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_ 물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좋아! 버드나무 부드러운 듯 강하고, 강한 듯 부드러운 나무
여섯_ 친친 감고 올라가 아름다운 그늘을 만들어요, 등나무 생활 속에서 살아 숨쉬는 고마운 나무
일곱_ 무궁화 대신 나라꽃이 될 뻔했죠, 복숭아나무 귀신도 무서워하는 신비한 나무
여덟_ 크고 작은 모든 일엔 내가 있다, 대추나무 귀신도 쫓고 약도 되는 야무진 나무
아홉_ 나에게는 일곱 가지 잘난 게 있다, 감나무 문무충효의 덕을 갖춘 나무
열_ 도토리가 열리는 진짜 나무, 참나무 고맙고 든든하고 큰 나무
열하나_ 종류도 많고 쓰임새도 많다, 싸리나무 회초리부터 울타리까지, 쓰임새 많은 유용한 나무
열둘_ 우리 땅에서만 자라는 효자나무, 오동나무와 벽오동나무 맑은 소리 품은 오동나무와 봉황이 쉬는
가로수가 없는 거리를 생각해보자. 온통 회색빛 콘크리트와 거리를 가득 채운 사람들과 매연을 뿜고 달리는 자동차, 생각만 해도 숨이 턱턱 막히는 것 같다. 제대로 숨쉬기도 힘든 도시에서 나무는 사람들의 숨통을 틔워주는 거의 유일한 존재이다. 누구나 맑은 공기를 맡고 깨끗한 물을 마시며 자연과 더불어 살고 싶어 하지만, 그것은 현대인들에게는 허락되지 않는 사치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조금이나마 자연을 가까이 하려고 집 안에 화초를 키우고 옥상에 정원을 만들기도 한다. 그리고 그 빈약한 녹색의 공간에서 산과 들의 향기를 찾는다.
자연을, 나무를 모르는 우리 아이들. 이삼십 년 전만 해도 나무 한두 그루 심겨 있는 작은 마당이 있는 집들이 꽤 많았다. 또 집 밖으로 조금만 나가도 잡초가 무성하게 나 있는 풀밭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주택이 있던 자리엔 고층 아파트가 들어섰고 풀밭이 있던 자리엔 커다란 건물이 들어서 있다. 일상생활에서 자연을 느끼기가 힘들어진 것이다. 산으로 들로 다니며 진달래꽃과 오디를 따 먹었다는 얘기는 이제 옛이야기 속에나 나오는 모습일 뿐이다. 우리 아이들은 이제 봄이면 하얗게 꽃이 피는 벚나무에 달큰한 까만 버찌가 열리는 것도, 어쩌다 본 잎사귀 커다란 나무가 가을이면 맛있는 감이 열리는 감나무인지도 알지 못한다.
나무와 더불어 살았던 옛 사람들의 삶을 돌아본다. 나무는 인류보다 훨씬 먼저 이 땅에 뿌리내리고 살아왔다. 그리고 아주 오랜 옛날부터 대를 물리고 써도 거뜬한 튼튼한 가구로, 바구니와 빗자루와 같은 요긴한 생활용품으로 만들어져 긴요하게 쓰였다. 우리 조상들의 삶에서 나무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었다. 흉년에는 도토리를 줍고 소나무 껍질을 벗겨 허기를 면했고, 귀신을 물리친다는 복숭아나무와 대추나무를 심어 혹시 생길지도 모를 불행한 일을 막기도 했다. 선비들은 대나무의 절개를 칭송하며 시를 지었고, 서민들은 마을 한 가운데에 서 있는 커다란 나무에 소원을 빌었다. 이렇듯 선조들의 삶은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까지 나무와 그리고 자연과 함께 하는 삶이었다.
조상들의 지혜를 품은, 우리 나무 이야기. 늘 푸르른 모습으로 선비들이 그 절개를 본받으려 했던 소나무와 대나무, 살아 있는 화석으로 불리며 약으로도 쓰이는 은행나무, 그리고 빗자루나 울타리와 같은 각종 공예품으로 여전히 우리 곁을 지키고 있는 싸리나무 등 이미 익히 그 이름은 들어 알고 있었지만 무관심하게 지나쳤던 우리의 나무. 그 속에는 계절마다 바뀌는 나무의 모습만큼이나 다양한 이야기가 숨어 있다. 『옛이야기를 품은 나무』는 오랫동안 우리 삶을 지켜온 열두 가지 나무와 거기에 얽힌 이야기들 그리고 조상들의 지혜를 함께 소개하고 있다. 아이들은 이 책을 통해 우리 조상들은 어떻게 살아왔는지, 그리고 한 그루 나무에도 수많은 의미와 이야기를 담고 소중히 여겼던 그들의 멋스러운 삶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제 옛 이야기를 품은 열두 가지 나무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보자.
총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