 되어야 하는 것일까? 만일 그가 속임수를 썼다고 해도 그의 말이 진실한 것이 될 수 있을까? 이처럼 뜨겁던 논쟁은 얼마 후 잠잠해졌고, 이제 그레이 올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후세의 몫이 되었다. 그러나 그의 조상이 누구인지 그게 무슨 상관이겠는가? 그가 캐나다 정부에서는 환경 일을 하는 직원으로, 영국에서는 강연자와 방송인으로 야생의 보호를 위해 끊임없이 일했다는 사실에는 논쟁의 여지가 없다. 그리고 비버 군락을 위해 그가 추진했던 일과 기울인 노력으로 그레이 올은 ‘야생의 사절’이라는 유명한 칭호까지 얻게 되었다. 한 남자가 인생의 절정기를 환경 보호라는 대의에 바쳤는데도 붉은 인디언이 아닌 영국인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이유 때문에(설사 명확한 증거가 있다고 해도) ‘사기꾼’으로 치부된다면 그것은 참으로 부당한 일이다. 그의 책이나 강연을 접해 본 사람이라면 그의 진실을 의심할 수 없을 것이다. 그는 의심할 여지없는 그의 실체인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인정받아야 한다. 숨을 거두기 전 10여 년 동안, 그 외로운 영국 남자는 많은 사람들이 그저 하고 싶다는 소망만 가지고 있는 일들을 실제로 해냈다. 그레이 올은 꿈을 실현했고 세상은 그를 주목했다. 그의 소박한 바람들을 잘 드러내 주는 그의 글들은 진정한 자연의 소중함과 그를 위해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아주 단순하지만 극명하게 말해 주는 하나의 예가 아닐까 싶다. 그의 말처럼 “우리가 자연의 주인인 것이 아니라 자연이 우리의 주인”이니 말이다.
총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