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순결을 잃은 고통에, 남자는 사랑하는 여자의 메마른 몸이 서러워 가슴이 저며졌다 가엽고 가여워 사람의 명이 어찌 이리 질길까 증발(蒸發) 그녀를 놓치다 보고 싶다. 미치도록…… 기다리는 마음 이별이 너무 길다 너는 나를 버려도 나는 너를 버리지 못해 혼잣마음 몰락(沒落)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오직 사랑뿐 에필로그 작가 후기
차가운 어느 겨울날, 시리도록 아프게 새겨진 사랑의 흔적. 시대의 아픔 속에서 피어난 하얀 눈꽃 같은 사랑 이야기.
누구에게나 잊을 수 없는 기억이 있기 마련이다. 때로는 그것이 자신에게 독이 되기도 하고 혹은 성공의 밑거름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애흔’은 그런 자신의 인생을 뒤바꾸어 놓을 하나의 기억을 모티브로 시작된다.
하림의 기억은 어린 시절 한 소녀가 남기고 간 이름 모를 감정에부터 닿아 있다. 차가운 겨울날, 거리에서 살아가는 아이에게 천사처럼 다가온 한 소녀.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말과 함께 건네준 지폐 한 장이 하림의 인생 최초의 부끄러운 기억이 되었다. 그리고 겨울이면 찾아오는 동상과도 같은 어린 소녀의 기억. 그는 자신에게 부끄러움을 알게 해준 소녀의 기억으로 일어설 수 있었고, 남부럽지 않게 살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젠 숙녀가 되어버린 그녀를 다시 만났을 때, 그는 그녀가 남기고 갔던 흔적을 좇아 자신이 유일하게 소유하지 못한 그녀를 욕심내게 된다.
이렇듯 애흔(愛痕)은 ‘사랑의 흔적’이란 뜻과 같이 가슴속에 남겨진 하나의 기억에 대한 이야기이다. 일제강점기인 1930년 대를 배경으로 그 시대의 다양한 모습들을 담고 있는 이 작품은 사랑에 목말라하고 애타하는 주인공들의 모습과 함께 당시의 시대상을 잘 묘사하고 있다. 독립운동가를 지원했다는 이유로 가해지는 일제의 갖가지 고문, 근로보국대라는 이름 하에 이뤄졌던 여성 인력의 착취, 공식적으로 드러나진 않았지만 사회에 점차 퍼져가던 종군위안부에 대한 두려움 등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린시절 천사처럼 다가왔던 한 소녀와의 재회와 사랑이며, 이들이 이겨내 가는 시대의 아픔일 것이다.
총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