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와 야크를 잃었지만 자비의 마음과 행복을 잃지 않은 사람들과의 만남! 중국의 침략을 피해 히말라야를 넘다가 동상에 걸려 발가락이 없어졌어도 아침마다 중국인들의 행복을 위해 기도하는 소년. 모기향을 피우기 전에 사흘 동안 모기들에게 경고하는 청년. 길에서 만난 벌레 한 마리도 전생에 자기의 어머니로 여겨 소중히 대하는 아이. 오랫동안 사랑을 쏟지 않으면 가슴이 아파 온다고 말하고, 아침에 눈을 떠 처음으로 하는 일이 신성하지 않으면 그날 하루 남을 위해 아무것도 할 수 다고 믿는 어른. 평범한 농부인데도 세상의 폭력이 사라져 평화가 찾아오기를 기도하는 노인. 인도로 여행을 떠났다가 그곳에 사는 티베트 사람들과 아이들에게 매혹된 저자는 여러 번 계절이 바뀌는 동안 다람살라, 데라둔, 따시종, 라다크 빌라쿠피, 훈수르 등 인도 대륙에 흩어져 있는 티베트 정착촌을 찾아 평생 걸은 것보다 더 많은 길을 걸어다녔다. 그리하여 증오와 분노의 독을 용서와 자비의 꿀로 바꿔버리고 전세계의 평화를 위해 기도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이 책은 그 감동에 찬 아름다운 만남의 기록이다. 히말라야를 넘는 티베트의 아이들 해마다 수많은 티베트 아이들이 목숨을 걸고 히말라야를 넘는다. 중국이 점령한 티베트 본토에서는 티베트 말과 역사를 제대로 배울 수 없기에, 티베트의 아이들과 부모들은 영하 30도의 추위에 시달리고 보릿가루만으로 허기를 면하면서 히말라야의 국경을 탈출한다. 거칠게 뻗친 머리칼, 바람에 튼 뺨, 남루한 옷차림. 탈출에 성공했지만 이제부터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는 얼굴로 달라이 라마 왕궁 뜰 앞에 주저앉아 있는 사람들. 그것이 저자가 처음에 마주한 티베트인들의 모습이었다. 아무도 아프지 않고, 배고프지 않고 눈물 흘리지 않기를… 저자는 당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모든 일에 의욕을 잃은 채 빠른 속도로 메말라 가고 있었다. 삶에 대한 허무와 무기력에 압도당해 있을 때 배낭 하나와 몇 달치의 여행 경비만 달랑 들고 인도로 향했다. 티베트 어린이 마을(Tibetan Children's Village)은 전세계의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는 티베트인들의 자치 구역이다. 그곳에서는 티베트의 희망이자 미래인 아이들에 대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곳에서 어느 날 저자는 두 달 동안 걸어 인도로 탈출해 왔다는 티베트 소년을 만났다. “티베트 사람들은 달라이 라마를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 천 개의 눈과 천 개의 팔을 가진 관음보살의 화신이라 믿는데, 왜 중국의 손아귀에서 티베트를 구하지 않는 걸까?” 소년은 대답했다. “달라이 라마님의 자비와 사랑 안에서 티베트인과 중국인은 똑같이 소중한 존재예요. 만약 달라이 라마께서 신비한 능력을 보여 중국인들에게 해를 끼치고 티베트의 독립을 얻는다면 어떻게 그가 살아 있는 부처님일 수 있겠어요?” 그 말에 놀라움과 부끄러움, 가슴속에서 소용돌이치는 뜨거운 기운을 느꼈고 며칠 뒤 아예 짐을 꾸려 티베트 어린이 마을 근처에 숙소를 정했다. 그리고 틈나는 대로 아이들을 찾아갔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교사, 학부모, 졸업생, 망명정부 관리, 학교 앞 구멍가게 주인 등 티베트 정착촌 안의 다양한 사람들에게서 이야기를 들었다. 비로소 ‘말하기’를 멈추고 ‘듣는’ 여행을 시작한 저자는 행복까지도 적에게 양보하고 아무도 아프지 않고, 배고프지 않고 눈물 흘리지 않기를 기도하는 티베트인들의 영혼을 온 가슴으로 맞아들였다. 비로소 저자는 나를 찾아 떠난 여행에서 세계와 하나가 될 수 있었다. 세상을 다 가진 티베트 사람들, 그들은 말한다. “당신들은 너무 많이 소유하고 있어서, 그것들을 잊을 수 없기에 행복한 겨를이 없는 것이다”라고.
총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