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위층 가짜 왼손잡이 성당에서 훔쳐보기 불쌍한 햄스터 서린이의 비밀 서린이의 아지트 처음으로 손잡은 친구 빨간약은 안 돼요 열대어 글래스캣피시처럼 초코셰이크라고 생각해 어떻게 해야 하나? 밝혀진 일급 비밀 내 친구 고슴도치
끝마치며
1. 아래층 아이, 가영이 열한 살 계집아이가 있습니다. 이 책의 화자입니다. 그 아이가 지나가는 모습을 보았다면 이상할 것 하나 없는, 여느 아이들과 똑같은 그저 평범한 고 또래 소녀입니다. 하지만 그 아이와 친해지자면 약간의 장애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 아이의 오른 손에는 손가락이 네 개뿐이니까요. 그 아이는 자신의 장애 때문에 다른 아이들과 친해질 수 없는 거라고 믿지만, 생각해 보면 그 장애는 그 소녀를 보는 우리들 쪽에 있습니다. 그 아이의 손가락이 아니라 우리 마음에 있는 장애 말입니다. 손가락 숫자가 다르다고 해서 가영이가 생활하는 데 불편한 건 없습니다. 그 이유로 친구들과 친해지기도 어렵고, 짓궂은 남자 아이들이 놀려대고 괴롭힌다는 게 더 아픈 거죠. 그럴 때마다 죄지은 사람처럼 억눌려 있어야 하고 참고만 있어야 한다는 거죠. 말썽장이들을 피해 달아난 성당 안에서 가영이는 기도합니다. “저렇게 애들이 놀릴 때마다 정말 죽고 싶어요. 손가락 병신을 좋아하는 아이는 아무도 없다고요. 날 왜 태어나게 했어요? 네? 저 보면서 애들이 멀쩡하게 태어난 것 고마워하라고요? 저 보면서….” (35쪽) 크건 작건 남과 다르다는 차이가 차별이 되어 짓누를 때 우리는 무척 견디기 어렵습니다.
2. 위층 아이, 서린이 가영이가 사는 아파트 위층에는 열한 살 남자 아이가 살고 있습니다. 어디서 그렇게 싸우고 다니는지 만날 여기저기 멍이 들어 있고, 수업 시간에는 조는 것이 다반사입니다. 준비물을 가져오는 일도 없고, 점심시간이면 아귀처럼 밥을 먹습니다. 모처럼 친구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영이 말을 걸어 보지만, 서린이는 대꾸도 없습니다. 날카로운 털을 촘촘히 세운 고슴도치처럼 언제나 성이 나 있는 것 같은 아이, 세상에 누구도 필요 없다는 듯 언제나 혼자인 아이, 위층 아이 서린이 때문에 가영이는 또 한번 상처를 받게 됩니다. 하지만, 서린의 비밀을 알고 나서 가영은 서린이를 이해하게 됩니다. 엄마도 떠나고 아빠와 단둘이 살며 밤마다 아빠의 모진 학대와 폭력을 당하고 산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까요. 왜 멍을 달고 사는지, 왜 아침이면 사람들 눈을 피해 아파트 계단을 내려와 등교하는지, 왜 그렇게 날을 세워 자기를 가두어 두는지, 왜 가족을 그리라는 미술 시간에 괴물을 그려 놓았는지 조금씩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선생님도 반 아이들도 서린이가 왜 밥을 많이 먹는지, 왜 졸 수밖에 없는지 아무도 몰랐다. 학기 초이긴하지만 선생님도 아이들도 서린이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었다. 하긴 나도 아래층에 살지 않았으면 까맣게 몰랐다.” (51쪽)
3. 내 손을 처음 잡아준 아이 아래층 아이 가영이가 위층 아이 서린이의 사정을 이해하면서, 둘은 서로를 위로하는 친구가 되어갑니다. 외계와 외계인에 대한 상징과 상상 속에서 두 아이는 서로를 더 많이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서로에게 힘이 되는 친구가 되어갑니다. 가영이에게도, 서린이에게도 견디기 어려운 현실을 이겨 내기 위해서는 이곳 아닌 다른 곳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가영이는 “손가락이 네 개인 외계인들만 모여 사는 별”이나 “다르게 생긴 외계인들이 다 모여 사는 별”(18쪽)이 필요했고, 서린이는 술만 먹었다 하면 무시무시하게 폭력을 휘두르는 아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상상의 공간, 자신이 적대감을 가져도 가책 받지 않을 적이 필요했습니다. “나쁜 외계인은 사람들이 술을 먹고 취하길 바래. 취해 정신이 없어지면 그때 몸속에 들어가려고 술을 만든 거야…. 우리 아버지를 보면 알 수 있어. 아버지가 술에 취하면 나쁜 외계인이 우리 아빠 몸속에 들어가서 아버지 행세를 해.” (71쪽) 두 아이는 다른 친구들과 함께 하지 못했던 것만큼 많은 시간을 함께 합니다. 서린이가 손가락 네 개뿐인 가영이의 손을 아무렇지도 않게 잡아준 것도 그때 즈음입니다. 가영이에게는 참 특별한 일이었습니다.
4. 어떻게 해야 하나? 서로에게 친구가 생겼으니 참 다행스러운 일이기는 하지만, 두 아이의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특히 서린이는 밤마다 학대와 폭력을 당해야만 합니다. 우연히 만난 오토바이 아저씨나 학교의 보건 선생님, 친구의 부모님이 서린의 상처를 보고 도와주려 하지만, 서린은 그 모든 걸 받아들이려 하지 않습니다. 서린에게 아버지는 “차라리 죽….”어 버렸으면 좋겠는 사람(131쪽)이기도 하지만 유일한 가족이고 피붙이입니다. “이런 일 있으면 전 더 맞을지도…. 아버지 없이 저 혼자 어떻게 살아요? 이젠 엄마도 없는데 어떻게 살라는 거냐구요!”(180쪽) 열한 살 서린이와 가영이가 무엇을 할 수 있고,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서린을 돕고자 하는 가영의 노력이 진행되면서, 어느 참에 가영은 자신의 손에 대한 컴플렉스를 이겨냅니다. 위기로 치닫던 이야기는 가영이와 학급 친구들의 따뜻한 마음으로 안심하며 책장을 덮을 수 있게 해 줍니다.
총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