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의 유명 일간지 익스프레센 지가 그 해에 가장 재미있는 어린이 책에 수여하는 '올해의 좋은 그림책' 상을 받은 이 책은, 울프 스타르크의 따뜻하고 정감 넘치는 글에 마티 레프의 그림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어 감동과 재미를 한층 더해준다. 형과 놀고 싶은 동생의 심정과 어린 동생을 귀찮아하면서도 다정하게 보살피며 아껴주는 형의 심정이 섬세하고도 아름답게 표현되어 있어 읽는 이에게 잔잔한 미소를 머금게 한다. 동생의 심정으로도 형의 심정으로도 읽을 수 있다. 읽을 때마다 매번 다른 재미를 맛볼 수 있는, 유아에서 초등학생까지를 위한 그림책이다.
초등학교도 들어가지 않은 동생의 눈에 비친 열두 살짜리 형은 세상 어느 누구보다 멋지고 대단하다. 싸움도 잘하고 무서워하는 게 하나도 없어 친구들에게 '대장'이라는 별명으로 통하는 형은 매듭도 잘 묶고, 과자를 던져 입으로 바로 받아먹을 줄도 알고, 두 손을 놓고도 자전거를 잘 탄다. 걸핏하면 엄살쟁이라고 야단을 치긴 하지만 속마음은 따뜻하다는 걸 잘 아는 동생은 늘 형하고 같이 놀고 싶다. 하지만 형은 또래 아이들과 놀러 다니느라 어린 동생과 놀아줄 시간이 없다. 그러던 어느 날 기회가 찾아온다. 엄마, 아빠가 모임에 갔다가 하룻밤 묵고 오는 바람에 둘만 남게 되고, 형은 의젓하면서도 다정한 진짜 형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친구들이 와서 놀러 나가자고 해도 동생 혼자 둘 수 없다며 데리고 나가 인디언 놀이를 한다. 그러다가 형은 거치적거리는 동생을 잠시 포로로 나무에 묶어 두고 친구들과 다른 곳으로 놀러간다. 그런데 형이 노는 데 정신이 팔려 깜빡 잊는 바람에 동생은 해질녘까지 나무에 묶인 채 혼자 기다린다. 뒤늦게 달려온 형과 집으로 돌아오는데 형은 자기 윗옷을 벗어주면서 부모님께는 비밀로 하자고 말한다. 둘만이 공유하는 비밀이 생긴 게 더없이 좋은 동생과 자신의 과실을 살짝 덮어주는 어린 동생에게 고마움을 느낀 형은 다음날 또 둘이서 놀러가기로 약속한다. 동생은 형과 노는 즐거운 상상을 하며 기분 좋게 잠이 든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형제 간의 사랑 어릴 때 서로 싸우면서도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로 자란 형제자매들과의 소중한 추억이 있는 부모님들이라면 이 책을 읽으면서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떠올릴 것이다. 돌아보면 형제자매만큼 좋은 친구가 어디 있겠는가. 때때로 '저런 못된 형은 없었으면 좋겠어' 라는 생각을 해본 동생이나 '말썽이나 피우는 동생 따위 정말 귀찮아 죽겠어' 라는 생각이 들었던 형, 이들은 이 책을 함께 읽으며 쿡쿡 터져 나오는 웃음을 슬며시 안으로 삼킬 것이다. 그러면서 동생이, 또는 형이 얼마나 소중한지 깊이 깨닫게 될 것이다. 서정적이면서도 아기자기하게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는 삽화 또한 아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데 큰 몫을 한다. 형이 쓰레기장에서 주워다준 맨들맨들한 토스트 기가 너무 좋아 소중히 안고 자는 동생, 형이 만들어준 이불보 텐트에서 신나게 노는 동생, 형이 직접 만들어준 아이스크림과 주스에 감동 받는 동생은 그래서 형이 자기를 나무에 묶어 놓고 깜빡 잊어도 원망하기는커녕 도리어 형을 감싸준다. 형이 동생을 나무에 묶어 놓고 갔다가 잊어버려 혼자 기다리는 장면은 이 책의 압권이다. 잔잔한 여운을 주는 파스텔 톤의 양면 펼침 그림은 보고 또보아도 자꾸 들춰보고 싶은 아름다운 페이지다. 형제자매가 있는 가정이라면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 혼자 크는 아이들에게도 이 책은 형제자매의 사랑에 대한 간접경험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지 않을는지.
총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