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마시러 놀러 오라는 임금과 왕비의 초대에 주인공 꼬마는 이렇게 되묻는다. “친구가 있는데, 같이 가도 될까요?” 일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매일 매일 음식을 먹거나 차를 마시는 시간에 초대 받는 주인공은 날마다 다른 동물 친구들을 왕궁에 데리고 간다. 원숭이들이 몰려 간 날은 식탁이 엉망이 되고, 사자들이 같이 간 날은 좀 무섭긴 하지만, 코끼리와 함께 간 날은 코끼리 등에서 식사를 하는 재밌는 일도 있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주인공 꼬마와 동물들이 임금과 왕비를 동물원으로 초대해 함께 차를 마신다.
칼데콧 상 수상작이 보여 주는 고전의 조건 이 책은 1965년 칼데콧 상 수상작이다. 그림책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칼데콧 상은 전년도에 미국에서 출간된 그림책 중에서 가장 훌륭한 책으로 인정되는 책에 수여된다. 그 이름에 걸맞게 고전으로 남을 책을 미리 알아보는 상이라고도 할 수 있다. 고전은 그저 붙여지는 이름이 아니다. 당대는 물론 후대에도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고전이라 통하는 작품에는 몇 가지 단순하고 중요한 공통점이 있다. <<친구를 데려가도 될까요?>>는 그러한 고전의 미덕을 고루 만날 수 있는 작품이다.
‘어린이다움’이란 어떤 것인지 잘 알고 있는 작품 좋은 그림책은 무엇보다, 어린이들을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많은 작가들은 ‘어린이다움’에 대해 쉽게 오해한다. 천진함과 엉뚱함을 혼동하고, 소박함과 유치함을 혼동하기 일쑤다. 그 점에 있어서 <<친구를 데려가도 될까요?>>의 가장 큰 장점은 작가가 어린이의 마음을 정확히 알고 있다는 것이다. 첫 장면에서 독자들을 향해 임금과 왕비의 초대장을 높이 들어 보이며 자랑하는 꼬마는, 이 초대에 대한 첫 반응으로 친구와 함께 가도 되는지 되묻는다. 언제 어디든, 특히 재미있는 일에는 꼭 친구와 함께 가고 싶은 어린이들의 일상적인 모습이 고스란히 반영된 설정이다. 흥미로운 것은 임금과 왕비 역시 흔쾌히 주인공의 청을 들어 준다는 것이다. 주인공의 친구들을 만날 때면 대체로 난감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지만, 다음에도 또 친구와 함께 오라고 기꺼이 허락한다. 심지어는 친구를 많이 데려올 수록 좋다는 말까지 한다. 어린이들은 임금도 왕비도 자기와 같은 마음일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천진함과 소박함을 두루 갖춘 그림책을, 어린이들은 사랑한다.
글과 그림이 주는 재미, 공감하기 쉬운 등장인물 <<친구를 데려가도 될까요?>>의 작가들은 능숙한 방법으로 어린이들에게 다가간다. 임금이 초대하면, 친구와 같이 가도 되냐고 질문하고, 새 친구와 함께 등장하는 반복적인 설정이 우선 그렇다. 계속 반복되는 “그래서 나는 친구를 데려갔어요.” 하는 말은 다음 장에서 어떤 동물이 나올지 기대하게 한다. 그림도 마찬가지이다. 흑백 / 컬러/ 단색 장면이 규칙적으로 배열되어서, 시각적인 즐거움을 더해 준다. 잉크와 펜만으로 그려져 있지만, 풍부한 색감과 세밀한 펜의 흔적이 작가만의 매력을 뽐낸다. 어린이와 임금, 왕비가 식탁에 둘러앉아서 각기 다른 표정을 짓고 있는 장면들도 재치 있게 묘사되어 있다. 또 한 가지, 이 책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은 어린이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이다. 앞서 말한 주인공은 물론이고, 임금이나 왕비도 그렇다. 꽃밭에서 놀고, 낚시를 하고, 난롯가에 앉아 털실을 감는 그림은 평범한 어린이들의 일상처럼 소박하고 따뜻하다. 주인공을 따라 차례 차례 등장하는 동물들 역시 나름대로 개성이 넘친다. 꽃을 단 기린, 꼬리에 리본을 묶은 하마, 가면을 쓰고 나타나는 사자 등, 독자들이 이해하지 못할 등장인물은 하나도 없다. 등장인물들끼리도 자연스럽게 애정이 깊어진 덕에 우리는 따뜻한 결말을 만날 수 있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여태 초대받았던 동물들이 임금과 왕비를 동물원으로 초대한 것이다. 찻상을 앞에 두고 활짝 웃고 있는 어린이와 임금, 왕비, 그리고 동물들의 모습이 따뜻하다. 여기서 한 가지, 이들은 동물원에서 만나지만 갇혀 있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 우리 밖으로 비죽 내밀어진 하마의 엉덩이, 사자 꼬리, 코끼리 귀, 기린 목 등은 칼데콧 상 수상작가의 역량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총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