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미래의 어느 날, 대 격변이라는 지구 역사상 최악의 재앙이 일어난다. 대륙이 갈라지고 가라앉아 물 위에 떠 있는 것이라곤 조그마한 섬들밖에 없다. 인류의 삼분의 이가 목숨을 잃고 수많은 생물이 지구상에서 사라진다. 그로부터 수백 년이 흐른 뒤, ‘곤드’라고 하는 작은 섬나라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곤드는 대 격변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 오로지 과학의 힘으로 일어선 국가다. ‘NLC’라는 강력한 네트워크 체제로 모든 정보를 국가에서 관리, 통제하고 있다. 아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보육원과 탁아소에서 단체 생활을 하며 자란다. 열 살부터 열아홉 살까지는 ‘지구의 집’이라는 소규모 공동체에서 서너 명의 남녀가 모여 지낸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NLC를 통해 과학을 비롯한 모든 지식을 익히고, 나중에 각자의 자질과 능력에 따라 진로를 배정 받는다. 그러던 어느 날, 에일러는 NLC에서 가상 세포에 대한 자료를 뒤적이다가 이상한 책갈피를 발견한다. 책갈피에는 ‘지라파 카멜로파르달리스 - 우주의 문, 훔바바’라고 씌어 있다. 그 책갈피를 통해서 에일러는 지금까지 전혀 생각지 못했던 사실을 하나씩 알게 된다. 국가가 구성원(국민)들을 철저하게 감시하고 있으며, 대 격변이나 대 격변 이전의 역사에 대한 정보를 숨기고 있다는 것이다. 거기서 에일러는 자신을 낳은 사람이 누구인지, 왜 태어나서부터 어른이 될 때까지 공동체 생활을 해야 하는지, 곤드가 숨기려고 하는 과거가 무엇인지 등 여러 가지 의문에 휩싸인다. 게다가 새로 들어온 에딕이라는 아이가 대 격변이 일어난 원인을 NLC에 들어있는 정보와 다르게 분석하면서 더 더욱 국가 체제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된다. 어느 날 에일러의 심리 상태를 알아챈 상부에서 에일러를 소환한다. 상부 책임자의 날카로운 질문에서 겨우 벗어난 에일러는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지만 언제 다시 상부로 불려갈지 모르는 불안감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런데 그 무렵부터 비가 퍼붓듯 쏟아지기 시작한다. 한 번 비가 내기기 시작하면 수십 일 동안 엄청난 양이 내리는데, 그것도 대 격변 이후 달라진 기후 환경 때문이다. 에일러와 동료들이 살던 ‘지구의 집 32호’도 홍수에 견디지 못하고 드넓은 바다로 떠밀려 나간다. 그들이 살던 집은 홍수에 대비해 튼튼하게 지어졌기 때문에 바다 위에서 배처럼 떠 있게 된다. 천신만고 끝에 에일러 일행은 원주민 소년 마나쉬의 도움으로 구사일생으로 살아난다. 에일러 일행이 다다른 새로운 땅은 대 격변으로 절반이 잘려 나갔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거대한 대륙으로 남아있는 곳이다. 곤드에서 한 번도 보지 못한 거대 원시림을 보고 에일러 일행은 크게 놀란다. 그곳에서 에일러는 마나쉬라는 원주민 소년을 만나 대륙의 이름과 현재 처해 있는 상황에 대해 자세히 듣게 된다. 그곳 무즈타그아타 대륙의 원주민들은 오랜 옛날부터 대지를 사랑하고 대자연의 풍요로움 속에서 평화롭게 살았으나 어느 날부터 외지인들이 나타나 그들의 삶을 바꾸기를 요구하고 있다. 