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는 잊을 수 없는 사건이 있습니다.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해마다 유월이 오면 가슴 한 곁에서 불같이 일어나는 슬픔과 한을 우리는 느낄 수 있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이 책 또한 이 같은 슬픔과 한에서 그리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해마다 우리가 만나야 하는 한과 그 한을 달래기 위한 경건함의 이유를 이 책은 담담하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한국 전쟁을 소재로 한 이야기입니다. 한국 전쟁은 3년 1개월 동안 계속된 동족상잔의 비극으로 백만 명에 가까운 민간인이 희생되었고, 약 250만 명의 피난민이 발생하였습니다. 전쟁은 겉으로는 민족 통일을 표방한 것이었지만, 오히려 한반도에서 민족의 분열과 대립을 심화시키고 분단 체제를 고착시키는 결정적 계기를 마련한 것이라고 역사학자들은 평가합니다. 그렇지만 이 책은 이처럼 거대한 역사의 평가라든가 사명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단지 한 가족의 이야기일 뿐입니다. 단란했던 가족이 전쟁 중에 어떻게 피난을 가고 또 어떻게 가족과 헤어지는지가 묘사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가부장적 인식이 아직 강하였던 당시의 상황에서 남성이 선택해야 했던 것이 무엇이었으며, 또 여성은 이를 어떻게 수용했는지를 아름답고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이 책은 한 개인의 가족사를 통해 민족의 아픔을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전쟁이 무엇인지, 해마다 오는 유월의 의미가 무엇인지, 이산가족의 슬픔이 어떤 것인지를 어린이에게 쉽게 설명하고픈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
2. 삶과 희망
오늘도 수미는 언덕 위에 앉아서 저 아래편을 지나는 기차를 바라봅니다. 저 기차를 타고 엄마가 돌아올 것이기 때문이지요. 그렇지만 수미의 생일인 오늘도 엄마는 오지 않으실 겁니다. 엄마는 생계를 위해 군에 입대하였기 때문이지요. 그 기간이 끝나기 전에는 수미의 곁으로 오지 못합니다. 그래서 수미는 쓸쓸하고 슬픕니다. 문득 외할머니께서 이런 수미의 쓸쓸해 하는 모습을 보시고, 그리 멀지 않은 때에 있었던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외할머니는 서울에서 어린 아들과 갓난쟁이 딸, 그리고 사랑하는 남편과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강제로 이 땅을 점령을 했던 일본군이 물러가고 잠시 평화가 오는 듯 했지만, 그것도 잠시 북한군이 전쟁을 일으킵니다. 결국 외할머니 가족은 전쟁의 한가운데에 처하게 되고, 그때부터 외할아버지는 필사적으로 전쟁을 피해 안전한 곳으로 피난 갈 결심을 합니다. UN군이 참전하고 중공군이 북한군을 돕고 하는 와중의 한겨울 어느 날 밤, 외할아버지는 가족을 데리고 피난길에 나섭니다. 피난을 나선 가족들은 남으로, 남으로 피난길을 재촉하면서 마침, 어쩌면 마지막 일지도 모르는 피난 열차를 만나게 됩니다. 외할아버지는 외할머니와 가족들을 피난 열차의 지붕 위로 올려 태워 보내고 자신은 홀로 겨울의 벌판에 남습니다. 무심한 피난 열차는 떠나고 이렇게 헤어진 가족들은 다시는 외할아버지를 만나지 못합니다. 이야기를 들은 수미는 용기를 냅니다. 엄마가 돌아올 희망이 있기 때문이지요. 작품 <피난 열차>는 열차를 매개로 하여 만남과 헤어짐을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세대를 건너뛰어 절망의 현실이 희망이 될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외할머니는 눈 내리던 겨울날 아침의 전쟁터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을 합니다. 어쩌면 영원이 될지도 모를 이별을. 물론 그 때는 그 이별이 영원한 것이 될 줄은 몰랐겠지요. 그렇지만 외손녀 수미는 모든 것이 푸른 싱그러운 계절에 사랑하는 엄마를 기다립니다. 잠시의 이별에 조금 가슴이 아프지만 다시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을 안고.
작품 <피난 열차>는 전쟁을 통한 이별의 아픔을 딛고 아름다운 현실 속에서 재현될 재회의 기쁨을 노래합니다. 이 기쁨은 물론 앞선 세대의 희생이 그 바탕이 된 것임을 마지막 장면의 외할아버지의 영정을 통해 상징적으로 보여주고있습니다. 아름다운 그림과 아름다운 문체 속에서 그 감동은 아주 현실적이며, 물밀듯한 벅참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총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