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원 울게 하소서 두꺼비 되던 날 남자의 둥지 낯 술 어머니의 눈사람 넥타이와 괄약근의 함수관계에 대한 고찰 그날 엄마는 죽고 싶었다 가장 고귀한 만남 스위트 빌리지 작품론
극단적인 도시화가 진행된 오늘날의 우리 사회에서 확인되는 ‘인간 희극’에 대한 보고서
최일옥의 신작 소설집 [그날 엄마는 죽고 싶었다]는 타인의 시선으로 인해 고통 받거나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한 사람들, 타인의 시선에 자신을 노출하거나 벗어나려 하는 사람들, 등등 다양한 인간상을 소재로 다룬 작품 모음집이다. 작가 최일옥은 우리 시대의 문제를 사회적 갈등을 넘어서서 심리적 갈등에서 찾고자 한다. 인간과 인간의 사회적 갈등 못지않게 심리적 갈등이 문제되는 것이 우리 사회이기 때문이다. 최일옥이 의도하는 것은, 그가 몸담고 있는 지금 여기의 우리 사회 -그것도 극단적인 도시화가 진행된 오늘날의 우리 사회-에서 확인되는 ‘인간 희극’에 대한 보고서라 할 수 있다. 삶의 무대 위에서 확인되는 인간 희극, 그것이 바로 최일옥의 작품 세계를 설명하는 핵심 개념이다. 요컨대, 최일옥의 작품은 거의 예외 없이 소설인 동시에 극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준다.
최일옥의 시선은 역사적 현실과 사회적 환경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인간보다는 타인과의 관계 맺음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인간을 향하고 있다. 그의 소설 세계는 마치 배경을 간명하게 또는 추상적으로 처리한 연극의 무대와 같다. 최소한의 소도구를 동원하여 꾸며진 연극 무대 처럼 그의 소설 세계에는 오로지 연기자의 대사와 몸짓이 있을 뿐이다. 최일옥의 [그날 엄마는 죽고 싶었다]에 수록된 총 열 편의 작품은 크게 다섯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무대 위 두 연기자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극적 대화의 형식이 두드러지게 감지되는 작품들로 [울게 하소서]와 [그날 엄마는 죽고 싶었다]가 이에 해당한다. 둘째, 한 사람의 연기자가 단독으로 무대 위에 올라와 토해내는 극적 독백의 형식으로 이루어진 작품으로 [낮술]과 [넥타이와 괄약근의 함수관계에 대한 고찰]을 들 수 있다. 셋째, 위의 두 유형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지만, 극적 무대 연출의 요소가 강하게 감지되는 자아 성찰적 요소를 담고 있는 [가장 고귀한 만남]이다. 넷째, 1인칭 화법이든 3인칭 화법이든 이른바 정공법적 서술 방식을 취하고 있는 작품들이 또 하나의 유형으로 분류된다. 남과의 갈등의 차원에서든 또는 남에 대한 배려의 차원에서든 한집안의 구성원들 사이라 해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타인의 시선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복원], [두꺼비 되던 날], [어머니의 눈사람]과 같은 작품 들을 이 유형에 포함된다. 끝으로, 최일옥의 작품 세계에는 서로 대조적인 다양한 인간을 향해 제3자―또는 그런 위치에 있는 작가―가 시선을 던지는 형식으로 구성된 작품 [스위트 빌리지]와 [남자의 둥지]가 이 범주에 속한다.
최일옥의 작품 세계를 살펴보면 거의 예외 없이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 맺음에, 그리고 이 과정에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심리적 갈등과 저항에, 혹은 관계 맺음 자체에서 자유로워지고자 하는 인간의 시도에 또는 관계 맺음의 과정에서 희미해지거나 잃어버린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자 하는 인간의 노력에 초점이 맞춰지기도 한다. 최일옥의 이러한 작품 세계에서 각별히 우리의 눈길을 끄는 것은 첫째, 둘째, 셋째 유형의 작품들이다. 이들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확인되지 않는 독특한 유형의 단편소설 즉 ‘소설인 동시에 극’으로서의 문학의 가능성을 보여 주는 작품들이다.
타인과 "보조"를 맞추는 일, 이는 쉬우면서 어렵고 어려우면서도 쉬운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삶의 과제다. 이번 최일옥의 작품집 [그날 엄마는 죽고 싶었다]는 이 같은 과제를 앞에 둔 다양한 인간상을 보여 준다. 그리고 작가는 이를 통해 우리들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와 이해를 모색한다. 이와 관련하여 작가 최일옥이 펼쳐 보이는 다면적인 동시에 극적이고 극적인 동시에 예민하고 깊은 문학 세계, 작가 특유의 탁월한 문학 세계를 향해 모든 독자가 적극 적인 관심과 이해의 눈길을 보내기 바란다.
총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