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 열망 마흔넷, 꿈을 찾아서 새재에서 길을 묻다 그들이 꿈꾸는 나라 나비야, 꿈을 잡으러 가자
조선 천지간의 괴물 허균, 그리고 민중의 영웅 홍길동 대문장가와 대도적의 만남 또 한 번의 유배 생활을 마친 교산은 오랫동안 마음속에 품고 있던 홍길동의 마지막 행적을 알아내고자 심복인 길참과 함께 길을 나선다. 탐관오리에게 빼앗은 재물로 궁박한 백성들을 구휼하고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신출귀몰하는 재주로 관군을 농락한 대도적 홍길동. 교산은 수년간 홍길동을 주인공으로 소설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으나 소설의 얼개조차 잡을 수 없어 세월만 보내온 터였다. 홍길동의 재주와 활약상은 100여 년이 지나서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데, 그의 마지막이 어떠했는지에 대해서는 도통 아는 이가 없었다. 교산은 명문가 출신임에도 사상이 자유분방하여 공맹사상을 받드는 사대부들에게 끊임없이 지탄을 받고 관직에서 쫓겨나기를 반복했다. 서출이나 중들과도 허물없이 지낸 그는, 서자 출신으로 도적 우두머리가 되어 민중의 영웅으로 추앙받은 홍길동의 이야기에 매료되었다. 조선 팔도를 깡그리 개조하고 혁신하고 싶다는 열망을 품고 있던 그에게 제 잇속만 채우는 관리들을 벌하고 백성을 가난에서 구제한 홍길동은 새로운 세상의 가능성을 보여준 인물이었다. 이 소설은 홍길동의 마지막 이야기, 즉 [홍길동전]의 결말을 얻기 위한 교산의 여정을 담고 있지만 독자들은 교산이 죽을 고비까지 겪으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그토록 알고자 하는 것, 홍길동이 도적 무리를 이끌고 가 이상국을 세웠다는 내용을 이미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누구나 알고 있을 결말에 다다르는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는 것은 교산이 [홍길동전]을 쓰기 위해 답사 여행을 했다는 흥미로운 상상에 더해, 그것이 홍길동의 마지막을 알고 싶다는 앎에 대한 것이든 언젠가 하늘이 천둥 같은 명을 내리면 세상을 변화시키겠다는 실천에 대한 것이든 한 가지 목표를 끝까지 이루고자 하는 교산의 열망을 절절하게 전해주기 때문이다. 알지 못했던 것, 새로운 것을 접하는 간절한 열정과 열린 태도를 생생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교산과 연암, 그들이 꿈꾼 나라 한편 연암은 계속 책상머리에 앉아 있어도 글이 써지지 않아 머리를 쥐어짜다가 교산의 서책을 구해 올 것이라는 책쾌 조열의 말에 한껏 기대에 부푼다. 조선 천지간의 괴물이라 불리며 역모죄로 능지처참을 당한 후 훗날에도 복권되지 않은 유일한 인물인 교산, 그의 책을 볼 수 있다니, 게다가 그 책이 홍길동에 대한 것이라니 연암은 이제나저제나 조열을 기다렸지만 그는 소식이 없다. 결국 조열을 찾아 나섰다가 그가 살해되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은 연암은 책쾌 마종삼과 함께 조열의 죽음에 대해 조사하러 먼 길을 떠난다. 조열의 죽음은 다름 아닌 교산의 서책 때문이었고, 서책을 둘러싸고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서 두 사람의 여정은 예기치 않은 곳으로 이끌린다. 세상을 바꾸겠다는 창대한 꿈을 가졌던 연암은 벼슬길을 스스로 포기하고 빚에 쪼들리는 궁박한 삶을 살았다. 벼슬길은 포기했지만 늘 책을 가까이 하고 글쓰기를 게을리 하지 않은 그는 일 년 전 열하에 다녀올 때 들은 허생이라는 가난뱅이 양반에 대해 소설을 써볼 참이었다. 조열의 죽음으로 인한 뜻하지 않은 여행길에 보고 듣고 겪은 일들은 허생 이야기에 새로운 영감을 불어넣어주었고, 조선시대의 또 하나의 걸작인 [허생전]의 탄생으로 이어진다. 흥미로운 소설적 상상으로 만들어진 이야기지만 독자들은 조열의 죽음으로 시작되어 결국 교산이 밟았던 길을 되밟은 연암의 여정이 [허생전]으로 이어졌다는 이야기를 읽으며 그럴 법하다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홍길동이 조선을 떠나 세운 이상국과 허생이 도적 무리를 이주시킨 남쪽 섬이 의미하는 바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이 소설에서 연암과 교산은 각각 다른 처지에서 비슷한 질문을 듣는다. 교산에게 홍길동 이야기를 들려주던 봉추거사는 돌연 교산이 꿈꾸는 세상은 어떤 곳이냐고 묻는다. 그리고 여행길 내내 연암을 보필하던 책쾌 마종삼은 여정이 끝날 무렵 그에게 다시 소설을 집필해보라고 권한다. 연암이 어떤 소설을 쓰면 좋겠느냐고 묻자 마종삼은 연암이 마음속에 품은 세상은 어떤 곳이냐고 되묻는다. 이 질문들은 교산과 연암이 살았던 시대로부터 수세기가 지나 천지가 개벽을 했다 해도 좋을 만큼 세상이 바뀐 이 시대에도 유효하다. 독자들은 문득 마주하게 되는 이 질문에 각자 마음속에 품고 있는 더 나은 세상에 대한 바람을 떠올리는 것으로 답을 할 것이다. 작가가 서문에서 밝힌 것처럼 "이들의 꿈과 이상은 21세기에도 간절"하다.
허균과 연암, 조선 최고 지식인의 열망! 그들이 꿈꾸던 세상은 아직 오지 않았다.
내가 허균을 소재로 소설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아주 오래전의 일이다. [걸작의 탄생]은 허균이 [홍길동전]을 쓰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쳤을까 하는 단순한 생각에서 출발했다. 무엇보다 나는 17세기 허균이 꿈꾸던 이상 국가를 그려보고 싶었다. 허균과 연암, 그리고 [홍길동전]과 [허생전]....... 나는 오랫동안 17세기와 18세기의 시공간을 넘나들며 두 대학자의 여정을 따라갔다. 물론 내게는 무리한 여정이었음을 이 자리를 빌려 밝힌다. 두 대학자의 꿈을 엮어내기에는 필력이 따라주지 못했음을 인정한다. 그걸 빤히 알면서도 글을 놓지 못했다. 이들의 꿈과 이상은 21세기에도 간절했기 때문이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제5회 김만중문학상 금상 수상작 심사평 [걸작의 탄생]은 홍길동의 행적을 추적하는 허균의 서사와 그 추적의 전말을 담은 서책 [교산기행]의 행방을 탐색하는 연암 박지원의 서사를 교차시킨다. 두 서사 기둥을 정교하게 얽어낸 솜씨도 빼어나거니와, 긴 세월을 격한 두 인물을 시대와 불화하는 지식인의 올곧은 태도라는 단일한 주제로 형상화한 것은 크게 주목할 만한 성취다. 또 책쾌의 살인 사건을 포함한 역사추리소설의 형태를 취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작품에 몰입하게 만든 것도 이 장편소설이 지닌 중요한 미덕이다. -심사위원: 윤후명, 조갑상, 우한용, 강동수, 황국명
총 
바보 빅터
