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우편함> 다음으로 소개되는 현대 ‘미드라시’, 성경 동화! 최근 우리말로 옮겨 펴낸 <하느님의 우편함>의 저자 마크 젤먼이 같은 집필 방법으로 쓴 책. 이 책은 우리나라에서는 두 번째로 소개되지만, 마크 젤먼이 맨 처음 쓴 현대 미드라시이다. 이 이야기에도 <하느님의 우편함>과 같은 건강한 유머와 깊이 있는 성경 이해가 담겨 있다. 성경을 이해하고 해석하여 자기 삶의 보배로 삼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런 방법들 중 하나인 ‘미드라시’는 유다인들에게 전해 내려오는 독특한 성경 해석법이다. ‘미드라시’란 성경의 구절들을 현실에 맞게, 혹은 개개인의 상황에 적용시켜 해석하는 성경 해석 방법이다. 이 책은 성경 이야기를 동화로 만든 일반적인 성경 동화가 아니다. 성경과는 그 내용이 판이하게 다른 이야기이다. 어린이들이 성경 각 구절들에 담긴 메시지를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새롭게 만든 동화인 것이다. 이 동화들을 읽고 나면 성경이 매우 소중해지고, 성경 구절에 담긴 메시지가 새록새록 마음에 새겨진다.
책 속으로! 이 이야기들은 유쾌하고 즐거운 이야기들이지만, 그 안에는 깊은 신학적 성찰이 담겨 있다. 저자는 ‘하느님의 짝꿍’이라는 서문을 통해 하느님의 짝꿍이 바로 ‘사람’이라고 말한다. 사람은 더 이상 하느님의 종이 아니라, 하느님과 계약을 맺고 그분과 함께 이 세상을 만들어가고 완성시켜가는 파트너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이 서문의 생각을 펼쳐 나간다.
“짝꿍이란, 너희가 혼자서 할 수 없을 정도의 큰일을 할 때 함께하는 사람을 말하는 거야. 짝꿍이 있다는 것은 일을 하다가 중간에 절대 포기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지. 그건 너희 짝꿍이 너희를 믿고 의지하기 때문이야. 일을 하다 보면, 너희들 생각에 내가 변변치 못하다고 느껴질 때도 있고, 어떤 때는 내 생각에 너희들이 변변치 못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 그럴 때라도 우리는 이 세상을 완성하기 위한 노력을 멈춰서는 안 되는 거야. 이것은 계약이야. 누구나 꼭 지켜야 하는 약속 말이야.” 남자와 여자는 모두 ‘계약’이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어요. 그때, 천사들이 하느님께 물었어요. “세상이 완성되려면 아직 멀었나요?” 그러자 하느님이 대답하셨어요. ”난 모르겠다. 내 짝꿍들에게 물어봐!” (12쪽)
첫 번째 장은 ‘아담의 동물들’이다. 창세기 2장 19절 아담이 동물들 이름을 지어주는 장면을 저자는 아담이 동물들을 존중하게 되는 과정을 그리는 감동적 동화로 옮긴다.
갈색 털북숭이 동물이 일어나 아담을 잡고 흔들면서 엄청 큰 소리로 으르렁거리며 이렇게 말했어요. “당신은 우리 이름을 지으면서 우리에게 한 번이라도 어떤 이름을 갖고 싶은지 물어볼 생각을 하지 않더군요. 왜 그런 생각조차 하지 않는 거죠? 그래요, 나도 당신처럼 ‘맨질맨질한 피부에 털이 없고 진흙으로 만들어졌고 두 발로 걸어 다니는 종류’를 어떻게 불러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런데 아무튼 난 ‘곰’이라고 불리고 싶어요.” 아담은 이 말을 듣고는 동물들 하나하나에게 어떤 이름으로 불리고 싶은지 물어보았어요. 그럼, 과연 동물들은 각자 어떤 이름으로 불리길 원했을까요? 한 번 알아맞혀 보세요. 동물들이 아담에게 모두 얘기했으니까요. (18-19쪽)
책의 제목이기도 한 ‘하느님도 엄지발가락이 있나요?’라는 장에서는 바벨탑 이야기를 들려준다. 바벨탑을 쌓게 된 동기가 아리나라는 소녀의 호기심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신의 경지까지 알고 싶어하는 인간의 호기심을 잘 드러내는 이야기이다.
