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이 귀향한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볼 것 하나 없는 외딴 시골 마을에 꾸역꾸역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는 까닭이다. 거제도에서 배를 타고 서둘러 달려왔다는 노부부, 어린 아이를 둘이나 업고 안고 찾아온 젊은 엄마, 벌써 세 번째 방문이라고 나직하게 이야기하던 40대 중반의 남자 그리고 아직 세상 물정 모를 것 같은 청소년에서 대학생들까지… [봉하마을]은 하루 수 천 명의 때 아닌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2008년 2월 귀향 이후 석 달 여 만에 노 전 대통령을 찾는 방문객수가 40만 명을 훌쩍 넘어섰으니 이런 추세라면 올해 안으로 100만 명을 돌파할 기세다. 굳이 그 먼 곳까지 찾아가 “대통령님 나와 주세요!”를 외치며 그들이 보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그들이 말하고 싶은 것은 과연 무엇일까?
'임기 때는 짜다라(엄청) 욕해대더니 고향에서 노니까 좋아하대요'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위기가 증폭되고 있다. 연일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유가는 ‘3차 오일 쇼크’ 우려를 부르고 있고, ‘월급만 빼고 다 오른다.’는 물가불안심리가 서민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와 광우병에 대한 반감과 두려움은 국민들로 하여금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서도록 내몰고 있다. 불신이 더 큰 불신을 낳고 있는 이 시대에 외딴 시골 산자락 아래 봉하마을을 찾아가는 사람들. 그들의 발걸음을 따라 걸으며 필자의 마음속에 솟구친 생각은 ‘소통’이었다. 우리에게는 마음속의 응어리를 풀 곳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현대판 신문고(?)가 되어버린 봉하마을 그리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저. ‘이 모든 것이 다 노무현 때문이다’라고 개탄하던 사람들이 뒤늦게 마음을 돌리고 ‘그때가 좋았다’라고 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한 정치판을 떠나 밀짚모자에 자전거를 타고 시골길을 누비는 자연인이 되었으며 비로소 안락한 웃음을 되찾은 사람. 고향으로 돌아가,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그의 속내에는 어떤 그림들이 담겨 있을까? 퇴임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대문을 활짝 열어 놓고, 세상을 향해 말을 걸어오는… 봉하마을의 그 사람이 궁금하다.
총 
바보 빅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