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가운데 독일에서 동화Marchen는 "문학적 상상으로 설계된, 특히 마법세계로부터 나온 이야기로 신분이 높은 사람이든 낮은 사람이든 비록 이야기를 믿을 수 없는 것으로 생각하더라도, 그들이 재미있게 귀 기울이는, 현실생활의 여러 가지 조건들에 메이지 않는 경이로운 이야기"로 정의된다. 다시 말해 동화는 ‘기적’ 혹은 ‘현실의 이성적 판단의 경계를 초월하는 놀라운 기이한 사건’을 내포하는 이야기인 셈이다.
이 책은 유럽 동화문학의 역사를 소개하고 당대를 대표하는 작가들에 대해 체계적으로 정리한 것이다. 우리는 지금 문화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다. 장르를 넘나드는 다양한 콘텐츠가 시대적 환경과 사람들의 의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점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급격한 변화 속에서 유럽의 동화문학 역시 다양한 콘텐츠 형태로 변화하며 우리의 삶과 문화에 깊이 자리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유럽 동화문학을 이루고 있는 역사적 토대와 그에 숨겨 있는 비밀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또한 유럽 동화문학이 현대의 문화콘텐츠에 끼친 막강한 영향력과 그 안에 내재되어 있는 사유의 뿌리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유럽 동화문학의 시작
유럽 동화문학은 19세기 후반의 리얼리즘, 자연주의 그리고 세기전환기의 문학 흐름을 거쳐 현대로 이어지면서 생산과 수용과정에 있어 다양한 문학적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문학시장에서 아동청소년 독자의 역할이 확대되면서 아동청소년문학은 독자적 문학 장르로서 그 고유성과 자율성을 인정받게 된다. 이때 동화문학은 아동청소년을 염두에 두고 창작된 작품들이 주를 이루게 되는데, 이로 말미암아 아동청소년문학의 대표적인 장르 중의 하나로 생각하게 되었다. 아울러 동화문학의 동화적 환상성이 확대되고 서사화 작업이 덧대어짐으로써 동화가 장편소설과도 같은 양적 확대가 이루어졌고, 이에 따라 더 이상 전통적인 짧은 이야기가 아닌 소설장르의 특성을 지니게 되면서 현대 환상문학으로 간주되고 있다. 바로 이런 점에서 20세기 초반, 전통적 의미에서의 ‘창작동화’는 종결되었다고 생각하는 연구가들의 의견이 강조되는 것이다.
유럽 동화문학의 부흥
동화문학은 18세기 계몽주의 이래로 동화라는 환상적인 형식을 빌려서 세계의 탈마법화와 지식을 통한 상상력의 파괴를 시도함으로써 인간의 자연에 대한 두려움을 없앨 수 있었지만, 동시에 자연과 친숙한 관계를 선사하기도 했다. 그래서 동화적 환상이 비이성적으로 간주되었던 계몽주의 시대에 역설적이게도 동화가 더욱 발달하게 된 것이다. 낭만주의 이후, 환상을 본질로 하는 동화는 ‘문학의 경전’으로서 탈마법화된 세계에 마법과 환상을 덧씌우는 시도를 보여준다. 이때 환상적 마법의 세계 속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현실 이면의 진실이 드러내거나 사회현실에 대한 불만과 소원환상을 강조하는 매체로서 기능한다. 특히 호프만의 동화는 그 동화적 환상성과 사실적인 현실묘사를 통해서 낭만적 동화이자 동시에 리얼리즘적 특징을 지닌 ‘현실동화’를 선보인다. 19세기 중엽에는 고트프리트 켈러(1819∼1890), 세기전환기에는 프란츠 카프카와 생텍쥐페리(1900∼1944) 등을 중심으로 동화문학의 명맥은 이어진다. 그리고 20세기에 접어들면서 동화는 헤세 등과 같은 작가들에 의해서 낭만주의 문학 정신을 계승하는 한편, 현실과 환상 사이의 괴리감,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 사이에서의 갈등, 존재의 위기감과 불안감 등을 반영해내면서 더 이상 전래된 동화에 등장하는 마법의 유형들과 마력에 의존하지 않는, 새로운 환상세계를 형상화하게 된다. 헤세의 경우, 옛 시대의 마법세계와 권선징악적 결말을 부각시키는 것이 아니라 환상과 마법의 도움으로 주인공이 자아를 일깨워가는 내면세계의 심리 묘사를 강조하고 있다. 부모 내지 마법적 외부환경에 의해 얻어진 삶의 외적 조건을 충족시키는 것이 더 이상 동화의 주인공을 행복의 세계로 이끄는 것이 아니다. 동화의 환상은 스스로 자아를 발견하고 삶의 진정성을 인식하며 고단한 현실 속에서 겪는 상처와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매체로서 작용한다.
20세기 유럽 동화문학의 흐름
20세기에 이르러 동화적 환상성은 복잡한 서사구조 속에서 정형화되고 유형화되었던 인물들에 대한 인식의 전복을 시도한다. 패러디현상이 바로 이를 뒷받침한다. 야노쉬(1931?)가 지은 [야노쉬가 들려주는 그림 동화](1996)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패러디동화들은 기존 메르헨의 결말을 뒤집거나 구조를 해체시킬 뿐만 아니라 유형화된 동화인물을 현대적 시점에서 재해석하려고 시도한다. 그리고 매체 다변화시대를 맞이하여 현대 유럽동화의 텍스트들은 텔레비전 및 영화, 컴퓨터 게임 등의 문화콘텐츠로서 변화되어 응용되고 있다. 19세기가 동화의 근원과 동화의 의미를 밝히려는 데 천착했다면, 20세기에는 동화가 사회에서 어떠한 기능을 수행하는가에 연구의 관심이 쏠렸다. 연구 관점에 따라서 동화생물학, 동화사회학 등이 대두되었고, 동화의 형식, 양식, 인물유형의 특징 등이 분석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역사 유물론적 관점에서 동화에 나타난 동화와 사회와의 연관성을 천착하거나 프로이트와 융의 심리학을 바탕으로 동화를 해석하려는 분석방법도 동화의 새로운 해석을 위한 이해의 지평을 확대시켜 놓았다. 이러한 해석방법에 따르면 동화가 인간의 의식과 무의식을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럽 동화문학의 의미
세계를 보는 시선에 편견이라는 고정관념을 벗어버리기 위해서는 그 편견을 극복하는 데 동화가 지닌 상상력을 동원함으로써 삶과 세계에 통합적 인식이 가능하다. 그리고 에른스트 블로흐는 저서 [희망의 원리]에서 동화 속에 미래의 행복에 대한 예견과 보다 좋은 사회를 갈구하는 유토피아적 희망의 원리가 있다고 강조한다.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희망과 위로의 힘을 주는 동화의 진실을 여기에서 발견할 수 있다 하겠다.
총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