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8시 아침 미팅부터 잡혀 있다. 자명종을 끄기는 대여섯 차례. 어제의 피로가 채 풀리지 않은 몸을 침대에서 일으키기가 여간 힘들지 않다. 차가운 샤워로 정신을 차리고 우유 한 잔 훌훌 마시고 부랴부랴 집을 나선다. 4시간짜리 릴레이 미팅, 한바탕 입씨름을 하고 나면 머릿속이 텅 빈 듯, 아무 생각도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아진다. 밀린 서류를 뒤적이느라 오늘도 점심은 책상에서 햄버거로 때우고, 시시때때로 걸려오는 전화에 이메일에 음성메시지를 확인하느라 서류내용은 머리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오후 3시, 햄버거 하나로 버틴 몸은 절은 배추처럼 축 늘어지고 머릿속은 벌 떼들이 왕왕거리는 듯 묵직하다. ‘하반기 계획수립을 위해서 중장기적인 전략을 짜내야 할 텐데, 그건 언제 하나’ 마음만 무겁다. 하지만 오늘은 거래처와 저녁약속이 있다. 서둘러 서류를 정리하고 사무실을 나온다. 그리고 이렇게 중얼거린다. “정말 도대체 하루 종일 뭘 했는지 모르겠군.”
총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