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수의 ‘꽃비’는 소설이라기보다 한 편의 따뜻한 서정시이다. 현직 고등학교 교사인 최성수 시인은 두 권의 시집을 펴낸 이력에 걸맞게 이번 소설에서도 시인의 감성을 봄 햇살처럼 펼쳐 보인다. 서정적인 문장과 문장이 한 행간을 이뤄 마치 한 편의 긴 서정시를 읽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이 소설은 학교 생활을 밑바탕에 둔 그의 글쓰기 작업의 한 연장 선상에서 쓰여진 것으로 보인다. 봄바람이 하늘거리는 출근길에 일상의 지겨움으로부터 탈출하고 싶은 주인공은 진정 마음이 가 닿는 곳으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 여행길에 그는 고등학교 3학년이라는 무거운 무게에 짓눌려 하루 학교를 ‘땡땡이’치는 소녀를 우연히 만난다.
현실적으로 보면 40대 남성과 10대 여학생의 단 하루 동안의 외도이지만 그 둘 사이에는 도시에서 만날 수 없었던 자연이 개입한다. 그리하여 풀과 나무, 강과 꽃들은 주인공들의 추억과 아픔의 상처를 아물게 하는 아름다운 매개체가 된다.
이 길지 않은 이 소설을 읽다가 보면 누구라도 당장 지금, 여기서 떠나고 싶어질지 모른다. (안도현·시인) - 조선일보(200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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