“엄마, 저도 엄지발가락이 있고, 엄마도 엄지발가락이 있고, 아빠도 엄지발가락이 있잖아요. 그럼, 하느님도 엄지발가락이 있나요?” 아리나의 질문에 대해 아리나의 엄마가 이렇게만 대답했더라면 모든 게 순조로웠을 거예요. “아리나야, 하느님은 인간이 아니시란다. 하느님은 특별하신 분이고, 눈에 보이지도 않으시고, 굉장하신 분이야. 하느님은 이 우주를 창조하신 분이고, 우리 인간도 당신과 닮은 모습으로 창조하셨어. 그렇지만 하느님은 인간이 아니란다. 그래서 엄지발가락이 필요 없으시단다.” 그런데 아리나의 엄마는 무슨 일 때문인지 너무 바빠서 이렇게 얘기하고 말았어요. ”아빠께 여쭤봐라.”(12쪽) …… 임금은 생각하고 또 생각했어요. 그러다 결국 이런 포고문을 발표했습니다 “바벨의 시민들이여, 이제 하늘 높이 탑을 쌓을 것이다. 그래서 나, 여러분의 임금은 탑 위에 올라서서 하느님의 발을 확인할 것이다. 그러면 하느님께 엄지발가락이 있는지 없는지 바로 알 수 있을 것이리라.” …… 하느님은 모든 사람이 이 탑을 쌓는 일에 동원되면 밭에 나가 곡식을 가꿀 사람이 아무도 없어질 거라는 걸 아셨어요. 그리고 어떤 사람도 생활 용품을 만들기 위해 공장에 나가지 못할 거라는 것도 아셨고요. 또한 하느님은 이제 바벨에 있는 모든 벽돌과 타르가 바닥날 거라는 걸 아셨어요. 그려면 바벨 사람들은 더 이상 다른 건물을 지을 수 없겠지요. (61쪽)
‘불타는 떨기나무’라는 장에서 저자는 지도자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을 ‘참을성’이라 말한다. 저자는 이 장에서 끈기와 참을성이 없는 요즘 어린이들에게 새로운 현상에 대해 인내하며 제대로 잘 관찰할 것을 호소한다.
하느님은 히브리인들에게 꼭 알맞는 지도자를 뽑고 싶으셨어요. 하느님이 생각하시기에, 지도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참을성’이었어요. 어떤 나쁜 일에도 상관없이, 수많은 불평에도 상관없이, 많은 시간이 걸려도 상관없이 이스라엘 땅(당시 가나안인들이 살고 있던 곳이에요.)에 도착하기까지 절대 포기하지 않는 사람을 원하셨던 거지요. 그래서 하느님은 히브리인들의 지도자로 꼭 맞는 사람을 찾으려면 참을성 시험을 치러야 한다고 생각하셨어요. 하느님이 이런 말씀을 하시자 천사들이 웅성대기 시작했어요. 천사들은 늘 새로운 아이디어로 하느님을 귀찮게 했어요. 아이디어라고 내놓는 것들이 대부분 별 쓸모없는 것이들었지만 하느님은 잘 참아 내셨어요. (91쪽) 하느님은 광야에 있는 어느 떨기나무에 불을 붙이셨어요. 그 떨기나무는 목자들 몇 명이서 양 떼를 돌보고 있는 곳 근처에 있었어요. 목자들 한두 명이 그곳을 무심코 지나갔어요. 그들은 이 떨기나무에 불이 붙어 있는지조차 모르고 지나갔어요. 그 불은 활활 타오르지 않았거든요. 또 그리 특별한 떨기나무도아니었고, 그것에 붙은 불도 그리 특별하지 않았으니까요. 그러니 그 앞에 오래 눌러 앉아 기적이 일어나는지 눈여겨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요. 단, 왕궁에서 도망 나와 목자가 된 모세만 이 떨기나무를 보자마자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그 불길을 지켜보았어요. …… 모세는 다른 목자들에게도 와서 불타는 떨기나무를 함께 지켜보자고 했어요. 그러나 다른 목자들은 더 즐거운 일이 있다며 거절했어요. 모세에게도 물론 더 즐거운 일이 있었어요. 그러나 그 순간만큼은 모든 것을 까마득히 잊고 있었답니다. (93-94쪽)
총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