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집 갑판장 카페와 약속을 지키는 사람들 그들이 ‘순대’와 ‘이반’인 이유는? 기록, 그리고 추억 희미해져가는 믿음 램프에 얽힌 사연 도서관과 안쿠의 전설 레오, 포기하다 영혼의 램프 약속의 끝 작별 인사 그들의 죽음 램프의 마지막 모습 진실의 얼굴
2006년 프랑스 메디치 상 수상작 보통 사람들의 눈물과 웃음을 담은 가슴 따뜻한 이야기
작년 메디치 상 수상작인 이 소설 [어떤 약속]은 7명의 이웃들이 추억과 우정을 지키기 위해 벌이는 10개월간의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술주정뱅이, 막노동꾼, 카페 주인 등 소시민들이 자신들의 보잘것없는 과거와 의리를 지키기 위해 애쓰는 과정은 ‘인간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져준다. 이 책의 저자 소르주 샬랑동은 1974년부터 지금까지 프랑스 일간지《리베라시옹》의 기자로 일하고 있다. 아랍계 이민자로서 30년 넘게 언론인으로 일하며, 그 자신 소외계층 출신으로서 보통 사람들의 일상을 면밀히 지켜봐온 샬랑동은 이 소설에서 밑바닥 인생들의 삶과 아픔을 진솔하게 그려냈다. 샬랑동은 첫 소설인 [말더듬이 자크](아고라 출간)로 프랑스 국립고등사범학교(ENS) 문학상을 받은 데 이어, 이 책 [어떤 약속]으로 프랑스 4대 문학상 중 하나인 메디치 상을 수상함으로써 단 두 권의 소설로 문단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추억과 우정, 사랑의 이름으로 맺어진 어떤 약속 마옌 마을 가장자리에 위치한 ‘바람의 집’에는 늙었지만 여전히 서로를 끔찍이 사랑하는 에티엔과 포베트 부부가 살고 있다. 남편 에티엔에게는 13살 어린 동생 루시앵이 있는데, 갑판장 카페를 운영하는 루시앵과 그의 친구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 각자 바람의 집을 방문하는 것을 약속처럼 지키고 있다. 월요일에는 열쇠를 신주단지 모시듯 하는 천당지기가 침실과 거실과 주방의 문을 여닫은 후 벽시계의 태엽을 감고, 화요일에는 겁쟁이 레오가 현관에 달린 종을 울리고 문을 두드리며, 수요일에는 술에 취해 장모를 겁탈한 적이 있는 베르트뱅이 방마다 불을 환하게 켜며, 목요일에는 홍일점 마들렌이 식탁을 차리고 이불 호청을 갈고 꽃을 꽂고, 금요일과 토요일 사이 한밤중에는 루시앵이 바람의 집을 둘러보고, 토요일 아침에는 머릿속이 온통 시뻘건 이반이 환기를 시키고, 일요일에는 학교 선생 블랑슈테르가 낭랑한 목소리로 책을 읽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약속을 지킨 후 갑판장 카페에 들러 ‘약속의 잔’을 마신다. 이들이 벌써 열 달째 이 일을 계속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의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모자란 부분이 있는 사람들이다. 태어나자마자 고아가 되어 부모의 얼굴조차 모르는 베르트뱅, 사랑하는 아내를 잃고 죽은 듯한 목소리를 내는 레오, 레닌을 닮고 싶어 하지만 공산주의가 뭔지는 잘 모르는 이반, 중년이 다 되도록 자신의 방 한 칸 가져보지 못했던 천당지기……. 그런 그들이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에티엔과 포베트 부부를 만나 삶에 대한 애착을 되찾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특별한 약속’을 실행한다는 것이 이 책의 줄거리다. 이들은 돈도, 명예도, 뛰어난 재주도 없는 소시민들이라는 것 외에도 하나같이 마음 둘 곳 없는 외로운 사람들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 책은 평범한 인물들을 등장시켜 삶과 사랑, 추억에 대한 진지한 통찰을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사람은 누구에게나 오래도록 간직해야 할 소중한 추억과 사랑이 있다는 것을 역설한다. 소설 속에서 이들은 일주일에 한 차례씩 아주 작은 힘을 합치고, 갈등하다가, 다시 화합함으로써 자신들의 추억을 굳건히 하고, 비밀을 공유한 사람들끼리의 유대 공동체를 만들어낸다. 이 소설을 통해 독자들은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각박한 삶에 쫓기느라 ‘개인’으로만 존재했던 스스로의 삶을 돌아볼 수 있을 것이다. 한편 램프가 ‘영원한 생명’을 줄 수 있다는 미신, 에티엔과 포베트의 죽음에 대한 진실, 마지막에 드러나는 반전, 여러 갈래로 얽혀 있는 애증 관계 등은 이 작품의 소설적 재미를 더한다. 평범하지만 저마다 소중하고 특별한 인생들을 통해 ‘삶의 진정성’과 ‘인생의 의미’에 대해 묻고 있는 이 작품은 독자들에게 가슴 찡한 감동을 안겨줄 것이다.
총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