마을 사람들은 새로운 변화에 두려움을 느끼면서 오래 전부터 살아온 삶을 지키자는 쪽과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이자는 쪽으로 갈려 갈등을 겪고 있다. 에일러는 마나쉬를 통해 원주민들의 지혜로운 삶에 점점 빠져들고 곤드에서는 결코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사실들을 하나 둘씩 깨달아 간다. 어느 날 에일러는 곤드에서 함께 지내다 소환된 뒤 제거당한 이와를 숲에서 우연히 만난다. 다시는 보지 못할 줄 알았던 이와를 만난 반가움도 잠깐, 이와는 에일러가 알지 못했던 곤드의 엄청난 비밀에 대해 말해 준다. 그것은 거대한 대륙 무즈타그아타가 곤드의 식민지가 되어 가고 있다는 것. 이 사실을 안 마나쉬도 크게 분노한다. 마나쉬는 마을 어른인 노가이에게서 전설로 전해 오던 무지개 전사가 대륙의 북쪽 땅에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무지개 전사는 오래 전에 대륙을 침략한 외지인과 맞서 싸웠던 전설적인 존재이다. 그 무지개 전사가 실제로 대륙의 북쪽에 있다니, 마나쉬는 기쁨과 설렘을 동시에 느낀다. 오랜 갈등과 시련 끝에 마나쉬는 에일러 일행과 함께 머나먼 북쪽 땅에 있다는 무지개 전사를 찾아 나선다. 과연 마나쉬와 에일러를 비롯한 어린 전사들은 무지개 전사를 만날 수 있을 것인가?
‘무지개 전사’는 북아메리카 원주민의 전설 속 인물! ‘무지개 전사’는 북아메리카 인디언의 전설로 전해 내려오는 인물이다. 그런가 하면 ‘그린피스(Green-peace)’의 대부로 알려진 ‘로버트 헌터’가 핵 실험을 막기 위한 항해 때 가지고 갔다는 책의 제목이기도 하다. 예언서처럼 보였다는 그 책의 내용은 백인들의 탐욕과 물질문명이 지구의 자원을 고갈시킬 것이지만, 인디언의 위대한 정령인 무지개 전사가 지구에 대한 존경심을 가르치기 위해 돌아온다는 것. 로버트 헌터는 “인생을 바꿔 줄 것”이라는 말과 함께 북아메리카 크리족 인디언으로부터 그 책을 전해 받았고, 그 이야기에 큰 감명을 받았다고 했다. 그 뒤 그린피스 대원들은 스스로 무지개 전사라는 마음가짐으로 환경 보호에 나섰고, 자신들이 타고 다니는 배의 이름도 ‘무지개 전사’로 짓기도 했다.
전설 속의 무지개 전사, 판타지로 부활하다! 그 전설 속의 무지개 전사가 이번에는 스펙터클한 판타지로 부활했다. 국내의 과학 소설 작가 층은 그리 두텁지 않으나, 추리 기법으로 이야기를 엮으며 풀어가는 저자의 솜씨는 구성지고 상상력은 자유분방하다. 그리고 책장을 넘길수록 스릴 있고 박진감이 넘친다. 그는 유전학을 다룬 첫 장편 과학 동화 《64의 비밀》을 낸 뒤 탄탄한 문장과 짜임새 있는 구성으로 과학 동화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두 번째로 선보이는 《무지개 전사》에서도 그는 깊이 있는 과학 지식을 바탕으로 북아메리카 원주민의 전설로 전해 내려오는 ‘무지개 전사’를 흥미진진한 판타지로 부활시켜 자연과 환경의 소중함에 대해 이야기했다. 과학이 지배하는 통제 사회 ‘곤드’에 대한 치밀한 묘사, 원시림이 살아있는 대륙 ‘무즈타그아타’에서 대지를 어머니로 섬기며 살아온 인디언들의 삶과 지혜의 언어들이 독특하고 인상적이다. 대부분 생활동화 일색인 국내 창작 시장에서 그야말로 ‘모험’을 그린 과학 소설은 근래에 보기 드문 것이다. 그만큼 《무지개 전사》는 ‘우리는 모두 자연의 품에서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묵직한 주제 의식과 흥미로운 이야기 전개 방식으로 국내 아동청소년 독자들에게 색다른 독서 경험을 안겨 주기에 충분하다.
총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